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제법 찐한 봉침

by 시인의 정원

웃자란 구골목서 가지를 전정가위로 자르고 있었다. 왜엥 소리가 나더니 십여 마리의 말벌들이 눈앞 1m 내외에서 날았다. 동시에 작업용 목장갑을 낀 오른손 검지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뒷걸음질 쳐서 말벌들로부터 멀찌감치 벗어났다. 바늘로 깊숙이 찔린 것 같은 손가락을 살피려고 목장갑을 벗었다. 말벌독이 순식간에 주입되었다. 지금까지 쏘여 본 말벌 중에 역대급이다. 구골목서 가지 어딘가에 벌집이 있었나 보다. 말벌은 벌집 가까이 가면 위협으로 간주하여 공격한다. 몰랐다고 변명할 틈도 없이 한 방 쏘였다. 정원수를 가꾸다 보면 이런 일들은 가끔 일어난다. 아프기는 하지만 병원에 가거나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료 봉침 한 번 맞았다고 여겼다. 가렵고 붓는 증상이 하루 이틀 지나면 괞찮아진다. 지나치게 겁을 먹거나 하면 오히려 쇼크가 올 수도 있다. 체질상 호흡곤란이나 과민반응이 생길 때는 반드시 병원에 가서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벌레 퇴치 스프레이를 나뭇가지 주변에 뿌리고 작업을 마무리한다.

전에 여러 번 쏘여서 면역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쏘인 말벌독은 삼 일 동안 가렵고 부었다. 손가락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고놈 참 독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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