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어째서 라틴 아메리카와 폴리네시아 지역들, 그리고 필리핀에서는 "고대~근세사"를 드라마로 만들기 힘들까? Q&A
일반인들의 생각처럼, 서구권(유럽)이나 동북아시아(한, 중, 일), 중앙아시아(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에 비해, 이 라틴 아메리카와 폴리네시아 지역들, 그리고 필리핀 지역의 15~16세기과 그 이전 역사물은 매우 드문 건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중앙아시아(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서아시아(튀르키예, 이란), 동북아시아(중국, 한국, 일본)나 유럽(서구권)이 수천 년의 역사를 연속적으로 계승하며 세계사를 주도했기에 한국의 대규모의 전쟁 사극인 "고려거란전쟁"이나 "대왕 문무(예정)", 중국의 "정화의 대항해", "양가장", "대청풍운", "대송궁사", "삼국지", "대진제국" 등, 몽골제국이 셀주크 제국, 오스만 제국들을 식민지배한 역사부터 다룬 튀르키예의 "위대한 세기" 같은 대하 전쟁 사극의 역사물이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정반대로 라틴 아메리카와 필리핀에는 이런 대하 역사 드라마가 제작이 불가능해요. 그 이유는 단순히 "흥미 부족"이 아니라, 역사적, 구조적, 검열적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대표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와 폴리네시아, 필리핀은 "그 이전의 역사"는 단절되었기 때문이며 미디어에서 소외되었기 때문인데 이런 점들을 더 자세하게 보자면 아래와 같아요.
part 1) 문명권의 성격 차이
동북아시아~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남아시아와 중동, 그리고 유럽은 그 먼 옛날인 고대시대부터 인류 최강의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했던 제국주의형, 군국주의형의 유목 제국들(흉노 제국, 유연 제국, 돌궐제국, 위구르 제국, 요나라(거란 제국), 금나라, 대몽골제국, 몽골제국을 계승한 티무르 제국 등)이나, 강력한 정주형 제국 문명(고대 중국 한나라와 당나라, 고구려와 발해, 페르시아 제국, 아바스 제국, 호라즘 제국, 무굴제국, 그리스, 로마 제국, 이집트 등)을 세웠고, 더 나아가 체계적인 기록성을 가진 문명 국가들(명나라와 무굴제국과 사파비 제국, 오스만 제국, 조선, 러시아 제국, 스페인 왕국, 포르투갈 왕국,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이 존재했기에 "황실의 기록(실록)"이 세계적으로 가장 풍부합니다. 이는 세계사적인 역사를 소재로 "제국"의 공통점인 "전략적인 전투", "대규모 회전(會戰)"과 "대규모 약탈전"을 중점적으로 해서 우월하고 수준 높은 영화화, 드라마화하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반대로 라틴 아메리카의 잉카 문명, 아즈텍 문명, 마야 문명&폴리네시아&필리핀의 경우는 "국가"나 "문명"보다는 "기원후인 16세기까지도 구석기인들이 살던 소규모 움막 사회"였지요. 심지어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21세기인 현재까지도 구석기인처럼 살아가는 "아마존 원주민"들이 아직도 살아가고 있지요.
이런 환경에서는 "제국 문명들"에서나 볼 수 있는 대규모의 활이나 공성무기들로 적군들과 싸우는 공성전 같은 웅장한 전쟁 장면은 불가능하고, 소규모로 나뭇가지나 마쿠아후이틀 같은 흑요석을 박아 넣은 구석기인의 나무 방망이 같은 구석기인들처의 적은 규모의 아웅다웅, 다툼, 몸싸움 따위 밖에 할게 없었기에,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의 역사 드라마에서는 현대 미디어 문법인 "스펙터클한 전투씬"을 연출하는 것은 고증에 맞지 않아서 불가능해요.
part 2) 자본의 논리와 "CG 비용의 딜레마"
기원후인 15세기 이전의 잉카 문명의 꾸쓰꼬나 아즈텍 문명의 떼노찌띠뜰란은 물에 떠 있는 수상 마을이거나, 습하고 무더운 열대 지방에 만들어진 석조 도시였지요. 그런데 이를 재현하려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CG 비용이 들어가는데 문제는 라틴 아메리카 지역들은 지구상에서도 가장 최빈국, 약소국이기에 이런 블록버스터급 CG 비용을 감당할 경제력이 전혀 없다는 거에요. 즉, 할리우드가 아닌 경제력이 후진국들인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의 방송사 자본력으로는 "왕좌의 게임" 수준의 제작비로 만들기 어렵거든요.
