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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서 아침까지

원추리

by 시인의 정원

야화라고 해도 좋을 노랑원추리가 피었다. 말복에서 처서 사이에 가장 늦게 피는 원추리다. 오후 햇살이 기울기를 더할 오후 4시경 샛노란 꽃잎을 펼친다. 키다리 대궁 끝에 올려놓은 꽃은 담대히 하늘을 향한다. 좋은 향기가 난다고 한다. 아침에 보면 이미 시들어버린 꽃잎이다. 언제 지는지 모른다. 새벽까지 피어있을까 짐작만 한다. 청초한 꽃송이가 사그라질 때는 초라해 보인다. 핀 적이 없는 것처럼 사그라든다. '꽃말은 기다리는 마음'이다. 기다리다 지칠즈음 초조를 넘어 걱정이 영혼을 삼킨다. 안위를 염려하도록 기다리는 마음은 분명 사랑의 단면일 것이다.


향기를 알아보아야겠다. 문을 나선다. 밤의 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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