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이야기

데미안(헤르만 헤세): 사춘기의 기억

저마다 삶은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다

by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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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년 시절은 산산히 부서져서 내 주위에서 무너져 내렸다

돌이켜 보면 꽤 심하게 왔었던 기억. 가족들이랑 말 안하기 시작하고 밖에 나가 놀고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공부 안하고.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싫고, 누구한테 뭐라 하는 것도 싫고. 매사가 불만이고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던 시절. 고등학교 즈음이었나?


그렇다고 누가 나한테 잘못한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고 바뀐 것은 내 기분이었을 뿐. 왜그랬을까 고민했던 적도 있었으나 살다보니 기억 넘어 어딘가에 묻혀 꺼내보지도 않는 유물이 되었으니. 그러다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이 되어 부모로서 언제가 가장 힘들까 생각해보니 내 사춘기 시절이 떠올랐다. 그땐 왜 그랬을까.


교과서에 나오는 흔한 말. 과도기. 아이에서 청년으로 넘어가는 질풍노도의 시기. 사전적인 정의만으로는 전혀 와닿지 않던 그 단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이제야. 근 20년 만에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세상을 부모가 가르쳐준 대로만 이해하고 살다가 부모가 해결해줄 수 없는, 부모가 알려주지 않은,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하며 삐걱거리기 시작하는 시기. 그렇게 세상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의 화살이 기존 세상의 중심이었던 부모, 가족에게로 향하고 새롭게 세상에 눈 뜨는 시기. 부모를 포함한 이전의 세상은 고루해지고 '진짜' 세상은 멋져보이는 만큼 막막하고 두렵다.


이 시기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그래서 꼭 하라한테 추천해주고 싶은 책. 어디 달라지나 한번 보자. 그때 난 부모로서 어떡해야 하지? 아이에게 미움 받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아이에게 사랑받는 마음처럼 겪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 아닐까.


ps : 중반 이후 이야기가 산으로 가면서 집중력이 확 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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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이다. 유일무이하고 특별하며 세계의 현상들이 시간 속에서 딱 한번씩만 교차하는 엄청나게 놀라운 지점이다. 7p


저마다 삶은 자기 자신을 향해 가는 길이다. 8p


나는 지금의 비밀, 이 죄악을 온전히 홀로 감내해야 하는 것임을 직감했다. 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이다. 26p


이제까지 체험들 중 가장 중요하고 영원힐 순간이었다. 아버지의 권위가 최초로 찢긴 자국이니까. 유년기를 지탱하는, 하지만 자기 자신이 되려면 반드시 무너뜨려야만 하는 기둥들에 생긴 최초의 균열이니까. 27p


나는 난생 처음 죽음을 맛보았다. 28p


나는 분명 표식을 가진 카인이었는데 수치심보다 우월감을 느꼈다.


그런 두려움이 우리를 망치는 거야.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해. 56p


지금 난 알고 있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향해 나아가는 일보다 더 하기 싫은 일은 없다는 것을 64p


자기 자신한테 멀어진다는 건 죄악이야. 사람은 거북이처럼 제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지 않으면 안돼. 88p


이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유년시절은 산산이 부서져서 내 주위에서 무너져 내렸다. 91p


우리들 마음 속에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원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들보다 잘 해내는 누군가 있음을 깨달으면 도움이 될 거야. 117p


나는 아버지에게든 다른 사람에게든 내가 변한 이유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이 변화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기대와 일치한 것은 우연이었다. 이 변화로 내가 남들 속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었고, 누군가가 내게 다가오는 것을 허용하지도 않았다. 121p


나는 내 속에서 스스로 솟아나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고 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129p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뭔가를 간절히 원해서 발견한 것이면 그건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그의 필사적인 소원이 필연적으로 그곳으로 이끈 것이다. 131p


자신의 꿈을 발견해야 해요. 하지만 영원히 계속되는 꿈이란 없어요. 1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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