게다가 멕시꼬&필리핀 방송사의 제작비는 한계가 있어요. 가까스로 빚을 내고서라도 큰 돈을 들여 자기들의 원주민 역사를 드라마로 만들어도, 문명권 선진국(대한민국,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시장에 팔리지 않으면 적자이기 때문이에요. 전 세계 미디어 시장은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대한민국 같은 "북반구의 선진국"들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그들에게 이 "남반구의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 지역"의 역사는 "발견된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즉,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 원주민만의 역사는 상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는 선진국들 가운데 대한민국의 시청자들의 경우는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의 역사 자체가 자기들과는 완전히 다른 이질적인 문화라서 관심이 아예 없고, 러시아, 중국, 일본, 서구권(미국, 유럽)의 시청자들은 이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의 원주민들을 "문명인"이 아닌 "알몸의 미개인"으로 소비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에요.
part 3) "불편한 진실"이라는 심리적 장벽
한국이나 중국, 일본, 튀르키예와 몽골과 카자흐스탄, 러시아, 이란과 인도, 유럽, 미국 같은 발전된 북반구 국가들의 사극은 "우리 조상이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위대했다"는 요소들이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의 잉카 문명이나 아즈텍 문명, 필리핀 원주민 사회에서의 "역사"는 탄생(시작)과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결국 유럽인들에게 먹히고 수많은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 원주민 여자들이 서구인들에게 성적 착취, 강간, 성폭행하는 것으로 끝나는 엔딩"이지요. 애초부터 잉카 문명이나 아즈텍 문명, 필리핀 자체가 서구인들이 발견해서 기록하게 된 시점부터 "역사"이고.. 필리핀은 잉카 문명, 아즈텍 문명처럼 구석기 사회에 가까웠기에 스페인인들이 지은 이름이 필리핀이기도 하니까요.
그렇기에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 같은 남반구의 후진국들에서는 현실도 항상 똥꾸녕이 찣어지게 가난하고 시궁창이고 항상 정부가 부정 부패, 독재를 하는 꼴을 지켜봐야 하는데 TV 드라마에서마저 스트레스를 풀긴 커녕 시청자들은 자기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그, 그녀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성적 착취, 강간, 성노예, 성폭행, 농사 노예, 노동 착취 과정을 매일 저녁 드라마로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런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의 모든 역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흑역사", "치욕의 역사"에요. 그렇기에 자국민들에게 자부심을 주기보다는 아픔을 들추는 작업이기에, 대중적인 드라마로 만들기에는 정서적인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이런 스페인인들이나 포르투갈인들이 라틴 아메리카의 잉카 문명, 아즈텍 문명, 필리핀 원주민 여자들에게 했던 성적 착취, 강간, 성폭행, 번식 성노예화의 역사를 드라마로 있는 그대로 만들면 국민적 트라우마 자극할 수밖에 없는 거에요. 그래서 대부분의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 역사 드라마들은 자기네들이 스페인 왕국, 포르투갈 왕국과 전쟁해서 승리한 "독립전쟁(시몬 볼리바르, 미겔 이달고)"의 시기나 20세기 운동(사빠따, 까스뜨로)으로 넘어가는 것이지요.
그나마 잉카 문명, 아즈텍 문명 같은 문명을 얘기할 경우에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문화” 정도만 미화하고, 그들이 스페인인들과 포르투갈인들에게 받았던 성적 착취, 강간, 번식 성노예, 성폭행의 역사는 애써 외면하고 무시하고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들지 않고 빼는 거에요.
예를 들면
멕시꼬나 브라질의 섹슈얼, 불륜을 주로 다루는 19금 드라마인 "Telenovela(텔레노벨라)"나 필리핀을 보면 여주인공이나 히로인, 주연들은 거의 백인에 가까운 피부 색깔과 외모를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정반대로, 하녀, 운전기사, 살인범, 범죄자, 테러범은 원주민에 가까운 나쁜 악역 배우들은 갈색 피부 배우들이 맡지요. 이는 아직도 라틴 아메리카나 필리핀 사회에서는 혼혈인인 메쓰띠쏘나 아니면 그곳에 남아 있는 스페인인, 포르투갈인들의 후손들이 그곳 라틴 아메리카, 필리핀에서 부유층으로 몰래 살아가고 있으며 영화 산업이나 드라마 산업에서도 그런 부유층들이 독점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에요.
