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나 철저한 계급주의에 관한 내용으로 읽는 내내 상당히 불편했던 책. 그런 듯, 아닌 듯 상류계급에 대한 동경을 교묘하게 미화했으나 한번 더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누구나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래선 안되는 걸 알지만 누구나 사회적 계급에는 차등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좀 더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고자 하는, 적어도 더 낮은 계급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아하는 욕구가 있다. 윗 동네가 뭐가 좋아, 어차피 보기에만 그럴 뿐 더 불안하고 우울한 놈들이 상류계층이야, 그런 것까지 신경쓰고 살면 피곤해서 어떻게 살아? 식의 사고는 대개 르상티망식 삐뚤어진 심리일 가능성 농후. 내 안의 이러한 당연한 상승욕구를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됨으로써 흥미로운 한편 불편함을 느꼈다.
책에서는 상류층의 다양한 아비투스가 소개된다. 아비투스는 타인과 나를 구별 짓는 취향, 습관, 아우라로 계층 및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이라 설명한다. 결국 계급마다 공유하는 사고 방식, 말투, 행동 등이 있는데 진정한 상류층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아비투스를 인지하고 내재화해야 한다는 게 책의 요지.
이러한 것들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 이 책의 근원지인 유럽 아닐지. 특히 영국의 경우 노동자 계급의 언어, 상류층의 언어는 다르다. 노동자들은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즐기고 상류층은 와인, 위스키를 마시며 폴로, 크리켓을 즐긴다. 저자는 노동자임에도 와인, 위스키를 배우고 폴로, 크리켓에 흥미를 가져야 더 나은 아비투스가 내재화되고 실제 상류층이 되었을 때 그들과 무리없이 섞일 수 있다 말한다.
저자는 제대로 된 아비투스에 대한 이해 없이 돈만 벌어 성공한 일부 신흥 부자들이 뒤늦게 상류 사회에서 겪는 부적응, 소외 등의 사례를 딱하다는 듯이 드나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성공하기 위해서만 매진했기 때문임을 간과한다. 개천에서 용이 된 이들에게는 상류층의 아비투스 따위는 중요치 않다. 그들에겐 생존과 상승에 대한 욕구, 그리고 노력이 인생의 전부였다. 여기서 노력은 상류층 아비투스에 대한 관심, 학습, 탐닉이 아닌 성공으로 집중되어야 한다. 생존을 위해, 나아가 성공을 위해.
"상위 10%, 나아가 상위 3%의 고급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이 위로 도약한다. 이것을 못가진 사람은 위로 오르지 못한다."
승리를 지키기 위한 전략과 마인드, 밑바닥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전략과 마인드는 다를 수 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 아버지한테 사업을 물려받을, 모든 걸 가진 상류층 출신 경영 후계자와 자수성가로 성공해야만 하는 가난한 스타트업 창업가의 자세는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많아야 한다.역사를 보면 혁명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개국공신들이 이후 안정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는 영 꽝인 사례가 여럿 나온다. 메이지 유신 시기 사이고 다카모리와 오쿠보 도시미치 사례가 대표적. 결국 각자의 상황에 적합한 아비투스가 있는 것이지 상류층의 아비투스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이해가 작가의 머릿 속에 부재하다. 전형적인 펜대만 굴리는, 유복한 집안 출신 학자의 사고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읽는 동안 꽤나 신박하다 생각하고 일부 황새 따라하기에 혹하는 장면도 있으나 다 읽은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돌이켜 보면 결론은 의미 없다. 부질 없다. 지금 당장 클래식을 억지로 듣고 승마를 배우며 그들의 말투와 표정을 따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돈 벌 궁리나 하자. 주변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고 좀 더 배려하는 것을 게을리하지만 않으면 된다. 당장 열심히 돈 벌어 윗 층으로 올라갈 노력만 하자. 말년에 지하 단칸방에서 홀로 짭퉁 보석을 차고 거울 앞에서 환상에 젖어 부자 흉내내는 노망난 할배는 싫다. 지하 단칸방에서 클래식 와인 크리켓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청하에 노가리를 뜯어도 윗층이 낫다. 상류층 아비투스인지 아비트라지인지는 그 다음에.
