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인생(1)

두 번째 인터뷰 : 정재원 #1

by failit

1부: 수학에는 정답이 있지만,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진퇴양난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aef6f1fb-8ed2-40ae-8208-2e4f7bba9473.jpg


앞 뒤가 꽉 막혔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섭외는 어렵고, 인터뷰는 힘들고, 글을 쓰는 일이 가장 괴로웠다. 섭외 거절을 당할때면 나의 별볼일 없음에 부끄럽고, 인터뷰를 리딩하지 못할 때는 변변찮은 나의 언변에 좌절했다. 글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형편없는 글솜씨에 비참했다.


어떻게든 답을 찾으려고 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계속해서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암담하고 참담한 마음으로 술을 마시며 잠들 었다. 다음날 부운 얼굴의 거울속 내가 보였다.


이건 아냐, 정신 차리자. 잡념을 떨쳐내려 수영장을 향했다. 살기위해 필사적으로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렸다. 25m 그 짧은 레인을 왔다갔다 되풀이한다. 물을 몇 번이나 마셨을까, 파란색 타일들이 나를 조롱한다. 여기도 길이 없나? 막다른 길인가?


길은 없다. 하지만 어디에나 있다.

계단 봉을 잡고 물 밖으로 올라오면 된다. 간단하다.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돌아가면 되는 거였다. 돌아나오는 길도 길이다. 결국 자기가 갈 방향은 본인이 선택하는 거다. 여기 돌아오는 길을 택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30세(남) 서울 사는 정재원입니다.


Q. 공유해주실 실패가 있으시다고요?
A.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일하다 생긴 의견 충돌을 잘 해결하지 못하고 회사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랑 의견이 달랐던 사람은 대표의 사촌(이하 A)이었습니다.

교육 콘텐츠 기획 & 제작 일꾼_정재원님

Q. 어떤 스타트업에서 무슨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A. 저는 스타트업에서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A는 세무, 회계업무를 했고요. A는 전형적인 관료주의형 남자였죠. 저는 일을 할 때, 일하는 방식을 존중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잖아요. 그런데, A는 회사 이윤을 위해서 그가 제 일에도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여겼어요.


Q. 의견 다툼의 시작이었겠군요. 어떻게 같이 일하게 되었던 건가요?

A. 처음에 있었던 회사는 Y회사예요. Y회사에 대표의 사촌동생이 있었는데, 회사에서 너무 몰상식한 행동을 많이 해서 견디기 어려웠죠. 그때 X회사 대표가 함께하자고 스카우트를 해왔기에, X회사로 옮겼는데 거기에도 대표의 사촌동생이 있는 거예요. 예상치 못했던 A의 등장이었죠.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내가 만약 회사를 만든다면, 친족은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해야겠다.’ 다짐했어요. 혈연관계로 이뤄진 회사는 절대 피하세요.


진흙 피하려다 똥 밟은 격


Q. 왜 그런 생각이 드셨나요. 생각보다 혈연의 영향력이 막강했나요?
A. 네, 제가 생각한 것보다 혈연, 사촌의 힘이 셌어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이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일을 앞뒤를 따지지 않고, A의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종종 생겼어요. 원래 저는 누군가 합리와 이치에 맞는 말을 하면 들어주는 편이에요. 원래 주장했던 제 기조와 다른 선택일지라도요. 그런데 X회사에서는 그게 힘들었어요. 사촌동생인 A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이 계속 받아들여지는 거예요.


brown-headphones-on-pastel-background_23-2147781427.jpg "평상시에는 굿 리스너에 속해요."


그게 꼴 보기 싫어서 그러면 안되지만, 저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나중에 제 발목을 잡더라고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더니 다른 팀원들이 저를 보는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반대를 위한 반대는 좋은 시도가 아니었어요. 그 후 엄청난 인생의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Q. 왜 그게 가장 스트레스였나요?
A.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목도 다 쉬고, 말을 하다가 혀가 씹혀서 피도 나고, 5시간 넘게 촬영했는데 마이크가 꺼져있었다거나 매우 다양한 일들이 벌어져요. 이런 어처구니없고 화나는 상황에서도 크게 화난 적은 없어요. 다 그 한순간이에요. ‘안되면 내일 다시 하지 뭐.’ 이런 마음이 생기거든요?

그런데 인간관계에 의한 스트레스는 어디서 어떻게 날아올지 몰라요.
매 시간 나를 따라다녀요. 정말 육체적으로 힘든 게 낫지,
정신적인 문제는 감당하기 어려웠어요.


Q. A와 어떤 일 때문에 그렇게까지 악화 일로를 걷게 되었나요?

A. 제 영역을 침범하는 거예요. 스타트업이라는 작은 조직에서는 충돌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사람은 본인의 의견이 정답인 것처럼 행동했어요.

pexels-photo-210585.jpg "답정 너,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고 강요받는 느낌"


Q. A가 아니라 대표였다면 그 말을 수용했을 것 같나요?

A. 솔직히 말하면, 이게 좀 웃긴데, 대표님이 말했다면 따랐을 것 같아요. 어차피 대표의 회사이기에, 책임도 대표가 지는 거고 돈을 버는 것도 대표니깐요.


Q. 대표도 아니고 상사도 아닌, 수평적으로 일하는 동료가 영역을 침범한 거군요?

A. 대표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아서 사업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군대를 가야만 하는 상황이었어요. 행정처리를 위한 대표가 필요해서 대표직을 사촌동생인 A에게 주고 갔죠. 공동대표로 말이에요. 사실상 진짜 대표가 아니었고 행정을 위한 직함이었는데 컨트롤이 불가능했어요.


계속 의견 다툼이 심해지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잠시 쉬어가자는 의미로 1주일 정도 휴가를 내게 되었어요. 실제로 스트레스 때문에 두통이 심했고요. 1주일을 다 쉬지도 못하고 어떻게 서로 의견 조율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출근을 했는데, 그 짧은 사이에 제가 만들던 콘텐츠는 A가 주장하던 콘텐츠로 변경되어 있었죠. 회사의 존재가치, 핵심 교육가치에 손을 댄 거예요! 한마디 상의 없이!!!




2부에 계속



인터뷰이: 정재원 (교육 콘텐츠 기획자)
글: FAILURES
사진: FAILURES
https://blog.naver.com/failormoon/221446915102


#스타트업 #교육 콘텐츠 #정재원 #권한과 책임 #답정너 #답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