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스스로 피어야 하지요. 억지로 벌리거나 열을 가하면 꽃은 상하고 맙니다. 꽃마다 제각기 피는 시간이 다릅니다. 계절이 다르고, 피는 날들이 다릅니다.
장마기간 끝무렵 칠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햇살이 비스듬히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심었는지 제 스스로 났는지 모를 노란 꽃 두 송이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정원사는 한눈에 반했습니다. 당시에는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없는 시기였는지라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 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찍어야지 하고 정원일을 더 하였지요. 일욕심도 있고, 흙 묻은 작업복에, 손 씻고 장비를 갖추려면 성가신 일이었기 때문이지요. 다음날 아침 카메라를 들고 가보니 감쪽같이 꽃이 사라졌습니다.
"이상하네. 분명히 이 자리였는데"
사라진 꽃을 찾아 근처를 뒤졌습니다. 억새보다는 연하고 기다란 잎새 사이로 키 큰 대궁에 시들어버린 꽃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 꽃은 원데이 릴리, 우리말 이름은 원추리입니다. 개화시간은 오후 4시~ 여명 전 어디쯤입니다. 아침에는 이미 꽃이 져버려서 밤의 꽃이라고도 하겠지요.
꽃마다 피는 시기와 시간이 다르듯 누구나 자신의 시간은 다른 게 당연합니다.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만의 꽃을 피우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 자신을 가장 먼저 믿어주길 바랍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당신의 꿈을 비웃는다 하더라도, 부정한다 하더라도, 화내거나 낙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 자신이 먼저 믿어 주면 됩니다. 훗날 아름답게 핀 원추리처럼 당신의 꽃은 어느 날에 필 것입니다. 당신의 믿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꽃입니다. 정원 깊숙한 곳에 피어도 아름다움은 숨길 수 없습니다.
세상을 향해 당신의 꽃을 보여주세요. 당신의 삶이 희망의 증거가 될 것입니다. 포기하지 않고 하루 또 하루를 살아내면 반드시 그날은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