결론적으로 저자의 과하게 삐뚤어진 상류층에 대한 환상이 불편하긴 했으나 충분히 배울만한, 나를 돌아보게 되는 의미 있는 내용의 책이긴 했다. 기억하고자 하는 부분은 빠짐없이 필사로 남김.
"성공한 사람은 결코 삶을 탓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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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비투스도 돌에 새겨지지 않았다. 5p
-상위 10%, 나아가 상위 3%의 고급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이 위로 도약한다. 이것을 못가진 사람은 위로 오르지 못한다. 22p
-상류층 자녀들은 책임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훈련하고, 어려서부터 구별짓기와 탁월함을 몸에 익힌다. 26p
-중산층 전체의 전형적인 아비투스는 성과 및 지위추구이다. 26p
-"당신은 볼 수 없는 것이 될 수 없다." 27p
-부르디외의 운명 순응은 자신과 같은 계급의 다른 사람이 성취한 것을 기준으로 야망을 품는다는 뜻. 27p
-"아비투스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끊임 없이 변한다." 28p
-우리는 타고난 취향, 가치관, 성향을 그대로 받아 들이는 대신 자신이 닮고 싶은 역할을 배우고 행동한다. 32p
(심리자본)
-누구나 최정상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학습한 것을 끈질기게 고집하지 않는 한, 그리고 늘 하던대로 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40p
-오늘 우리가 경험하고 배우고 듣고 행하는 것이 내일의 우리를 만든다.
-더 많이 이루고자 한다면, 위로 도약하는 데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은 성장마인드셋이다. 43p
-아직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역경이 닥치면 괴로워하고 심지어 원망하는 반면, 행동력 높은 사람은 주저앉지 않고 재빨리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46p
-실패는 다음 성공을 위해 존재한다. 49p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우연한 행운, 직접적 후원, 부자 애인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일한다. 52p
-대담성은 성격보다 자원의 문제이다. 53p
-무슨 일이 벌어지든 다 잘될 거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53p
-어려서부터 성공한 사람들에 둘러 싸여 성장한 사람일수록 쉽게 자신감을 갖는다. 54p
-야망에는 공격성이 필요하다. 울세탁 코스로는 우두머리가 되지도 못하고 그 지위를 유지도 못한다. 65p
-자신의 유한성을 알고 더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바로 필생의 사업이다. 70p
(문화자본)
-취향이 돈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84p
-문화자본은 어떤 자본보다 사회적 경계를 더 많이 만들고 이 경계는 한번의 도약으로 뛰어 넘을 수 없다. 85p
-개인의 선호가 아니라 사회적 지위가 취향을 결정한다. 88p
-이미 소유한 것의 가치는 금세 떨어지고 떨어지고 습관화는 재미를 줄인다. 107p
(지식자본)
-우리의 머리는 생각의 공장으로 바뀔 것이다. 즉, 정보보다 정보를 기반으로 무엇을 만드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124p
-대학 교육을 통해 계층간 차이가 줄고 세계관이 넓어지며 취향과 야망이 비슷해진다. 129p
-최정상에 있는 사람은 지식보다는 대화나 사고능력, 개방성 등 지식을 다루는 '방식'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 138p
-'창의성이란 아이디어를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의식적 결정이다'...목적의식을 가지고 시장을 관찰하고, 아이디어의 잠재성을 가늠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모든 회의론을 견디는 능력이 중요하다. 143p
-평범한 이들은 좋은 성적과 졸업장으로 노력하는 자세를 익히고 성과를 통해 두각을 나타내는 법을 배운다. 146p
-상사를 뒤처진 사람으로 보이게 해선 안된다...비판할 때에는 제안인 것처럼 포장하라. 153p
(경제자본)
-그의 행복 레시피는 '소유하기, 사랑하기, 존재하기' 이다...돈, 관계, 의미.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어루러질 때에만 우리는 살 가치를 느낀다. 166p
-돈은 단지 욕구를 채워주는 수단에서 끝나지 않는다. 돈은 성과, 명성, 성공의 척도이기도 하다. 169p
