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숲 속 나뭇가지에 물방울이 달렸다. 간밤에 지붕을 간지럽히던 봄비 소리를 꿈결처럼 들었다. 오늘은 삼월 오일, 작년 보다 십이일 늦었다. 수천 km 바다를 건너다 다른 섬에 정착했을까. 철새는 고향을 잊지 않을 텐데. 작은 물방울들에 파문이 일었다. 휘파람 보다 더 고운 음성이 들렸다. 왔구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무 이른 시기에 도착하여 추위에 떨었던 작년의 기억이, 올 해에는 느긋한 일정을 잡게 했나 보다. 무채색의 숲에 연초록 빛깔을 깨우는 소리이자 꽃들의 릴레이를 알리고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전혀 다른 두 가지의 목소리를 낸다. 휘파람 비슷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포로로롱 핏쭉핏쭉 하는 80년대 단독주택 현관문의 초인종에서 나던 그 새소리가 난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나무 높은 가지에 앉아 노래하는 새이다. 얼핏 나는 모습이 참새처럼 작고 재빠르다. 저 작은 날개로 대양을 건너 섬의 봄을 찾아왔다. 새 둥지를 짓겠지. 섬휘파람새는 낡은 집을 쓰지 않는다. 비닐 같은 신소재도 쓰면서 보금자리를 만들 것이다. 너로 인해 봄 숲과 정원은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