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를 캐느라 무너뜨린 돌담을 보수하다가 털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뚱이가 보였다. 파충류는 뭔가 변화를 감지했으나 조금 꿈틀거릴 뿐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 상처는 안 보인다. 돌담을 마저 쌓은 뒤 흙을 덮어 주려 했다. 작은 생명체는 꿈틀꿈틀 기어서 흙 속을 파고들었다. 본능이었을까. 차가운 기온을 느끼고 아직 때가 아님을 알았겠지.
"봄에 다시 보자 도룡뇽아."
이불을 두툼히 덮어 주었다.
발 많이 달린 것, 발 없는 것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다지 반가운 마음은 없다. 자연의 일부이자 생명체로써 존중하는 마음은 있다. 그들의 생을 방해하고 싶지도 않지만 정원일을 하다 보면 무심결에 마주치는 일이 종종 있다. 나도 생각지 않은 눈 맞춤에 놀라는데(?) 너희들은 또 얼마나 놀랬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