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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여행가 Sep 21. 2022

멋과 낭만이 가득한 파리에서의 1주일 (1)

여행을 시작하며(D-Day)

Q "학창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무엇을 가장 해보고 싶나요?"

N "저는 유럽 배낭여행을 해보고 싶어요.


 서른 살이 지난 지금 뒤를 돌아봤을 때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스로 만족할 만큼 해외로 나가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만족이라는 수준은 개인마다 다르긴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여권 페이지마다 세계 각국의 개성 있는 스탬프를 남기는 것에 무척 희열을 느끼는 사람(여권을 찍어줄 때 '제발 흐릿하지 않고 또렷하게 잘 찍어주세요.'라고 기도까지 한다.)으로써 만료된 여권의 공백이 너무나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고, 매번 사진으로만 보아온 장소에 실제로 가고 싶어 했지만 학업, 금전적인 제약으로 인해 포기해야만 했던 순간이 아직까지 큰 후회로 흉터처럼 남아 있다.

 단순히 타인에게 자랑하고자 가는 여행이 아닌 서울과 경기도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온 우물 안 개구리에게 세상이 얼마나 큰 지, 다양한 사람들이 어떤 문화 속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해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곧바로 직접 보고, 듣고자 여행을 떠났다. 시간은 많았지만 돈은 부족했던 가난한 대학생 시절, 나는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통해 어렵사리 돈을 모아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나라를 다녔다. 발만 뻗고 잘 수 있는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고, 발바닥이 시큰해질 때까지 걸어 다니며,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골목을 두리번거리며 그곳의 일상을 눈에 담는 여행 스타일을 좋아했다.

 그러던 중 2020년 초, 코로나로 인해 국가 간 인적 교류가 거의 막히다시피 된 지 2년이 넘어갔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여행을 하지 못하게 되자 답답한 마음에 여행 수필을 읽거나, 유튜브를 통해 여행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며 간접적으로 여행에 대한 욕구를 충족하려 하였으나 그 갈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2022년 중순이 넘어가며 출입국에 대한 규제가 조금씩 완화되어 통행이 정상화 궤도에 진입하게 되었고, 주변에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한 두 명씩 생겼다.(특히 내가 가는 시기에는 해외 입국자 대상 의무 PCR도 폐지가 되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슬쩍 동참하여 평소에 동경해왔던 유럽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중한 사람과 내가 상상했던 낭만의 도시 파리를 눈과 가슴에 담고 올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비행기 표를 저렴하게 끊으려면 언제 끊는 게 좋을까요?"

"바로 지금입니다."


 해외여행이 활성화되기 직전 5월 중에 나는 짧은 경유 시간(카타르 도하 2~3시간 경유)으로 파리행 왕복 티켓을 132만 원에 구입하였다. 내가 탑승하게 될 비행편의 항공사는 카타르 항공이었고, 중동 지역 항공사에 대한 서비스나 시설에 대한 평이 대체적으로 좋았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내가 구입한 시기에서 1~2달이 지나며 동일한 시간대의 비행기 티켓 값이 40~50만 원가량 높아지면서 내심 흐뭇했었다.

 숙소의 경우에는 준비하면서 그 가격에 많이 놀랐는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 비쌌다. 내가 그동안 여행했던 곳들은 동남아 국가들이라 1박에 4~5만 원 정도의 저렴한 곳임에도 위치나 시설은 꽤 좋았는데 유럽은 이 정도 예산으로는 게스트하우스를 구하기 힘들 정도로 물가가 차이가 컸다. 1주일 간의 여정에서 절반은 파리 에펠탑 윗부분이 살짝 보이는 곳(방에서는 보이지 않았다.)에 예약을 했는데 1박에 20만 원가량 했었고, 나머지 절반은 몽마르트르 언덕 근처에 있는 곳에 숙소를 구했는데 금액은 비슷했다.(심지어 영화에서나 보았던 2인승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봤는데 문이 열릴 때 198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놀라웠던 것은 두 곳 모두 냉장고가 없었고, 객실 크기도 엄청 작았는데 '역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지의 물가는 다르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예약금을 결제할 때는 잠시 눈가가 촉촉해졌고, 손이 떨렸다는 것은 감추고 싶은 비밀이다.

(Passy역 근처 호텔 파씨)

 처음 가는 유럽여행이다 보니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았는데 매번 내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콘센트였다. 국가마다 사용하는 전압, 콘센트 모양이 다르기에 사진을 많이 찍는 나로서는 충전이 항상 중요한 과제였다. 한국과 같이 콘센트는 동그란 구멍 2개였지만 왜인지 모르게 윗부분이 볼록 튀어나와 우리나라 콘센트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다이소에서 공용 충전기를 구입했다.

 비행기를 타기 전 꼭 챙기라고 추천하고 싶은 물품은 뒤에서 또다시 언급하겠지만 1. 비닐 소재의 돗자리(에펠탑 앞에서 피크닉의 로망이 있다면 필수), 2. 선글라스(햇볕이 꽤나 따가운 편), 3. 거실용 슬리퍼(호텔에서 챙겨주지 않음), 4. 드라이기(처음에는 조그만 청소기인 줄 알았음, 여성의 경우 꼭 추천), 5. 넉넉한 양의 속옷(세탁기가 없기에 날짜에 맞춰 챙겨가는 것을 추천), 5. 작은 휴대용 가방(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하기에 지갑 등을 수납할 수 있는 정도의 작은 크기) 정도가 있겠다.


 여행 당일이 되자 예측하지 못한 거대한 고비가 찾아왔다. 하필 내가 출국하는 날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 근처에 접근한다는 것이었다. 언론에서는 그동안 한반도에 찾아온 태풍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크다고 하여 걱정을 많이 했다. 출국 전날부터 비도 꽤 내려서 '정녕 하늘이 나를 버리는 건가. 이제 막 유럽여행을 처음 가려고 하는데 결항되면 비행기표부터 숙소, 투어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금전적 손실이 클 텐데 어떡하지?'라며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다행스럽게 인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는 비행기가 지연되거나 결항이 될 정도로 바람이 심하지는 않아서 무사히 탑승을 할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해서 많은 외국인들을 보니 해외로 나간다는 것이 더욱 실감이 났고, 면세점에서 주문한 물품들을 찾을 때의 그 행복감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했다.(특히 새로 발급받은 빳빳한 여권의 첫 페이지에 찍히게 될 스탬프가 파리라는 것에 몹시 흥분을 한 상태였다.)

태풍 힌남노에 따른 기상예보

 여행 준비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비행기 좌석에 앉고 나서는 결항을 걱정하던 나의 긴장감이 스르륵 풀리며 잠이 왔다.(새벽 1시 반 출발이라 물론 잠이 오는 것은 당연할지도...) 오랜만에 먹어보는 기내식도 지금 생각하면 맛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는 몇 년 만에 먹어보는 기내식이기도 했고, 여행에 대한 설렘이라는 버프(?) 덕분에 열심히 그릇을 비우고 잤다. 인천공항에서 카타르 도하까지 총 2번의 식사, 그리고 도하에서 파리까지 1번의 식사와 1번의 간식을 먹었다. 밤과 낮이 어떻게 바뀌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가 날 깨워 밥을 주면 먹고, 마시고, 자면서 마치 사육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나 그마저도 행복했다. 오랜 비행시간 끝에 파리에 도착을 하니 우려했던 기상예보와 다르게 몽글몽글한 하얀 구름이 떠있는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이제 파리에서의 기억을 하나둘씩 꺼내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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