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찢어진 청바지

습관이 만든 흔적, 나르시시스트

by 시인의 정원

정원사는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여름에도 입는다. 모기에 덜 물리려면 이만한 옷이 없다. 익숙해지면 더위도 큰 문제는 아니다. 밝은 청색은 진드기가 붙어도 잘 보인다. 잘 늘어나는 스판바지는 앉고 구부리는 동작이 많은 정원 작업에 편하다. 얇은 청바지를 5벌은 가지고 있다. 청바지들에 왼쪽 무릎 위쪽이 구멍 났다. 청바지가 그 부분만 약한 것은 아니었다. 무릎에 의해 뚫리는 것도 아니다. 정원사는 자신의 몸동작을 살폈다. 풀 뽑고 묘목을 돌보려면 허리를 굽혀야 하는데 허리 부담을 줄이려 왼 팔꿈치를 왼 무릎 위쪽에 짚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같은 부분을 압박하니 구멍이 날 수밖에. 더운데 바람이 들어와 시원하니 좋다. 해진 부위는 점점 커져서 뒷면만 남아 덜렁거린다. 이쯤 되면 잘라서 반바지를 만들면 된다.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잦은 압박에 찢어진 청바지처럼, 주위를 힘들고 아프게 한 나쁜 습관을 살펴볼 때다.

.

.

.

너무 많다. 리셋할 수 있을까?


그니까, 가죽 쪼가리가 어디 있더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