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착각을 버려야 하는 이유
개인적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걸 싫어한다. 무서워한다.가 맞으려나. 앞에 나가서 얘기하면 말도 꼬이고 심장도 떨리고 머리도 하얘져서 준비했던 대로, 머리에 그리던 모습으로 발표를 마친 적이 거의 없었다. 대개는 말이 빨라져서 꼭 일찍 끝나는 경우가 많음. 그런데 최근 나름의 노하우를 알아냈다.
내려놓기
발표 초반에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걸 잘 못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건 처음이라'는 식으로 솔직하게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발표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발언으로 사람들의 기대감과 나의 기대감을 낮추니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발표나 촬영에 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건 허세나 겸손, 형식적인 치레가 아닌 아주 솔직한 고백이다. '나는 진짜 발표를 못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런 발표는 오늘 없다. 내가 상상하는 완벽한 발표와 반응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내려놓음과 동시에 발표, 촬영에서의 모습은 좋아지기 시작했다.
잡생각
그리고 또 한가지. 극적으로 긴장되는 발표 직전의 시간에 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 것인지. 한샘 주가 20만원 가면 무슨 엿 바꿔먹을 것인지. 디파이 이자로 매일 들어오는 몇 만원을 어디에 쓰는 게 좋은지. 등등 아주 쓸 데 없는 생각들을 의도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가장 집중해야 할 시간에 이런 딴 생각이 발표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도 있을텐데 나는 긴장의 끈을 놔도 의외로 뇌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듯 하다. 내가 다른 생각을 하며 의식하지 않는 와중에도 뇌가 열심히 몰래 일해주는 덕에 큰 실수는 커녕 오히려 결과가 나아졌다.
내려놓음과 잡생각. 이 두 가지 발표의 역설적 노하우가 행복한 인생의 노하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최근 읽은 두 책. 행복의정복(버트란트 러셀)과 이 책, 신경끄기의 기술을 통해 가지게 됐다. 만성적으로 품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한 부담과 기대, 확신을 내려놓는 것이 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혹은 남들이 기대하는 것처럼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우리가 바라보는 목표 외 다양한 것에 관심을 분산시키는 것. 이 두 가지가 심리적으로, 나아가 실제 우리 미래에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키 팩터가 될 수 있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부정적 감정은 행동하라는 요구다. 그걸 느끼면 당신은 뭔가를 해야 한다.
다만 이런 방식이 인생의 진리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우리 인생이 잘못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 때에는 사는 방식과 가치관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는데 내려놓기와 잡생각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하나의 시도가 될 수도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 지금 인생에 큰 불만 없고 승승장구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부작용이 날 수도 있다. 약도 아픈 사람이 먹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
책 자체가 좋은 건 모르겠음...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2669802
-모든 걸 가지려는 사람은 아무 것도 잃지 않는 인생을 살려고 하는 것과 같다. 11p
-고통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고통을 견디는 법을 배우는 법 12p
-늘 무언가를 꿈꾸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한가지 현실을 끊임없이 신경쓴다.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현실 말이다. 21p
-인간의 마음은 문제가 없으면 자동으로 문제를 만들어 낼 방법을 찾는다. 34p
-사람은 진짜로 가치있는 것에만 신경쓰는 것을 배울 때 성숙해진다.36p
-내 꿈은 거대한 산과 같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깨달았다. 난 그 산을 오를 마음이 별로 없다는 것을. 그저 정상을 상상하는 것을 좋아했을 뿐이다. 42p
-'당신은 어떤 고통을 견디고 싶은가?' 43p
-문제는 끝 없이 계속된다. 단지 바뀌거나 나아질 뿐 51p
-부정적 감정은 행동하라는 요구다. 그걸 느끼면 당신은 뭔가를 해야 한다. 54p
-자신이 평범한 존재임을 받아들이면 어떤 평가나 거창한 기대도 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이루게 될 것이다. 63p
-문제가 생기는 건 필연적이겠지만, 문제의 의미는 필연적이지 않다. 문제의 의미는 우리가 어떤 사고 방식과 평가 기준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93p
-적절한 쾌락은 필수적이지만, 쾌락에는 충분함이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103p
-한결같은 긍정은 회피일 뿐, 삶의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은 아니다. 105p
-물론 좋은 카드를 받은 사람이 승리한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각 선수가 게임 중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116p
-우리는 언제나 우리 경험에 책임이 있다. 119p
-당신이 이기적이고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과 관계 맺고 있다면 당신 역시 그런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125p
-이들은 나쁜 패를 물려 받았고 그건 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 132p
-우리는 새로운 것을 알게 될 때 '틀린' 것에서 '옳은' 것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틀린 것에서 약간 덜 틀린 것으로 나아간다. 140p
-확신은 성장의 적이다. 142p
-맛이 간 게 나 아니면 나를 제외한 전부 둘 중 하나일 때에는 내가 맛이 갔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167p
-어떤 사람이 뭔가를 당신보다 잘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당신보다 그 일에서 더 많은 실패를 맛봤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174p
-실패하지 않겠다는 건 성공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174p
-행동은 동기의 결과일 뿐 아니라 동기를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184p
-하찮은 일일지라도 일단 뭔가를 하면, 어려운 일이 금세 쉬워보인다는 사실. 18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