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간절히 소망하고 바랐지만 내 뜻대로 되지 않고 결국 이루어지지 않아서 마음을 내려놓았는데, 그 후에 바라던 일이 일어나는 경험 말이다. 살다 보면 그렇게 노력할 땐 되지 않던 일이 중요성을 빼버리자 나에게 알아서 오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단순한 우연일까?
나는 중요한 일일수록 중요성을 빼는 연습을 하는데 신기하게도 중요성을 빼면 뺄수록 더 여유가 생기고, 일이 더 잘 풀리는 편이었다. 이는 사람을 상대할 때도 적용되었다. 어떤 사람의 생각은 그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결국에 상대에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나의 현실이라는 말 또한 생각 자체가 가지는 어떠한 에너지 또는 기운 때문에 그것이 현실에서 물질화되는 것일 수도 있겠다. 무슨 일이든 머리로 생각하기보다 느낌이나 직감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정확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중요성을 뺀다는 것은 모든 일을 성의 없게 하고, 별다른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결과가 안 좋더라도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일이 나에게 잘 풀리지 않더라도 결과적으로 나에게 좋은 쪽으로 되도록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면접이든 회의든 중요한 일일수록 더더욱 그랬다. 내가 어떤 두 사람과 중요한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선택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와 B는 똑같이 좋은 조건을 제안했지만 중요성을 지나치게 부여하고 있는 A에게는 텐션을 느낄 수가 있고, 중요성을 빼고 저항의 에너지(긍정이든 부정이든 에너지가 과한 상태)를 내뿜지 않는 B에게서는 여유가 느껴진다. 그러면 A에게 더 마음이 갈 확률이 높다. 꼭 행동이나 태도에서 드러나지 않더라도 우리가 무언가를 직감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한 사람의 내면의 생각이 에너지화되어 나오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일에 중요성을 최소화한다는 것은 비슷한 의미로 에크하르트 톨레는 저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의 내맡김의 지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흔히 오해할 수 있는 내맡김의 개념은 패배나 포기, 삶의 도전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며 계획을 세우지 않고 긍정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내맡김은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맡김은 삶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따른다는,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지혜입니다. 당신이 삶의 흐름을 경험하는 유일한 장소는 '지금'이므로, 내맡김이란 지금의 순간을 무조건적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에 대한 내면의 저항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내면의 저항은 마음의 판단과 부정적 감정을 통해 있는 그대로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특히 세상살이가 잘못 돌아갈 때 그렇게 말하게 되는데, 그것은 당신의 마음이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것과 지금 있는 것 사이에 격차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고통의 틈새입니다.
이 내맡김의 지혜는 내가 스트레스받는 상황에 놓일 때마다 내가 생각에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지금 이 순간에 나한테 일어난 일을 통해서 나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일을 생각하고, 걱정하며 지금 이 순간에 나를 내맡기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놓쳐버리거나, 두려움, 무기력과 같은 감정들이 내가 합리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어떤 일에 대해 중요성을 크게 부여하지 않으면 내맡김이 조금 더 수월해지는 것 같다. 내맡기게 되면 부정적인 감정에서 나오는 행동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타당한 행동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살다가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느끼는 '직감' 또한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고 있을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과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나 긴장이 되는 상황에 놓여 있을 때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그 상황에 놓여있는 나를 바라보자. 내가 과연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이 아닌 미래나 과거에 휩쓸려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들을 떠올려본다면 감정에 매몰되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못하게 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때에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아무런 꼬리표를 달지 말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 보자. 지금 이 순간에 현존하고 있을 때, 아무런 저항 없이 나를 내맡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