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마치 삼국지, 대망과 같은 전쟁 역사서를 읽은 기분. 재밌었다.
1)
주식 투자를 하며 기업은 언제나 딱딱한 분석, 연구의 대상이었다. 아 저 기업 매출액은 얼마, 저 기업 주가는 얼마 이런식. 하지만 기업은 수많은 의사결정자와 실무자들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생명체이다. 분기별로 보고되는 숫자는 치열한 고민과 갈등, 희열과 절망의 결과물이다.
2)
한게임 테트리스 이후로 게임을 끊은 입장에서 게임 산업이 이런 것이구나, 배틀그라운드는 정말 대단한 게임이구나. 그리고 그 게임을 만든 크래프톤(블루홀)이라는 기업의 대단함+이면을 알게 한 책.
3)
블루홀 경영진은 창업 이래 줄곧 실패만 일삼으며 회사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갔다. 추락하는 회사에서 그들은 책임지지 않고 회사에 남은 결과 마지막 성공의 과실을 만끽,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반면 그들의 멍청한 비전과 지시를 충실히 따른 수많은 직원들은 격무, 스트레스, 폭언, 종국에는 구조조정까지, 온갖 피해를 떠안았다. 그럼에도 성공의 순간까지 회사를 지킨 경영진은 유능하다는 찬사를 받아야 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4)
경영진의 희생과 노력을 비하할 생각은 없다. 그들은 모두 누구보다 큰 정신적 스트레스와 책임을 떠안고, 특히 장병규 의장은 사재를 담보 잡아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등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노력과 헌신의 크기가 능력과 비례할 수는 없다. 성공의 기여도를 굳이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무능의 멍에를 벗기는 어렵다고 생각. 심지어 마지막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의 가능성을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제작 기간 내내 방관, 회의적인 태도로 제작진을 괴롭혔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더더욱.
5)
한 가지 더. 그들의 책임과 권한이 직원들에 대한 폭언과 업무 강제를 합리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 아무래도 나 역시 사장이 아닌 직원이다 보니 과거 고성과 욕설에 가까운 비난의 말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입장에서. 책 중간에 나오는 장병규 의장의 폭언, 욕설에 대한 사과 아닌 사과, 하지만 본인은 계속해서 이럴 것이다라는 뻔뻔한 선포가 꽤나 추악하게 느껴졌다. 오로지 본인의 탐욕과 미련을 위해 사재까지 털어 존버한 결과로 성공이라는 열매를 거머쥔 신화의 주인공은 인정은 받을지언정 존경의 대상은 될 수 없다. 그가 챕터마다 쓴 고상한 경영관, 사업관, 인간관이 공허하게 들린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터.
6)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경영진의 비협조와 회의적인 시각에 맞서 고군분투 끝에 배틀그라운드라는 역사적인 게임을 완성한 김창한PD가 게임 출시 직후 동네 카페에서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독을 읽고 화장실에서 서럽게 운 부분. 경영진들은 이 부분을 읽고 무엇을 느꼈을까. 그들은 슈독을 읽었을까.
+)
그럼에도 다들 너무 대단한 사람이다. 나같은 키워들이 걍 배 긁으면서 품평회 하는 거죠 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657450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657450
-대개는 실패했고 소수만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스스로를 태우며 끊임없이 움직였다. 9p
-"누군가 바른 생각과 열정을 갖고 있다면 사업은 언제든 해볼 수 있는 것" 21p
-어떤 사람을 철부지라 부를 때에는 몇가지 기준이 있었다. 꿈은 큰데 자기 위치를 모르거나 시장에 대해 허황된 생각을 품고 있거나 취미와 직업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30p
-창업팀은 지독스럽게 물입해 업을 이끌어야 하고 생산적인 충돌과 명료한 최종 의사결정을 거듭하여 성공을 넘어 실패까지 껴안아야 한다. 그래야 성공의 가능성이 열린다. 39p
-조직의 비전, 미션, 핵심가치 등은 '왜 함께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 40p
-기업이 돈을 버는거 사람이 숨을 쉬는 것과 같습니다. 숨을 못쉬면 죽지만, 숨만 쉰다고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63p
-열심히 살고 좋은 방향을 추구하면 좋은 게임이 나온다는 겁니다. 말 그래도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결정된다고 봅니다. 71p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이거나 몇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119p
-"까라면 까"와 "따라주세요"는 엄연히 다르다. 납득이 되어야 자발적으로 일한다. 157p
-'하지만 절대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된다...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사실상 멋진 경영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163p
-하지만 회사는 경쟁보다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 207p
-우리의 삶은 성취의 결과물보다 도전의 과정으로 정의된다. 271p
-우리는 결과를 정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304p
-프로젝트의 실적이 좋지 않은 책임은 오롯이 개발팀이 졌다는 것. 특히 말단의 개발 인원이 피해자였다는 점. 게임이 부진한 데에는 사업팀의 판단 실수도 있습니다. 305p
-성공을 추구하되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로부터 기꺼이 배울 각오를 갖춰야 한다.(지식산업의 노동자) 338p
-성공은 결과이지 목표가 될 수 없다. 360p
-혁신은 제약에서 나온다. 362p
-추운 나라에 사는 이 게임 제작의 정예들은 프로젝트가 엎어질 때마다 한 데 모여 성대한 축하 연회를 연다. 한번의 성공 뒤에 열 번의 실패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377p
-조직과 팀은 신뢰에서 올라간다. 383p
-모두가 비전을 완벽히 공유할 때까지는 끝없이 반복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도전과 실패의 과정에서 노하우를 쌓아 다음 프로젝트의 성공확률을 조금씩 높여가는 것이 게임업에서 승부를 보려는 사람이 일하는 방식 436p
-게임은 흥행산업이다.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443p
-'성공해야지'하고 생각하면 보수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데 '망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해보지 않은 일을 도전하게 된다. 458p
-제품에 대한 자기동일시의 부정적인 점. 제품에 대한 비난을 자기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것.
-비판은 쉽고 만들어 내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쉬운 일을 하는 사람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CD는 비판자보다는 창조에 기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469p
-우리는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 471p
-말은 내용으로 그 의미가 결정되지 않는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의해 그 의미가 결정된다. 474p
-김창한이 생각하기에 펍지가 피부로 느끼는 상황을 블루홀 경영진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펍지의 발목이 잡히는 것 같아 보이면 김창한은 불같이 화를 내거나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515p
-목표가 무엇이고 끝은 어디인가? 목표는 변합니다. 끝도 모릅니다. 숫자가 아닌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여는 그 무엇이 중요합니다. 521p
-아무런 일을 하지 않으면 아무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526p
-미래를 제한하지 않을 때, 그 가능성을 열어두었을 때에만 우리는 예상치 못한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532p
-김강석은 알지 못했다. 테라의 실패와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을 내다보지 못했다. 지난 10년간 그가 쏜 화살은 과녁을 빗나가기 일쑤였다. 그래도 과녁의 정중앙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 53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