즉, 이들에게 자기네들의 원주민의 역사는 "아름다운 문화를 꽃피운 과거"가 아니라, "잊고 싶은 흑역사로 까만 피부의 과거"로 인식되는 경향이 많지요. 그래서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의 자본은 원주민의 역사를 제작하는데 인색하던 거에요.
part 4)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 알몸 남녀와 19금 등급의 딜레마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에서 잉카 문명&아즈텍 문명&마야 문명, 브라질&페루의 아마존 열대 처녀림이나 카리브해의 열대 섬들, 남반구의 폴리네시아의 열대 섬의 원주민들은 남반구&적도의 열대 기후 특성상 남녀가 죄다 알몸으로 생활하거나 신체 노출이 많은 옷(필리핀)을 입었지요.
그렇기에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에서 기원후 16세기까지 역사 드라마를 제작하려면 그 시기까지 살았던 알몸 원주민들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연기할 경우 남녀 가리지 않고 무조건 벌거벗은 알몸으로 노출을 해야하는데, 이렇게 되면 "성적 대상화"로 간주되어 19금 등급(R등급/청불)으로 되기 마련이에요.
그렇기에 역사 드라마인데 정작 "역사"를 배워야하는 어린이들은 19금이라서 못 보는 아이러니가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 역사 드라마의 현실인 것이지요. 물론 그렇기에 라틴 아메리카(Telenovela)&폴리네시아&필리핀의 드라마 제작팀들은 어떻게든 등급을 낮추고자 살색 속옷이나 타이즈를 입히거나 아니면 젖가슴만 가리는 튜브톱 형태의 옷을 입히는 등으로 노력이 꾸준히 있어왔지만 그럴 경우 실제 고증과는 너무 안맞기 때문에 "고증이 엉망이다"라고 욕을 먹기 마련이에요.
물론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에서는 고증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심의 등급을 낮추고자 다른 꼼수들을 쓴 경우들이 많아요. 대표적으로 교묘한 앵글로 해서 여자 원주민의 헤어스타일 머리털이나 나뭇잎, 소품, 혹은 카메라 앵글로 그 부위만을 가린다던지..
그렇다고 그대로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의 고증 그대로 알몸으로 노출하면 "19금(청불)" 판정을 받아 프라임 타임 방영이 불가능하고 광고 수익까지 떨어지는데, 이 딜레마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의 드라마나 영화팀들은 "흑역사"이긴 하지만 차라리 최소하게 "옷"이라는 개념을 어느 정도 알게된 식민지 시기 이후(근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간혹 "교육적 의도"가 인정되어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에서는 여자 원주민의 젖가슴 노출 등이 허용(내셔널 지오그래픽 효과)되는 경우가 있지만, 대중성에는 한계가 있지요.
여기서 "내셔널 지오그래픽" 효과란 방송 심의에서 중요한 것은 "성적 의도(Sexual Intent)"이기 때문에 자기들의 개방적인 성문화와 알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에서 잉카 문명&아즈텍 문명&마야 문명, 브라질&페루의 아마존 열대 처녀림이나 카리브해의 열대 섬들, 남반구의 폴리네시아의 열대 섬의 원주민 남녀들을 촬영하거나 그 역사를 제작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여자 원주민의 알몸을 노출하는 것을 "외설"이 아니라 "문화"로 간주하는 걸 얘기해요.
그렇기에 따라서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에서 잉카 문명&아즈텍 문명&마야 문명, 브라질&페루의 아마존 열대 처녀림이나 카리브해의 열대 섬들, 남반구의 폴리네시아의 열대 섬의 원주민 남녀에 관해 다큐멘터리나 교육적 목적의 영상에서는 간혹 모자이크 없이 방영되기도 하며, 이는 아동 시청 금지 사유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지요.
즉, 현재는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에서 잉카 문명&아즈텍 문명&마야 문명, 브라질&페루의 아마존 열대 처녀림이나 카리브해의 열대 섬들, 남반구의 폴리네시아의 열대 섬의 원주민 역사물이 죄다 19금이라 못 보는 것"까지는 아니며 방송용으로 심의 등급을 낮추고 순화하여 제작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다 해도 이미 서구화가 되버린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 사회하고는 맞질 않지요.