-구두쇠 아비투스는 많이 성취하고, 적게 경험하고 통장과 시세차익만 보는 좁은 시야를 갖는다. 187p
-부모는 자식에게 성공의 발판을 마련해줘 출발선에서 앞서가도록 하되 포대기에 꽁꽁감써서 자식의 자발성까지 질식시켜선 안된다. 190p
-자식을 집에서 내보내지 않고 현실의 고난을 겪도록 격려하지 않으면 그들은 결코 자기 삶을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191p
-자기 힘으로 돈을 벌고 모으는 일은 심리 자본을 강화하고 자신의 능력을 키울 가능성을 열어준다. 193p
-하류층은 돈으로 기본 욕구를 채우고 중산층은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상류층은 보존하고 투자하고 늘린다. 194p
(신체자본)
-오늘날 우리가 꾸미고 연출하는 이유는 우리 안에 들어 있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다. 206p
-어떤 식으로든 잘 생겼고 올바르게 행동하면 기회가 증가한다. 210p
-복장은 역량과 개별성을 강조하고, 소속을 드러내며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야 한다. 213p
-상류층은 각자가 자신의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고 여기고 하류층은 건강을 선처넉이라고 생각한다. 220p
-건강한 신체가 개성과 사회적 성공을 외부에 알린다. 221p
-스포츠에서 자신과 싸워 이기는 사람은 다른 일에서도 높은 성과를 올린다. 225p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재미있게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 235p
-당신의 안위를 위해서 충분한 잠, 운동, 올바른 섭식, 넉넉한 휴식, 충분한 야외활동이 필수다.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228p
(언어자본)
-성공한 사람과 기업가들은 의식적으로 한번씩 덜 고상한 표현을 쓴다...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표현을 쓰면서도 형식을 보존한다. 243p
-소통에서 지위의 미세한 차이를 고려하는 사람이 집단에서 인정받는다. 246p
-자발적 금욕은 가장 풍족한 사람들에게 가장 매력적이다. 252p
-큰 동물은 작은 동물에 얕잡아 보이는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254p
-①업무 얘기는 적게 ②설명은 적게 ③폭로를 적게 250p
-다른 사람의 업적을 드러내어 크게 인정하는 태도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결속력을 다진다. 259p
-모든 발언은 말해야만 하는 것과 암묵적 규칙에 따라 말해도 되는 것의 타협안이다. 261p
-그들은 같은 계급 안에서 서로를 축하하고 의식적으로 교류한다. 저마다 자기 위치에서 특별한 존재다. 259p
-언어는 내용을 교환하기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언어는 언제나 부와 지위, 그리고 권력을 표시한다. 272p
-성공한 사람은 결코 삶을 탓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는다. 그럴 이유가 없으니까. 277p
(사회자본)
-부유한 가정의 아들딸들은 스스로 실력자라고 느끼고 출신배경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반면 빈곤층 자녀들은 자기들에게 무엇이 없는 지를 어려서부터 아프게 깨닫는다. 287p
-주변사람들이 우리의 아비투스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특별히 애를 쓰지 않아도 된다.아비투스는 전염되기 때문이다. 294p
-무리의 지배적인 양식과 내부 언어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좋고, 적어도 비판을 해서는 안된다. 301p
-연락처의 개수보다 같은 야망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질이 더 중요하다. 308p
-노력하되 무언가를 돌려 받게 되리란 기대를 버려라...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된다. 무언가를 수확하려면 무언가를 뿌려야 한다. 304p
-하류층의 자녀들은 모범적인 조언자와 롤모델을 갖는 경우가 훨씬 드물다. 그 차이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좋아하는 이모가 슈퍼마켓 계산대에 앉았느냐, 아니면 자동차 기업 아우디의 전략기획팀에 앉았느냐가 어린 조카의 아비투스에 영향을 미친다. 311p
-왜 우리는 경쟁 대신에 더 많이 자주 협력하지 않는가. 왜 우리는 최정상 리그에서처럼 친구와 지인들의 친분을 관리하지 않고 피상적인 관계에 만족할까? 32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