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진심이다. 사실 나의 전공은 작가와 예술 쪽과는 전혀 무관한데도, 새로운 학교를 진학하고 싶을 만큼 작가가 많이 되고 싶다.
하지만 진로의 큰 방향을 바꾸려 할 때 으레 드는 회피 본능인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당연히 점검해야 할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문인지 시비인지 확신인지 모를 것들이 머릿속에 계속해서 둥둥 떠오른다. 너 이렇게 힘들 수도 있는데 정말 할 수 있겠어? 너 작가 되면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봤어? 자꾸만 말을 걸면서.
누가 더 큰 목소리로 자주 말을 거냐. 는 시기마다 바뀐다. 요즘 나에게 가장 많이 질문하는 목소리는 이런 걸 걱정한다. 작가는 사실 개인적인 경험이 글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사실 나는 판타지에 가까운 가상세계의 이야기를 쓰는 게 가장 자신 있고 재밌을 것 같은 사람이지만,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 그게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이 될 때, 그 일로 인해 어떤 감정을 오랜 시간 동안 느껴 이걸 글로 남기거나 해소하고 싶을 때 사적인 내면으로 들어가 끄집어내는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들 것 같다. 이때 이 일이 온전히 나만히 겪은 일이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그게 누군가와 같이 겪은 일일 때, 심지어는 그 누군가로 인해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해버리고 원망하는 마음조차 들 때는 상대가 원치 않은 글을 쓰게 될 수도 있다. 혹은 지극히 사적인 우리의 이야기를 써버린다거나. 최근 접했던 모 인플루언서 여성과 작가의 사건. 작가가 누가 봐도 그 여성을 지칭하는 듯한 인물을 소설에 등장시키고, 그들이 겪은 아주 사적인 일을 그대로 소설에 적어 여성이 공개 고발하게 된 일이다. 어떻게 사랑했던 연인에 대한 배려가 이렇게 없을 수 있나, 같이 분개하면서도 한 편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불편감이 나를 이때를 시작으로 짓누르게 되었다. 작가는 결국 자신이 겪은 일을 쓰게 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일을 쓰게 되는 것이 반복되고 무뎌져서, 이런 파렴치함을 저지르는 게 아무렇게 않게 느껴져 버린다면? 그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도, 너무 사적인 영역으로 빠져들지는 않더라도 그곳으로 가는 와중에 아슬아슬한 글을 쓰게 된다면? 거기서 멈춰버린 내 글을 보고 이만하면 됐다, 자기 위로 하는 괴물 자아가 생겨버린다면?
두려워졌다. 작가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