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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수 May 20. 2022

인간은 누구나 호의와 공감에 끌린다

한동안 블로그에만 글을 올려 브런치에 신경을 못썼네요. 1)최근에 투자 관련 글을 집중적으로 올려 여기랑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2)취업 관련 글 역시 검색에 유리한 블로그에 따로 계정을 파 채용공고, 자소서 팁 위주로 올리느라 역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겼으며 3)브런치가 불편해 잘 찾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글을 쓰는 이유는 어차피 제 글을 많은 이들이 본다고는 생각치 않기에 책임감보다는 그래도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업데이트할 공간이 하나쯤은 필요하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걍 그렇습니다..


몇년 전 퇴사한 알바에게서 연락이 왔다. 현재 다른 유튜브 컨텐츠 제작사에 다니는데 본인 컨텐츠에 한번 출연해 달라고. 그 친구는 기존에도 편집자로 일을 했었다. 출연료는 15만원으로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나 먼저 연락을 해준 게 반갑기도 고맙기도 하여 흔쾌히 수락했다. 사전 인터뷰에만 한 두어시간. 실제 촬영은 세시간 정도 소요, 시급으로 따지면 3만원이니 결과적으로 가성비 꽤나 떨어지는 일감이 되었으나 촬영도 재밌었고 오랜만에 그 친구 얼굴도 봐서 ㅇㅋ.


문제는 그 다음. 좋은 기회 준 게 고마워 내가 본인 회사 앞에 찾아 갈테니 점심이나 먹자는 연락을 했다.


1)만나기 전

나 : 밥 먹자 놀러갈게~

A : 아 뭘 와요. 나가기 귀찮아요.

나 : 햄버거 가자

A : 그걸 혼자 드시는 건 어떨까요?^^


2)당일

나 : 어우 오랜만이다

A : 뭐야 진짜 왔어요 왜. 도시락도 싸왔는데.

나 : 도시락을 왜 싸. 밥 먹기로 했잖아.

A : 아 그니까 왜 오냐고요. 같이 먹을 사람 없어서 왔죠? 친구 없어요? 아 진짜..


일단 난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고, 친구가 없는 편이지만 밥 먹고 싶을 때 부를 사람 정도는 있다. 하여간 윗사람-아랫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인간대 인간으로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꽤나 불편했음. 문제는 밥 먹는 내내 어떤 주제가 나와도 무시하는 말투. 비난하는 자세로 일관. 부하직원과의 문제에 팀장님이 꼰대라서 그렇겠죠. 아 진짜 왜 그러고 살아요. 등등. 평소 자주 연락하는 친한 사이라면 ok 했을 이야기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그것도 만남 자체를 거북하게 여긴 이에게 저런 얘기를 들으니 점점 내 감정도 상했다. 그래도 뭐 다시 볼 사이도 아니라 생각했기에 시간 맞춰 일어나 가는 길.


3)가는 길

나 : 나 요즘 일찍 일어나서 책보잖아.

A : 벌써 그럴 나이가 되셨나? ㅉㅉ

나 : 야 그래도 책 보니까 좋더라 너도 읽어봐.

A : 아 싫어요 저 책 진짜 싫어해요. 걍 혼자 보세요. 그리고 그렇게 찔끔 읽어서 뭐해

나 : 아예 안읽는 것보단 찔끔씩 한달에 한권 읽는 게 낫지

A : 아닌 거 같은데 ㅋ


여기서 폭발.


일단 내가 한가해서 온 것도 아니고, 만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결국 같이 잘돼야 하고 내가 여기 온 것도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만큼 좋은 얘기 나눌 수 있는 게 없을까 해서 온 거다. 사람은 절대 혼자서 잘 될 수 없고 같이 잘돼야 한다. (전 혼자 잘되고 싶은데요?) 그렇게 비아냥 거릴 필요는 없다. (저 비아냥댄 적 없는데요?ㅋ) 응 밥 잘 먹었어 잘가~


돌아가는 길에 먼저 든 건 후회. 왜 흥분했을까. 걍 적당히 둘러대고 보내고 안보면 되는 것을. 그리고는 결심.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자. 적어도 반겨주는 사람을 만나자. 내가 배울 수 있는 사람. 서로 가진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자. 안맞는 사람과는 절대 시너지를 낼 수 없다. 맞는 사람과도 삐끗해 서로 다른 길을 가기 일쑤인 게 인생인데 애초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거나 성향이 다른 사이의 만남은 노력 자체가 공허할 뿐.


한가지 변명을 하자면 최근에 만난 이들에게 늘 고마운 호의를 받았다. 이러한 호의에 나도 어색하지만 약소한 호의로 화답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나도 그들처럼 이러한 기브앤테이크에 익숙해져버렸다. 누군가는 피곤하게 산다. 하겠지만 이런 교류에 일단은 내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방식으로 바뀐 것 뿐.


인간은 누구나 호의에 끌린다. 그리고 공감에 목말라 있다. 초면에 다짜고짜 화내고  때리는 사람보다는 친절한 한마디, 아니면 밥이라도 사주는 사람이  좋은  인지상정. 내가 누군가에게 바라는 만큼  누군가 역시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적당히 받고 적당히 주고. 그게 인간관계의 기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아주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 그렇게 생각하니 사준 햄버거 값이 아깝지 않네…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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