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롯데월드에 다녀왔다. 그나마 기억 나는 롯데월드의 추억은 95년 국민학교 5학년 때 그리고, 2002년 수능 끝나고 나서. 그리고 무려 20년 만에 다녀온. 하 진심 틀딱이다. 그때 태어난 애가 있다면 지금 대학생임..
돌아오는 길에 운전하면서 든 20년만에 다녀온 롯데월드 소감.
0) 부글부글
그야말로 추억의 용광로. 누군가는 과거 추억을 여기저기 꺼내느라 바쁘고 누군가는 추억을 쌓느라 바쁘고. 즐거운 기억이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은 먼지가 되어~~
1) 난 왜 그 흔한...
롯데월드 데이트를 한번도 안했을까. 놀이기구 극혐-이라 쓰고 무서워함-하기도 하지만 그냥 한번 쯤 놀러올 수도 있찌 않았을까? 수번의 연애 통틀어 한번도 온적이 없음. 꺄르르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들 보며 아 한번 와볼 걸 하는 생각이.
2)세상은 변한다 아니 안변한다 아니 변하
일단 변치 않는 건 수많은 시설, 장식, 음식점 등등. 그때 그대로다. 여전히 추러스는 불이나케 팔리고 그때 봤던 놀이기구, 캐릭터 동상들도 그대로다. 뭔 동화 속 할아버지도 아직도 그대로 놀이기구 속에 살아계심.
하지만 풍경은 생경하다. 일단 교복. 죄 교복을 입고 있길래 뭔 중고딩 수학여행 러쉬인가 했는데 아줌마 아저씨들도 교복입고 있고 교복도 좀 야시꾸리 얄딱구리 구리구리한 디자인도 있어서 뭔가 했더니 교복을 빌려주는 샵이 롯데월드 안에 있어서 애고 어른이고 죄 거기서 맘에 드는 디자인 교복을 갈아입고 다님. 교복을 왜 입지? 대학교 때 만우절 때 꼭 입는 애들도 있었는데 이분들도 같은 이유인가? 걍 관종력?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하는? 약간 경복궁 앞 구리구리한 한복 빌려 입는 관광객 마인드인가? 노이해. but 교복러 비율 80%는 됨.
또 할로윈. 하여간 20년 전에는 단오도 안챙기는 것들이 뭔 할로윈이냐 적어도 논란의 시기, 과도기는 되었으나 이젠 이론의 여지가 없이 할로윈의 나라 한국입니까? 수준. 다들 교복에 이상한 분장, 악세사리. 아니면 아예 복장부터 간호사, 딱붙는 간호사옷, 짧은 간호사옷 뭐 그런 거...
호불호를 떠나 아무튼 껍데기는 같지만 아예 다른 곳이 되었다는 걸 느낌.
세상이 다 이런 거 아닐까. 대충 보면 세상일 다 똑같은 거 같아도 자세히 보면 같은 걸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뀌어 있는. 불변과 새로움이 공존해 있는. 20년 전의 내가 타임머신 타고 와 문 닫힌 롯데월드를 한바퀴 둘러만 보면 아 세상 똑같구나 ㅎㅎ 이러고 돌아가서 세상 안변해요 별 거 없어요 하기 쉬우나 우리는 알지. 금마가 멍청한 놈인 걸.
하지만 현재의 나 역시 비슷하게 멍청하다. 늘 바뀌는 세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한번 씩 고개 들어 이렇게나 '갑자기' 세상이 바뀐 데 충격을 받으며 자꾸 더 골방으로 들어가려 한다.
잡설이 길었는데. 세상은 변하지 않는 한편 변한다. 중요한 건 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 그 변화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게 인생 편히 사는 지름길이다. 20년 째 씨불헐 것들 단오도 안챙기는 것들이... 하며 ㅂㄷㅂㄷ대는 사람은 돈도 못벌고 인생이 행복하지도 않다. 교복 입고 돌아다니는 이들 보며 어휴 저따위 짓은 왜 하는 거야 ㅉㅉ.. 혀를 차기만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내가 좋든 싫든 세상은 이미 그렇게 변했다. 변화를 외면하고 거부하는 이에게 남는 건 불평, 부정, 소외, 가난 뭐 그런 거.
다 좋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정해서도 안된다. 불변의 가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변치 않는 건 없다며 늘 새로움만 추구하는 인생도 피곤하다. 그러다 지쳐 쓰러져 힘이 들땐 내게 기대yo..
중요한 건 균형적인 시각. 하지만 인간은 관성의 동물. 익숙한 것이 편하고 새로운 것은 경계하기 마련이다. 그냥 유전자가 그렇다. 그러므로 새로운 걸 의식적으로 접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늙어서 외롭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