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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수 Jan 24. 2022

반성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연초부터 주식이든 코인이든 처맞는 중이다보니 작금의 하락장을 빗댄 웃긴 밈들이 유행이다. 가투방에서도 이런 자조적 밈들이 하루에도 몇 개씩 도는 중. 품앗이하듯 이런 짤들을 돌리며 히히덕 거리는 걸 보면 아직 나도, 가투방 사람들도 살만 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그렇긴 하다.(살려주세요 흑흑ㅠㅠㅠ)


근데 가끔 투자와 관련 없는 지인 간 단톡방에도 저런 짤들이 올라오는데 그때에는 기분이 좀 다르다. 특히 특정 채팅방에는 나 혼자 투자를 하는데 저런 짤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친구가 있다. 그럴 때에는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그간 투자나 경제 관련 얘기를 많이 하지는 않았는가. 거기에 대한 그의 통쾌한 복수인가.

난 애초 1)본인이 알아서 돈을 잘 벌고 2)크든 작든 현재의 벌이에 별 불만이 없고 3)투자할 필요가 없는 집안사정의 친구에게는 투자 얘기를 일절 하지 않는다. 허나 반대로 1)벌이가 시원찮거나 2)현재 경제사정에 대한 불만이 크거나 3)집안사정이 넉넉치 않은 경우에는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아주 가까운 경우에 한정. 이유는 그들의 불행/불만의 원인이 소득임을 알고, 그들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투자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만난 사업하는 친구와는 투자 얘기를 1도 하지 않았다. 굳이 할 이유가 없기 때문.

그렇다고 관심도 없는 놈들에게 이 종목 투자해라 저 종목 투자해라 하는 건 아니다. 주린이라 그런 건 꿈도 못꾼다. 그냥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서 부자가 된 이들, 투자를 해야 되는 이유, 가투방 사람들 블로그 좋은 글, 생각을 공유하는 정도에 그친다. 세어 보면 누구 월급쟁인데 얼마 벌었다더라, 누구 어디에 투자해서 퇴사했다더라. 뭐 이런 게 대부분.

 

그렇게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해보는 친구들과 반대로 더욱 반감을 가진 친구들로 나뉘게 됐다. (그래봤자 애초 친구가 없어 양쪽 다 몇명 안된다) 전자의 경우는 서로간 또 다른 관심사가 생겨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 반면 후자의 경우는 투자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져 모든 투자를 투기, 내지는 가산탕진의 원흉으로 생각하게 되는 듯 하다. 최근 투자 관련 짤을 주로 공유하는 건 후자의 친구다. 같은 짤이라도 서로 어떤 상황인지 알기에 이런 친구에게 짤을 받으면 가투방과 달리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나는 그냥 맨날 돈 없다고 벼락거지 됐다고 자신의 가정과 미래를 비관하는 몇몇 친구들이 조금 더 나은 상황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재밌는 취미를 하나 더 공유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나도 아직 잘 모르지만 재밌는 부분도 분명 있긴 하다...특히 같이 고민하고 고생하고 만에 하나 운좋게 좋은 성과가 나왔을 때 이를 나누면 왠지 모를 동지애 같은 게 생기기도 한다.


아무튼 이제 각자의 길에서 다 잘되길 바라는 수밖에. 아니 잘되고 못되고가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길에 최소한의 만족을 느끼고 살게 되었으면 좋겠다. 없으면 없는대로. 있으면 있는대로. 가진다고 무조건 행복한 것도 아니고, 없다고 무조건 불행한 것도 아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 결국 어떻게 살 것이냐는 소유가 아닌 마인드의 문제라고 생각. 아울러 남의 부를 비아냥거린다고, 남의 성공을 저주한다고 그 잔해가 본인에게 축복처럼 내리는 것이 아님을 이해할 날이 오길. 


결론적으로 그간의 만행에 반성한다. 죄송합니다. 살려주세요...


사과문으로 보면 빵점이나 이 글은 사과문이 아닌 개인적 반성문임을 알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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