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 T’aime

쥬뗌므

by 초이

새 학기가 되었다.

교실을 둘러보니 아는 얼굴도 있고, 모르는 얼굴도 있다. 항상 그렇듯 출석부 순서로 자리를 배치한다. 다른 학교와 달리 이동수업을 하는 우리 학교는 담임 선생님의 강의실이 교실의 역할을 대신한다. 교과목 특성상 분단 지어 앉다 보니 같은 분단에 앉은 친구들보다 옆 분단에 앉은 친구와 거리가 훨씬 가까웠다. 그 애는 내 옆 분단에 앉아 있었다.

처음 만난 건 이때의 새 학기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도 같은 반을 했던 적이 있었다. 낯가림이 심했던 그때는 그 애와 친하게 지낸 적은 없었다. 혹시나 기억을 하지 못할 수도 있기에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체육 시간에 수영복을 두고 와서 수영 수업을 구경할 수 있는 곳에서 수업하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 애도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았나? 근처에 앉아 있었다. 반에서 잘 떠들고 시끄러운 쪽에 속했던 그 애는 그 안에서도 누구보다 큰 데시벨로 떠들고 있었다. 노래를 열창하기까지 했다. 정말 대단한 활발함이라는 생각과 함께 시선이 갔다. 그러다 갑자기 시선이 닿았다. 그 애는 짓궂은 표정을 짓더니 노래에 맞춰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한참 당황스러워하던 나를 구경하더니 나와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다고 기억나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나도 대충 기억난다고 얼버무렸다. 그때부터 그 애는 시도 때도 없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늦은 밤, 학원을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웬 자전거 한 대가 내 앞에 다소 위협적이게 멈춘다. 화들짝 놀라며 올려다보니 그 애였다. 수업 시간에 대뜸 기침하는 척하면서 별명을 부르거나, 쪽지시험을 치고 서로 바꿔 채점할 때 굳이 내 시험지를 자기가 가져가고 나에게 자기 시험지가 오게 한다거나 하는 장난을 많이 쳤다. 어이가 없어서 투닥거리는 시간이 늘어났다.

친구의 권유로 옮긴 학원에 간 날, 그 애가 앉아있었다. 이 학원에 다닌다고? 괜히 신경이 쓰였다. 학교에서보다는 나름 진중한 모습에 의외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언가 계속 얽히고 있다며 혼자 의미 부여를 한다. 큰일 났다. 저 장난기 가득한 말썽쟁이가 새삼 마음에 들어왔나 보다. 그 어느 것 하나 좋아할 구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시험기간, 학원에서는 집에 못 가게 하고 강제 자율학습을 시킨다. 앉아있다가 도저히 집중이 안 돼서 당시 들고 다녔던 MP3를 꺼내 들었다. 노래를 들으며 집중하려고 하는데, 말썽 부릴 걸 찾던 하이에나는 덥석 먹이 거리를 물었다. 내 이어폰 한쪽을 빼앗아 듣기 시작했다. 하필 왜 이 노래였을까? 그리고 왜 하필 그때 눈이 마주쳤을까? 그때 왜 이 가사가 흘러나온단 말인가?

“널 사랑하나 봐 사랑에 빠졌어. 이 기분 좋은 느낌이 변함없길 바래.”

나는 오랫동안 그 애를 좋아했던 것 같다. 좋아한다는 마음을 부정해 봐도 이미 시선 끝에는 그 애가 항상 있었다.

시간이 흘러, 졸업 후 고등학교는 그 애와 갈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에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그 애였다. 몇 번의 문자를 주고받았지만, 자주 볼 수 없는 그 애와 나는 나눌만한 대화가 없었다. 우리는 그렇게 멀어졌지만, 나는 그 후에도 그 애를 꽤 오래 혼자 좋아했다.

쥬뗌므 노래도, 그 애도 기억 속에서 잊힐 때쯤, 갑자기 리메이크가 되어 유행곡이 되었다. 잊고 있던 그 애가 다시 떠오른다. 그 시절 아무도 모르던 내 짝사랑도!





Je T’aime라는 노래를 듣고 쓴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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