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차마 하지 못한 가슴속 한마디

by 초이

나는 참 무뚝뚝하다. 누군가에게 진심을 가득 담아 말해본 적이 손에 꼽는다. 누군가와 통화를 잘하지도 않지만, 간혹 통화를 하게 되면 옆에서 듣고 있고 있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곤 한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밤 12시쯤 내가 집에 없으면 엄마는 나를 찾았다. 내가 일을 하든지 밖에서 놀고 있든지 전화를 했다. 일하다가 받을 때면 빨리 일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받아서 끊으라고 하기 바빴다. 그 전화 내용을 들은 사람들은 엄마한테 왜 화난 거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화가 난 게 아니다. 그냥 내 말투였다. 그 말을 몇 번 듣고 나는 나의 통화 방식에 대대적 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10년이 지난 지금도 엄마가 전화 오면 최대한 다정하고 따뜻하게 받으려고 노력한다. 엄청난 학습의 결과이다.






나에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입 밖으로 꺼내면 낯간지러워서 힘든 것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따뜻한 말을 애초에 사용하지 않아서 쓰지 않는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내 생각 회로에는 따뜻한 말이 최소화되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10번 정도 보고 싶다고 표현하면 나는 겨우 두어 번 표현을 한다. 친구의 표현은 거창하고 수려한데 내 표현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내 맘 알지? 난 정말 네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나 싶어. 자주 못 봐서 너무나 서운해.” 이렇게 긴 문장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자주 만나자.”







이러한 표현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에는 그 조차도 표현하지 못했다. 내 진심은 그게 아닌데 정말 소중하기 그지없는데 입에서 나오는 말은 참으로 정제되어 있다. 내 생에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사람들에게 진심을 담아 그들이 얼마나 소중한 지 말하고 싶다. 만나기 전에 연습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연습한 말을 반의 반도 하지 못한다. 나는 무엇이 두려워 이렇게 무뚝뚝함을 가장해 속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내 마음을 가득 담아 그들의 눈을 보며 말하고 싶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야. 내 세상에 당신이 없었다면 나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을 거야.”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갑자기 아무도 허용하지 않은 단순화 작업이 펼쳐진다. “오래오래 살아.” 이게 저 말인지 누가 알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 마음을 나는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 대신하려 한다. 말로 할 수 없으니 몸으로 때우기! 소중한 그들에게 누군가가 필요한 순간, 그 옆에 항상 있어주려 한다. 비록 따뜻한 말 한마디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뚝뚝한 멍청이지만, 우직하게 있어주는 것은 잘할 자신이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나의 이 무언의 텔레파시를 받아주었으면 좋겠다. 무수히 남아있는 그들의 시간에 계속 내 자리가 남아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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