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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랜드 Nov 30. 2022

책,어디서 읽어야 잘 읽힐까?내가 낯가리지 않는 공간들

내가 낯가리지 않는 공간 1. 서점

*이 글은 2022년 6월 18일에 쓰여진 글입니다.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이 주는 감정과 여운을 진심으로 즐긴다. 물리적으로 들이는 시간과 선호도는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면 자꾸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 반면, 좋아하는 것을 오히려 아끼고 조심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인 변명을 덧붙이자면, 좋아하는 것을 하며 느끼는 감동에 익숙해지지 않으려는 노력이리라. 나는 보통 어떤 일을 할 때 천천히, 깊게 하는 편이다. 책을 읽을 때에도 10권의 책을 빠르게 읽는 것보다는 1권의 책을 진득하게 읽고 사유하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 이런 방식의 장점도 물론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책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나에게 맞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래 앉아 있어도 누구도 눈치 주지 않고, 그럼에도 딴짓을 하게 되지 않도록 적당한 감시(?)가 있고, 또 완전히 고립되어 딴 생각에 빠져버리지 않도록 약간의 백색 소음도 필요하다. 책을 읽는 데까지 꽤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보니 꽤 다양한 장소에서 책 읽기를 시도해 봤고, 나에게 어울리는 장소를 찾아갔다.

교보문고의 쇼파

  그 중 첫번째로 소개할 장소이자, 내가 책을 읽을 때 가장 선호한다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은 바로 서점이다. 서점으로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또는 동네 책방 등 다양하게 예를 들 수 있지만, 단지 거리가 가깝다는 철저히 개인적인 이유로 내가 자주 가는 곳은 교보문고이다. 예전의 나에게 교보문고는 책읽기에는 다소 불편한 장소였다.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너무 좋았지만, 내가 알던 교보문고에서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바닥의 구석에 앉거나 책장에 기대어 조금은 불편한 자세로 책을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 3년 전에 나는 책읽기를 위한 쇼파와 의자가 친절하게 마련되어 있는 곳을 발견했고, 마침 우리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여유가 생기면 거의 맨날 방문할 정도로 이 교보문고를 좋아하게 되었다. 책을 사기 전에 어쩔 수 없이 서문 정도만 짧게 읽고 사던 나였는데 이 공간에서는 책의 줄거리를 완벽하게 아는 상태에서 취향에 맞는 책을 살 수 있었다. 이토록 친절한 공간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보다 책이 아주 잘 읽힌다는 점이었다. 절대 조용하거나 정적이지 않고, 심지어 어린아이들이 종종 뛰어다니는 공간에서 책이 잘 읽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고,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첫 번째로 드는 생각은, 서점이야말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행위이기 때문에, 딴짓을 할 때 오히려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서점과 비슷한 결의 개방 공간인 카페의 경우, 얘기하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다거나, 오픈된 공간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카페에는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이 넘쳐난다. 자기의 공부를 하는 사람이나, 핸드폰을 하는 사람, 노트북을 하는 사람 등 모든 행동이 카페에서는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서점의 경우 적어도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들은 모두 책을 읽기 위해 앉아 있다. 물론 중간에 핸드폰을 하거나 통화를 한다고 누구도 이상하게 보지 않지만, 일단 그 공간 자체가 책을 읽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에 오직 책을 읽는 것만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일이다. 이 때문에 핸드폰을 하고 싶은 충동이 들다가도 잠깐 하고 금방 책으로 돌아오게 되고, 글자가 지겨워지더라도 그 상태를 유지하며 다시 책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런 절대 강제적이지 않지만 누구든 조금은 느끼게 되는 자연스러운 압박으로 책을 더 집중해서 읽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주로 이곳에서 책을 읽고, 당연히 수많은 책을 살 수 있는 매체 중에 이 교보문고만 이용하게 되었다. 이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교보문고의 훌륭한 셀링포인트였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좋아하던 공간에서, 사실은 코로나로 인해 현재까지도 책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 앉을 수 있던 소파와 의자들 위에는 책들이 차곡차곡 쌓여 선반으로 탈바꿈되었다. 그로 인해 나는 다른 책읽기 장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발견한 다른 장소들은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얘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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