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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빡쎈 부대

내가 나온 부대는

by 시인의 정원

세 명의 남녀들이 한식 뷔페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군필 남자 두 명과 미필 여성 한 명이다. 심심할 때 군필자들은 군부심으로 수십 년 전 군대 얘기를 염치도 없이 꺼낸다.

자신이 군복무할 때 집합 당한 얘기, 하루도 맞지 않고는 잘 수 없었다는 둥 뻥튀기 기계를 연신 돌리는 한 남자. 개인적 경험을 객관화하여 수치로 보여줄 수는 없다.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꿀보직 출신의 군부심에 한마디 질문을 던지는 남자.

"그니까"

"세상에서 가장 빡신 부대는 어딘 줄 아세요?"


한 남자가 물었다.

여자와 다른 남자는 말한 남자를 쳐다보았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나지막이 평상시 톤으로 질문을 던진 남자가 말한다.


"내가 나온 부대요."

"푸하하 하하하하 "


배꼽 빠지게 웃는 여자는 씹던 밥알이 튀고 눈물까지 보이며 반전의 유머에 진심이었다.

그 옆에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파안대소하는 두 사람을 살피는 맹한 남자 한 사람.


"예? 뭐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또 한바탕 웃는 한 여자와 말한 남자.


"무슨 부대요?"

이해하지 못한 남자는 다시 묻는다.


주위에 많은 식객들이 쳐다보았지만 대화의 전후를 모르니 시선을 던질 뿐 뭐 재밌는 일이 있나 보다 한다.

이 순간 세 사람의 식탁 하나가 한적한 들판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내가 나온 부대요."

다시 말해주는 남자


"예? 그게 무슨..."


여전히 미궁 속을 헤매는 남자다. 이쯤엔 자존심에 끝까지 모른 척하는 것이거나 문해력이 없을지도.

여자는 즉시 의미를 파악하고 웃음보가 터졌을 테고.

이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사이다. 절묘한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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