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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나방

절제와 식탐

by 시인의 정원

참빗살 나무 어린잎이 충분히 돋아나길 기다렸다. 긴 잠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은 무리 지어 엉겨 붙으며 잎새를 갉아먹었다. 한 개의 잎사귀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 버렸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탈피하였다. 작은 송충이가 된 것이다. 작년 가을볕 끝자락까지 양분을 저장하여 만든 잎새였다. 새 잎을 모조리 먹힌 참빗살나무는 한 달이 넘게 기절했다. 정신을 차린 후, 잎새 만들 양분을 뿌리로부터 새로 만들었다. 새싹을 돋우기 시작했다. 꽃은 피우지 못했다. 첫 잎들에서 꽃 피울 힘을 두 번째 잎들을 만드느라 써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핑크빛 선물 보따리 같은 열매도 없다.


장마가 끝나기 전, 7월 중순에 엄지 손가락만 한 초록빛 벌레 한 마리가 목수국 잎을 먹고 있다. 묘목 잎새를 밑에서부터 먹어치웠다. 맨 위 새 순 서너 개를 남겨 놓고 다른 묘목으로 옮겨 다니며 새잎들을 남겨 놓는다. 수국이 살아갈 만큼은 남겨 놓는 것이다.


알뜰하게 먹어치우던 벌레들은 빛이 충만한 낮에 잠을 잔다. 어둠이 일고 작은 불빛이 서성이면, 일어나 빛을 향해 뛰어든다. 제 몸이 타는 줄도 모른다.


호랑나비, 제비나비가 된 나비들은 나무그늘아래 실바람을 일으키거나 꽃들의 내음을 타고 날아다닌다. 팔랑팔랑 꿀을 찾으며 수분을 돕는다. 사랑의 전령이 된다. 절제와 꿈을 가진 나비는 꽃들의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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