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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 담긴 하늘

by 시인의 정원

연못을 만들고 있다. 굴착기로 1m쯤 파자 돌멩이 하나 없는 황토층이 나왔다. 습지로 만들려던 계획은 연못으로 바뀌었다. 파낸 흙으로 방수를 하면 물이 새지 않을 것 같았다. 최종 크기 보다 더 크게 팠다. 동그랗게 흙을 파내고 둘레에 돌을 쌓았다. 틈을 황토로 다졌다. 시월의 잦은 비에 빗물을 유입시켰다. 마사가 섞인 토양에 새로 만든 연못이라 물빛이 노랬다. 연못 주위로 주목과 매화나무를 심었다. 설중매가 연못 속에 비치기를 바랐다. 장마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에 작업 능률은 나무늘보가 되었다. 오랜만에 가을 하늘이 열렸다. 흐린 물빛에도 맑은 하늘과 흰 구름은 밝게 담겼다.


당연하지 않은 투명한 날에,

멋진 시월이 가기 전에,

물드는 편지를 기다린다.


내 마음이 흐릴 때도

맑은 하늘이 담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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