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엽초
십 년 후에 오늘을 본다면, 우리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십 년 전의 과거에 살고 있습니다.
양치식물입니다. 늘 푸른 초화입니다. 공중습도가 높은 반그늘에서 바위나 나무껍질에 붙어 삽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쪼그라들어 죽은 듯이 보이지만 비가 오면 파릇하게 회복합니다. 약초로 쓰여서 여름에 채취하여 전초를 잘게 썰어 놓았다가 뜨거운 물에 달여 마신답니다. 효능은 이뇨, 지혈입니다.
지인에게 조금 얻어서 연못가 나무에 붙었지요. 잎새마다 포자가 많이 생겨서 번식이 잘 될 것 같았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그다지 변화가 없었습니다. 대략 십 년이 지나자 연못 주위 큰 나무줄기에 새로 자라는 개체들을 보았습니다. 포자가 날려 번식하는 데에도 대략 십 년이란 기간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십 년 전을 돌아보는 지금에 그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움이나 후회를 할 때가 있습니다. 지난 일들은 결과가 명확하기에 그때 보이지 않았고, 망설이다 실행하지 못한 일들에 대하여 아쉬운 마음이 들 테지요. 십 년 뒤를 기획하고 실행하면 어떨지요. 그 일이 잘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안 하거나 미루다 세월만 흘려보내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백동백 가지를 잘라 삽목을 했습니다. 씨를 구하기 어렵고 실생보다 삽목을 통해 번식하면 꽃이 일찍 피기 때문이지요. 십 년 뒤에 큰 나무가 되고, 꽃이 필 때까지 돌봄이 필요하겠지요. 백동백꽃 피는 봄정원에 꽃송이차를 마시는 상상이 즐겁습니다.
십 년 후에 오늘을 본다면, 우리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십 년 전의 과거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