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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동백나무

스스로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들

by 시인의 정원

정원을 정리하였다. 자리만 차지하는 시원찮은 나무들이 폐목으로 잔가지들과 함께 태워졌다. 불에 타다 남은 나무, 숯검댕이 묻은 동백나무가 눈에 띄었다. 뿌리 한 줄기가 아직 마르지 않았다. 살 가망이 있을까.


"기회를 줘보자."


부엽토와 상토를 섞은 흙으로 화분에 심었다. 햇볕에 시달리지 않도록 그늘에 놓았다. 물 주기 1년 만에 새순이 하나 둘 돋았다. 새 뿌리가 내리면서 잘 살아주었다.


뽑히고, 불에 타들어가던 동백나무는 살 가망이 없어 보였지만 끝까지 삶의 희망을 붙들었기에 회생할 수 있었다.


스스로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절벽 끝에 서서 이제 다 끝났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은 진짜가 아니다. 생각을 바꾸면 살 길이 있다. 어두운 밤처럼 보이지 않아도 길은 있다. 지나 보면 그 순간이 성장의 기회였다고 말하는 많은 증인들이 있다. 절망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내디딘 사람들이다.


당신도 그중 한 사람이길 바랍니다.


다 죽어가던 동백나무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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