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주목 열매가 어느새 익었습니다. 가을이 깊었을 때 본 기억이 있어 팔월에 빨갛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지요. 8, 9월에 익는 열매라고 합니다. 저는 주목을 가까이 두고 키우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조경인들이 기피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주목의 이식은 까다로운 편이기 때문입니다. 뿌리가 좋음에도 이식 후 잘 죽습니다. 수목의 하자는 비용손실이지요. 주목의 이식은 적절한 전정과 물관리가 중요합니다. 시기도 가을~이른 봄까지 가 좋고요. 굼벵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라서 식재 구덩이를 파고 굼벵이약을 반드시 뿌려 주어야 합니다. 늘 푸른 나무로 상록 침엽수입니다. 이식 후 잎새가 노랗게 마르기 시작하면 살리기는 거의 어렵습니다. 어린 묘목은 이식이 대체로 잘 됩니다. 암수딴그루라서 열매가 달리는 것이 암나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잎으로는 구분이 어렵습니다. 열매는 독성이 있다는군요. 예쁜 모양에 속아 먹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제가 먹어 본 바로는 큰 이상은 없었습니다. 독 있는 걸 알고 먹었냐고요? 그럴 리가요. 그냥 예쁘고 먹음직스러워 맛은 어떨까 궁금했지요. 열매 맛은 약간 달콤했습니다. 주목열매는 보기만 하시고 먹지 않길 바랍니다. 독은 주목 씨앗에 있다고 합니다. taxane이라는 독은 세포에 작용하여 세포를 죽인다고 합니다. 독화살에 썼을 정도로 독하다고 합니다. 씨를 씹지 않고 뱉어낸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주목을 제주에서는 노가리 낭(나무)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의 유래는 모르겠네요. 나뭇결이 붉고 아름답습니다. 태백산, 소백산, 함백산에는 5천 년~7천 년 수령의 주목이 살아 있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눈 쌓인 주목의 푸른 잎은 시심을 자극합니다. 침엽수이지만 잎새는 솔잎처럼 찌르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주목의 잎과 줄기는 항암 약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주목은 공예용, 고급 가구용 목재로도 쓰입니다. 잘 썩지 않고 목향도 좋다고 합니다. 수령이 긴 만큼 생장속도도 더딥니다. 긴 호흡을 가진 주목처럼 서둘지 않으나 자신의 길을 명확히 가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백년도 살기 버거운 사람이 수천년을 사는 주목을 주목합니다.
얼마 지나서 주목을 가까이하는 작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주목향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