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디폴트값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에는 디폴트라는 말이 있다.
내 맘대로 굳이 해석한다면 디폴트는 “기본값”을 좀 가볍게 표현하는 말이다.
삼십 대가 되면서 한차례 관계에 대한 생각을 했었다. 정말 좋아하는 친구들과 10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면서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삼십 대가 되어 다투게 된 것이다. 그 계기로 더 친해지긴 했지만, 다투고 나서 관계가 더 좋아질 때까지 시간은 나에게 깊은 자국을 남겼다. 내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면서 나는 관계에 있어서의 나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인간관계에서 나의 디폴트 값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첫인상이 좋은 기준에 대해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얼굴에 미소가 있는 사람은 첫인상에 좋은 느낌을 줄 수가 있다. 하지만 나는 웃기지 않은 말을 듣고 웃을 생각도 없다.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큰 의미 부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미소를 지을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한다.
누가 나를 굳이 왜 좋아하겠는가? 관계에는 에너지가 소모된다. 나는 그 에너지를 아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퍼부어 주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잘 모르는 타인이 나를 보았을 때 굳이 좋은 느낌을 받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는 이 태도를 아직까지는 변화시키고 싶지는 않다.
나는 내 나름대로 눈치가 굉장히 빠른 편이다. 특히나 누가 나를 싫어하고 깔보는 것은 누구보다 빠르게 눈치챈다. 그런 내가 어릴 적에는 피곤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을 느끼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리고 싫어하는 사람에게 내가 신경을 퍼붓는다 한들 그 사람의 속마음이 바뀔 것이란 보장이 없다. 불쾌한 감정에는 무관심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지이지 않나?
주변인들과 나를 비교했을 때 나름대로 나의 기억력은 좋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분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그 자리에서 대응하고 나서, 다 잊는 편이다. 차라리 빠르게 표현하고 나면 그 감정도 사라지는 것 같다. 기분 나쁜 행동을 오래 간직하면 나만 손해이지 않을까?
나에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생기면 정말 치열하게 그 고민을 한다. 하지만 그 고민을 길게 끌고 가진 않는다.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은 보통 혼자 하는 게 편하다. 그래서 내가 빨리 처리하고 없애 버리고 싶은 고민들은 모두 혼자 처리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그걸 말하고 얘기하고 상기하는 시간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디폴트 값을 정리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