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단 씨
봄날의 흔적을 찾는다
뜨거운 열기에
서리태처럼 까맣게 익었다
싱숭생숭 설레던 꽃들 위에 팔랑거리던
바람의 기억을 따라간다
그런 날이 있었나
지나온 발자국을 살펴 구멍이 나도
꿈만 같다
향기로운 자태는 지나치지 않았고
품위를 두른 빛은 어둠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랬다
내 기억 속의 그대는
다 타고 남은 재처럼
후회는 없다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뜨거움도
억새꽃 뒤흔드는 하늘의 숨결에 사그라들 듯이
아니
후회한다
조금 더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은 것을
울담 행세하느라 밖에만 쳐다본 것을
조급해하며 참으라고만 한 무정함을
그대의 헌신을 당연시한 것을
나는 변하지 않으면서 고치려 한 것을
시들어 가는 꽃을 아파하지 않은 것을
봄은 가고
여름도 가고
가을이 오면
겨울도 머지않으련만
내게 남은 게 있다면
모두 그대의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