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블로그에만 글을 올려 브런치에 신경을 못썼네요. 1)최근에 투자 관련 글을 집중적으로 올려 여기랑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2)취업 관련 글 역시 검색에 유리한 블로그에 따로 계정을 파 채용공고, 자소서 팁 위주로 올리느라 역시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겼으며 3)브런치가 불편해 잘 찾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글을 쓰는 이유는 어차피 제 글을 많은 이들이 본다고는 생각치 않기에 책임감보다는 그래도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업데이트할 공간이 하나쯤은 필요하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걍 그렇습니다..
몇년 전 퇴사한 알바에게서 연락이 왔다. 현재 다른 유튜브 컨텐츠 제작사에 다니는데 본인 컨텐츠에 한번 출연해 달라고. 그 친구는 기존에도 편집자로 일을 했었다. 출연료는 15만원으로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돈이나 먼저 연락을 해준 게 반갑기도 고맙기도 하여 흔쾌히 수락했다. 사전 인터뷰에만 한 두어시간. 실제 촬영은 세시간 정도 소요, 시급으로 따지면 3만원이니 결과적으로 가성비 꽤나 떨어지는 일감이 되었으나 촬영도 재밌었고 오랜만에 그 친구 얼굴도 봐서 ㅇㅋ.
문제는 그 다음. 좋은 기회 준 게 고마워 내가 본인 회사 앞에 찾아 갈테니 점심이나 먹자는 연락을 했다.
1)만나기 전
나 : 밥 먹자 놀러갈게~
A : 아 뭘 와요. 나가기 귀찮아요.
나 : 햄버거 가자
A : 그걸 혼자 드시는 건 어떨까요?^^
2)당일
나 : 어우 오랜만이다
A : 뭐야 진짜 왔어요 왜. 도시락도 싸왔는데.
나 : 도시락을 왜 싸. 밥 먹기로 했잖아.
A : 아 그니까 왜 오냐고요. 같이 먹을 사람 없어서 왔죠? 친구 없어요? 아 진짜..
일단 난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아니고, 친구가 없는 편이지만 밥 먹고 싶을 때 부를 사람 정도는 있다. 하여간 윗사람-아랫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인간대 인간으로 이런 커뮤니케이션이 꽤나 불편했음. 문제는 밥 먹는 내내 어떤 주제가 나와도 무시하는 말투. 비난하는 자세로 일관. 부하직원과의 문제에 팀장님이 꼰대라서 그렇겠죠. 아 진짜 왜 그러고 살아요. 등등. 평소 자주 연락하는 친한 사이라면 ok 했을 이야기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그것도 만남 자체를 거북하게 여긴 이에게 저런 얘기를 들으니 점점 내 감정도 상했다. 그래도 뭐 다시 볼 사이도 아니라 생각했기에 시간 맞춰 일어나 가는 길.
3)가는 길
나 : 나 요즘 일찍 일어나서 책보잖아.
A : 벌써 그럴 나이가 되셨나? ㅉㅉ
나 : 야 그래도 책 보니까 좋더라 너도 읽어봐.
A : 아 싫어요 저 책 진짜 싫어해요. 걍 혼자 보세요. 그리고 그렇게 찔끔 읽어서 뭐해
나 : 아예 안읽는 것보단 찔끔씩 한달에 한권 읽는 게 낫지
A : 아닌 거 같은데 ㅋ
여기서 폭발.
일단 내가 한가해서 온 것도 아니고, 만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결국 같이 잘돼야 하고 내가 여기 온 것도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만큼 좋은 얘기 나눌 수 있는 게 없을까 해서 온 거다. 사람은 절대 혼자서 잘 될 수 없고 같이 잘돼야 한다. (전 혼자 잘되고 싶은데요?) 그렇게 비아냥 거릴 필요는 없다. (저 비아냥댄 적 없는데요?ㅋ) 응 밥 잘 먹었어 잘가~
돌아가는 길에 먼저 든 건 후회. 왜 흥분했을까. 걍 적당히 둘러대고 보내고 안보면 되는 것을. 그리고는 결심.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자. 적어도 반겨주는 사람을 만나자. 내가 배울 수 있는 사람. 서로 가진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자. 안맞는 사람과는 절대 시너지를 낼 수 없다. 맞는 사람과도 삐끗해 서로 다른 길을 가기 일쑤인 게 인생인데 애초 서로 이해관계가 맞지 않거나 성향이 다른 사이의 만남은 노력 자체가 공허할 뿐.
한가지 변명을 하자면 최근에 만난 이들에게 늘 고마운 호의를 받았다. 이러한 호의에 나도 어색하지만 약소한 호의로 화답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나도 그들처럼 이러한 기브앤테이크에 익숙해져버렸다. 누군가는 피곤하게 산다. 하겠지만 이런 교류에 일단은 내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방식으로 바뀐 것 뿐.
인간은 누구나 호의에 끌린다. 그리고 공감에 목말라 있다. 초면에 다짜고짜 화내고 뺨 때리는 사람보다는 친절한 한마디, 아니면 밥이라도 사주는 사람이 더 좋은 게 인지상정. 내가 누군가에게 바라는 만큼 그 누군가 역시 나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적당히 받고 적당히 주고. 그게 인간관계의 기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 아주 좋은 계기였다고 생각. 그렇게 생각하니 사준 햄버거 값이 아깝지 않네…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