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생각한다

잔디이발

by 시인의 정원

"얼마나 걸려요?"

"한 시간 반쯤?"


나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작업을 마치고 시간을 보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났다. 쉬웠을까? 물론 아니다. 늘 이런 식이라 결과를 보면 예상보다 초과되는 건 시간만이 아니다.


2025년 8월 5일. 날씨는 구름도 없이 맑음. 난데없이 소나기 몇 분 지나감. 습도 충만. 가만히 앉아 있어도 머리가 띵하도록 두들겨 패는 햇살과 샘물 터지듯 턱선을 타고 떨어지는 땀방울과 묵직한 예초기엔진의 진동 속에 튀는 모래와 잔디 파편들의 시간이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다. 여름의 한가운데서 하는 정원 일은 재미와는 척진, 멀리 보이는 섬 같은 존재다. 하여, 별거 아니라고 했다. 실제 작업시간을 과장하여 네댓 시간 걸린다고 말하면 일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축소하여 말하면 어려운 일도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이 되고 일단 시작하면 끝까지 해 낼 것이다. 물 몇 번 마시고 흐름이 끊길까 봐 점심시간을 넘겨 마쳤다. 시급으로 얼마나 될까 계산하고 싶지 않다. -숫자와 친하지 않다 - 말끔하게 깎인 잔디밭이 시원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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