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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색무취 Nov 06. 2023

Piestewa Peak Trail

다시 찾아온 피닉스의 가을

    날씨가 풀리며 그동안 여름 내내 몸이 근질근질했던 회사 동료들과 함께 산행을 나가게 되었다. 이번 목적지는 Piestewa Peak Trail 이라는 곳인데, 아래의 구글 맵스 그림에서 보듯이 메트로 피닉스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 중 하나인 Paradise Valley 가 내려다보이는 Camelback mountain (그림 가장 아래에 있는 산) 근처에 있는 곳이다. 수백만 달러 이상의 대저택들이 위치한 Paradise Valley 이외에도 유명 여행지인 Old Town Scottsdale 및 쾌적한 동네 Arcadia 지역과 인접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피닉스의 상징과도 같은 Camelback mountain 은 워낙 유명한 곳이고 가파른 경사로 인해 매년 부주의한 등산객들의 사고/사망 소식이 들려올 만큼 등반 난이도도 있는 편이어서 오랜만의 산행인 만큼 이번에는 몸풀이 차 근처 Piestewa Peak 을 먼저 가보기로 결정했다. 



    새벽 5시 반쯤에 출발할 때만 하더라도 깜깜했었는데, 6시 30분쯤 되니 이미 해가 금새 떠올라 맑은 날씨가 되었다. 초여름에는 구름 한 점 보기가 어려울 만큼 건조한 피닉스 지역이지만 그래도 몬순 시즌을 지나 가을철이 되니 파란 하늘과 구름이 어루러진 좋은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역시나 돌산이라 한국의 울창한 수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돌무더기와 사막 나무들이 어우러져 나름 경치를 보는 느낌이 괜찮다.  





    아무래도 피닉스 중심가에 있는 산이다 보니 오르면서 보이는 도시의 경관들이 괜찮은 편이다. 멀리 보이는 빌딩들이 있는 곳이 피닉스 다운타운으로, Dbacks 야구팀의 홈구장인 Chase Field 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피닉스 메트로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지형이고 모래바람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공기가 그다지 좋은 곳은 아니지만 이 날 아침은 다른 날들에 비해 비교적 선명히 주변을 바라볼 수 있었다.  





    역시나 애리조나의 상징인 Saguaro 선인장은 여기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선인장과 Busera를 보는 재미가 있었던 South Mountain 에 비해 좀 더 스케일이 크고 거친 느낌의 산이었다. 




    정상에 다가가면 주변에 울퉁불퉁 솟은 봉우리들을 볼 수 있는데 반대편에 보이는 도시의 경관과 한데 어우러져서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지난 10년간 인구가 크게 늘어 이제는 미국에서도 손꼽힐 만한 대도시가 되었지만 이렇게 조금만 운전을 하면 근처에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살기 쾌적한 동네인 것 같다. 





    일찍 출발했던 몇몇 등산객 중에는 두 번 연속으로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막의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빨리 끝내야 하니 새벽 4시쯤부터 움직인 셈인데,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정상의 바위 옆에서 다운타운 쪽을 바라보며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마음이 어지러워도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그저 찾아오기만 하면 이렇게 평안한 마음을 얻어 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지금 이 순간 살아있는 것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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