물론 이런 라틴 아메리카&브라질 아마존&잉카 문명&아즈텍 문명&마야 문명&폴리네시아&필리핀 원주민 남녀들의 알몸 문화 때문에 “19금 딜레마”인 건 맞지만
멜 깁슨이 마야 문명에 대해 만든 영화인 "아포칼립토 2006"는 마야인들이 남녀가 죄다 알몸이기 때문에 19금 등급으로 개봉했음에도 많은 돈을 벌여들이며 흥행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건 멜 깁슨이기에 가능했고, 헐리우드 자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한계는 남아있어요.
part 5) 기록 소스가 사라지다(Epistemicide)
드라마를 만들려면 "스토리"가 있어야 해요, 역사 드라마의 경우에는 "기록, 사료"가 있어야겠지요?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에 가장 먼저 도착했던 탐험자들은 이 "소스"를 의도적으로 물을 부었지요.
물론 기원후 16세기까지 라틴 아메리카&폴리네시아&필리핀인들이 워낙 인구수가 많았기 때문에 필리핀 알몸 원주민 사회의 바이바인(Baybayin) 문자나 마야 문명의 꼬덱스나 아즈텍 문명의 그림 글자나 잉카 문명의 끼뿌 같은 매듭 글자 같은 느슨한 개념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죄다 "기록"이나 "글자"라는 개념은 아니요.
엄밀히 얘기해서 "문자"란 "사람의 음성 언어(Spoken Language)를 시각적 기호로 1:1 대응하여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해요. 이를 겔브(I.J. Gelb)와 같은 문자학자들은 "음소 문자(Phonography)" 혹은 "완전 문자"라고 주장했지요. 이 기준에 부합하려면 해당 글자로 얘기할 수 있는 모든 문장(추상적 개념, 복잡한 문법 구조 포함)을 기호로 적을 수 있어야 하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발전된 문자 체계를 갖춘 동북아시아의 한자 문화권이나 중앙아시아의 몽골-튀르크 문자 체계, 서구의 알파벳과는 달리,
잉카, 아즈텍, 필리핀, 폴리네시아 지역은 "표준화된 기록 시스템"이 부재했고 그들이 남긴 흔적(코덱스, 키푸 등)이 "글자"나 "문지"라기보다는 "흔적"이나 "기억 보조 장치(Mnemonic Device)"에 가까워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상황극으로 알기 쉽게 얘기해드릴게요.
예를 들면 영희라는 어떤 30대 백수 여자와 엄마가 같이 살고 있다고 가정 하에.. 영희는 집에서 항상 놀고 먹고 엄마에게 빌붙어 사는데 엄마는 영희에게 된장국 재료 좀 사오라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영희는 그 얘기를 듣지 않고 바깥으로 나가버렸고 방까지 어지럽혔지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 보니 표정이 안 좋은 엄마가 영희에게 방을 이렇게 어지럽히면 어떻게 하냐고 잔소리를 늘여놓았지요.
여기서 엄마는 영희가 방구석을 어지럽힌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바로 "흔적"이 남았기 때문이지요. 방이 어지럽혀졌다는 흔적이요. 즉, 잉카, 아즈텍, 마야 문명의 글자들의 경우는 "글자"라기 보단 이런 "흔적"에 가까워요. 그걸 읽는다고 해서 글자처럼 그 의미가 속에 들어있는 게 아니라 흔적만이 들어있는 것이지요.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잉카 문명의 "끼뿌(Quipu)"는 쓰는 글자가 아니라 "털실과 매듭"으로 만는 흔적이에요.
여기서 문자, 글자의 의미는 "저자가 죽어도 텍스트는 남는다"는 점인데 그러나 잉카 문명의 "끼뿌"는 "끼뿌 까마욕(Khipu Kamayuq)"이라 불리는 사람이 없으면 단순한 실타래에 불과해요.
어째서냐면 끼뿌는 그 자체로 문장을 구성하지 않거든요. 예를 들면 "오늘 잉카의 왕이 롤틀뇰이라는 여자와 성행위를 했다"는 얘기를 끼뿌만으로 읽어낼 수 없지요. 끼뿌는 "잉카 왕, 롤틀뇰, 성행위"라는 데이터만 제공하며, 나머지 "스토리"는 그걸 기억하고 있는 "끼뿌 까마욕"의 머릿속(기억)에만 있는 것이에요.
게다가 특정 색깔이나 매듭 방식이 지역마다, 혹은 까마욕 집안마다 다른 의미, 뜻으로 알고 있었기에 "글자"의 개념이 아니에요.
