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사람들 중 가장 부지런한 사람의 여행기(1)

베트남 호이안, 다낭 여행

by 초이


19년 이후 거의 4년 만에 해외로 나왔다. 일정을 짜는 것조차 벅찰 만큼 할 일이 많아서 중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정말 하나도 준비를 하지 않았다. 물론 내 성격에는 이게 맞다. 다 정하고 가는 게 어렵다. 생각보다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왔어도 여행 과정은 비교적 순탄했다. 비록 그랩 기사와 만나는 게 엇갈릴 때마다 진땀이 났지만, 그 정도는 귀여운 수준의 당황이다.


오랜만에 타는 해외행 비행기 속 뷰!


출발할 때 한국은 비가 내렸다.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다낭도 비 예보가 잔뜩이었다. 살짝 걱정됐지만, 나름대로 날씨 요정이라 자부하기 때문에 나를 믿고 갔다. 놀랍게도 날씨가 쾌청했다. 나에게 정말 날씨 요정이 붙어있나? 더워서 빨리 물로 뛰어들고 싶었다. 다낭 공항에서 해야 할 것을 마치고 호이안으로 이동했다. 호텔에 도착하니 기분이 최상이었다. 내내 자고 와서 컨디션도 좋았다. 기내식조차 먹지 않아서 굶주렸기 때문에 안방비치에 있는 돌핀키친으로 갔다. 여러 가지 해산물 요리를 시켜 먹었다.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좋은 자리로 옮겨 다니며 아름다운 바다를 한눈에 담았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됐다. 더워도 좋고, 습해도 좋았다. 이 풍경이 내 눈앞에 있는데 더 바랄 게 있을까?


호이안 안방비치


호이안의 번화가 올드타운으로 이동했다. 오토바이 경적소리에 정신이 혼미했지만 짜증 나지 않았다. 분노조절장애에 걸렸나 의심스러울 만큼 화가 많았던 내가 이런 소음에도 차분하다니 놀랄 일이다. 사람은 어디에서 어떤 풍경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심리적으로도 영향을 받나 보다. 특별하게 한 건 없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무더운 날씨에도 친절한 베트남 사람들 덕분일까? 그래도 점점 덥고 습한 날씨에 체력을 충전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나게 비가 쏟아졌다. 다시 한번 나는 날씨 요정에게 감사했다.

호이안 올드타운 전경


한국에서 미리 예약한 마사지 업체에서 픽업하러 왔다. 그 사이 살짝 잠잠해진 비를 뚫고 달려 도착했다. 레몬 그라스가 담긴 물에 발을 씻어주는데 벌써 피로가 녹아내린다. 마사지가 끝나고 먹으라고 준 망고는 베트남에서 먹었던 그 어떤 망고보다 제일 맛있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즐거운 여행, 이 여행을 이렇게 부르고 싶다.

호이안 숙소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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