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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Dec 12. 2024

미끈한 알몸을 보고 말았다

도룡뇽

도룡뇽이 흙 속으로 파고듭니다.

이른 봄이면 연못에 기다란 알주머니를 낳는 도룡뇽이 겨울잠을 자다가 들켰다.


  배롱나무를 캐느라 무너뜨린 돌담을 보수하다가 털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뚱이가 보였다. 파충류는 뭔가 변화를 감지했으나 조금 꿈틀거릴 뿐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상처는 안 보인다. 돌담을 마저 쌓은 뒤 흙을 덮어 주려 했다. 작은 생명체는 꿈틀꿈틀 기어서 흙 속을 파고들었다. 본능이었을까. 차가운 기온을 느끼고 아직 때가 아님을 알았겠지.


 "봄에 다시 보자 도룡뇽아."

이불을 두툼히 덮어 주었다.


  발 많이 달린 것, 발 없는 것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다지 반가운 마음은 없다. 자연의 일부이자 생명체로써 존중하는 마음은 있다. 그들의 생을 방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정원일을 하다 보면 무심결에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다. 나도 생각지 않은 눈 맞춤에 놀라는데(?) 너희들은 또 얼마나 놀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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