이런 잉카 문명의 "끼뿌"는 주로 사랑, 결혼, 임신, 출산, 불륜, 연애 스토리, 잉카 왕이 어느 여자하고 성행위를 했는지, 시와 연애 편지, 옥수수 같은 먹을 음식들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등이 담겨있기에
잉카 문명의 역사, 신화와 같은 추상적이고 서사적인 내용은 끼뿌로 기록하는건 100% 불가능해요. 그리고 이런 끼뿌를 처음 본 스페인인들은 당연하게도 "글자"라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우상 숭배 행위"로 알았던 거에요. 그래서 스페인인들은 "끼뿌"를 "우상 숭배" “마녀 도구”로 보고 찣어버리거나 했지요.
열대 지방의 아즈텍 문명&마야 문명은 "꼬덱스(Codex)"를 남겼지만 이조차도 꼬덱스에는 동사, 시제, 전치사, 접속사 등을 표현하는 문법적 기호가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아즈텍, 마야 문명의 여사제들은 그 내용을 암기해야 했고, 그림(꼬덱스)은 그걸 잊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에 그쳤지요. 이는 "글자"의 본질적 기능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래서 잉카 문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약 1562년쯤에, 유까딴의 주교인 "띠에고 데 란따"는 마야 문명의 "꼬덱스"를 글이라고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악마의 미신"이라며 인식하고 물을 부었지요. 현재 전해지는 마야 문명 꼬덱스는 단 3~4개뿐이고 이조차도 자기네들의 역사를 기록한 건 아니에요.
이렇게 구석기~신석기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아름다운 문화를 꽃 피웠다는 잉카 문명, 아즈텍 문명조차도 "기록"이나 "글자"의 개념이 아예 없었지요.
필리핀의 토착 문자인 바이바인(Baybayin)은 인도의 브라흐미 문자계에서 파생된 "아부기다(Abugida)" 문자에서 영향 받았던 것으로 추정되요. 그나마 잉카 문명, 아즈텍 문명, 마야 문명보다는 훨씬 "문자"에 가까우며 문자 자체의 형태는 갖추었으나, 이를 운용하는 방식이 국가적 차원의 "기록 시스템"으로 전혀 발전하지 못했지요. 즉, 인도의 영향으로 글자 자체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그걸 "기록"하는 시스템 자체가 없었기에 "기록의 개념"이 없었어요.
그렇기에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4대 문명인 중국의 황하 문명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인도 문명, 이집트 문명은 돌, 점토판, 청동기, 거북이 등껍질 등 "불변의 매체"에 기록을 남겼는데.
정반대로 필리핀의 바이바인은 "기록" 개념을 모르다 보니 부서지기 쉬운 야자수잎에 식물 즙을 발라 색을 내서 끄적였는데 하필 습하고 무더운 필리핀 같은 열대 섬에서 이런 유기물 매체는 금방 부패하고 사라지기 마련이에요. 이는 후대에 정보를 남기는게 필리핀에서는 불가능했음을 의미하지요.
게다가 스페인 선교사들의 초기 기록(예: Doctrina Christiana)에 의하면, 필리핀 원주민들은 잉카 문명, 아즈텍 문명, 마야 문명과는 달리 문자라는 자체는 알았으나 이를 역사서, 법전, 종교 경전을 적는 데 쓰지 않았다고 해요. 주로 연애 편지(Love letters), 혹은 종교적인 용도로 짧게 쓰였을 뿐이지, 중앙집권적인 관료 행정이나 지식 실록 문헌 축적을 위한 "아카이브(Archive)"의 개념이 전무했지요. 그래서 필리핀의 이런 글자는 스페인인 때문이 아니라 야자수잎에 낙서하듯이 해놨기 때문에 알아서 증발해버린 것이에요..
그리고 하와이, 타히티 같은 폴리네시아 문화는 아예 구전 "글자" 개념 자체조차도 아예 없었지요.
이렇듯 라틴 아메리카, 아마존, 잉카 문명, 아즈텍 문명, 마야 문명, 폴리네시아나 필리핀의 많은 알몸 원주민 사회들은 "글자"가 없고 "역사가 없다" 보니.. 시나리오를 쓸 "소스"가 없는 것이에요.. 이런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라틴 아메리카&오세아니아&필리핀은 역사 드라마를 만들기 힘든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