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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bre Apr 27. 2017

브런치를 시작하며

내 글쓰기의 팔할은 싸이월드에서 시작되었다

 페이스북의 등장 탓이었는지 네이트의 횡포 탓이었는지 싸이월드가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던 때를 잊지 못한다. 싸이월드의 열혈 유저였던 나는 페이스북으로 주 무대를 옮긴 이후에도 싸이어리에 꾸준히 글을 쓰곤 했다. 그럼 왠지 인디밴드를 좋아하는 사람들만의 묘한 인디부심 같은 것이 생기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이월드를 아주 떠나게 된 것은 2년 전쯤 본격적으로 시작된 싸이월드 개편 때였다. 미니홈피 UI가 엉망진창이 되어 더는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싸이어리를 떠나보내며 당시 나의 생각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 아래는 그 글의 일부다.


(2015.11.06 씀)

 잘 만든 영화나 잘 그린 그림을 본 직후에는 그 사람에 대한 리스펙이 마구 솟구치는데 그 존경의 끝에 나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덧붙는 것이 있다면 '잘 쓴 글'이다. 그래서인지 글을 쓸 때는 시간이 유독 오래 걸리는 편이고 누군가의 공감을 얻고 싶을수록 그 시간은 더 길어진다.
 하루를 보내며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이 재밌다. 나에게 있었던 일을 글로 쓰고 지우다보면 그것이 텍스트에 지나지 않는 순간이 오는데 그 이후에는 어떤 힘들었던 일도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그 때의 마침표가 좋다. 무심코 예전에 쓴 글을 읽으면서 과거의 나에게 위로받는 뭉클함도 좋다.
 지극히 사적인 일기에 지나지 않는 그런 글들은 사실 공개적인 공간에 올리기엔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 그래도 꼭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올렸던 이유는 한 사람이라도 읽는 사람이 있다는 전제하에 글을 써야 더 신중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가 되겠다. 천성이 게으르기때문에 꾸준히 써보자고 마음을 먹으면 오히려 부담이 될 테고 싸이어리를 쓰던 그 때의 여유정도로만 쓰려고 한다. 글쓰기 실력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지만 인생경험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할 말은 많겠지. 싸이월드에서 페이스북으로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이 곳 브런치로 옮겨온 나의 마침표들에게 작별과 환영의 인사를 동시에 보낸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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