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터뷰 : 정재원 #3
Q. 왜 실패라고 확신하시나요? 제3자가 보기에는 그냥 의사결정 다툼 정도로 보이는 부분도 있거든요.
A. 저의 실패는 X회사에 속했던 1년이에요. 1년의 과정 전체가 실패였어요. 돈과 시간을 다 잃었어요. 단순 수치로만 봐도, 초창기에 저와 같이 있었던 Y회사 사람들과 비교하면 그 1년동안 저는 몇 억 정도의 손해를 보았죠.
Q. 다툼이 일어날 때,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잖아요. 상대방의 의견을 듣기 위해 토의도 더 많이 하려 하고요. 그런데 어떤 포인트에서 도저히 안되겠다고 결심하셨어요?
A. 결정적인 것은 제가 돌아왔을 때 교육 컨텐츠 가 바뀌어 있었다는 것. 나머지는 팀원들도 동의했기에 바뀌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들의 배신도 충격이 컸습니다.
Q. 그는 대체 어떤 컨텐츠를 원한 것 같나요?
A. 우리도 무엇이 답인지 몰라요.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를 따르던, 통계를 따르던, 자신의 경험을 따르던, 어떤 게 답인지 알기 어렵죠. 그 분은 가장 좋은 선택, 즉 자신이 생각한 답만 골라야만 한다고 여겼어요. 다양한 답을 인정하지 않았죠.
Q. 다른 의견을 배제하고 인정하지 않았나요?
A. 자기 의견과 배타적인 의견은 무시하고 깎아 내렸어요. 저는 선택에 책임지는 형태가 이상적인 의사결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안지는 형태였죠. “내 말대로 해. 책임도 내가질테니.” 이렇게라도 결정되고 다음으로 넘어 가야하는데 “내 말대로 해, 책임은 나몰라” 였죠.
Q.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또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A. 작은 회사는 권한과 책임을 주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바로 적용하기에 시스템적으로 한계가 있어요.
제가 이런 실패를 통해 얻은 것은 정말 꼰대 같은 말이라 하기 싫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체계가 잡혀있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시스템이 없으면 트러블이 생길 수 밖에 없어요. 그 트러블은 작은 회사를 망하게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에요.
Q.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재원님만의 해결법이 있다면요?
A. 제가 대표를 하던가, 작은 회사는 피하던가에요. 그래서 저는 사실 큰 회사를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Q. 시스템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불합리함이나 에너지소모가 컸군요?
A. 네, 개인이 얻은 결론은 “그 사람의 영역이 있으면 그 사람 영역을 충분히 존중해주고, 업과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관여하지 않는다." 입니다.
큰 회사에 대한 로망이 있어요. 소기업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환경이 안 되요. 실패하면 뒤가 없어요. 작은 회사는 한번 삐끗하면 그냥 망해요. 대기업은 그래도 다른 선택지와 기회가 있잖아요. (과연 그럴까요? 하하하)
저희 아버지가 S기업에서 높은 자리까지 하셨어요. 문제가 생기면 아버지 대답이 한결같아서 답답했어요. “해봐~ 얘기하면 뭐가 나와? 해보면 되지” 제 입장에서는 “아니, 아빠 나는 시도해볼 수도 없다니까!시도할 기회를 안준다고!” 였고요.
Q. 인터뷰하면서 사실 아버지가 이야기 하신것처럼 ‘A님과 재원님 의견 둘 다 시도해보면 안되나?’ 생각이 들긴 했어요.
A. 이것도 저것도 해보면 되죠. 점차적으로 증명해나가면 되요. 근데 중요한 건 제가 너무하기 싫어요. 그 감정의 디테일이 있어요. 너무 너무 너무 X 100 하기 싫은 거죠. 이걸 해서 성공을 해도 그들은 달가워하지 않아요.
Q. 일할 때의 감정도 중요하죠.
A. 중요해요. 어릴 때 아버지가 제게 공부하라고 한적이 없어요. 공부하고 있는데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잖아요. 아버지는 그걸 중요하게 여겼어요. 하고 싶어서 해야지, 의지가 있어야 하지 하구요.
Q. 아버님은 하고 싶을 때 해야 결과가 좋다는 것을 아셨군요? 그 뒤로 하고 싶은 일을 하셨나요?
A. Y회사로 옮겨와서 하고싶은 일을 했어요. “나 믿어달라 기똥찬거 만들어줄께" 힘들어도 나를 믿어주니깐 빨리 보여주고 싶었어요. Y회사에서 육체적으로는 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즐거웠어요.
Q. 긴 시간 동안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해요.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A. 극복되지 않는 실패는 교훈을 남기지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말하기가 조금 꺼려지긴 했어요. 저에게는 임팩트가 있지만 다른 분들에게 말할 정도의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이렇게 말하고 나니, 역시 실패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빠르게 변해가는 한국 사회에서 변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의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의 갈등을 유발한다. 누구도 정답을 알 수 없는 변화에 대한 가치 판단은 뒤로하고, 커피 한잔을 할 수 있는 게 삶의 여유다. 여유를 만끽하며 어디로 향해도 상관 없다는 마음으로 다른 길을 둘러볼 수 있다.
정해지 루트가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 내가 나름의 루트를 만들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선택의 자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자신만의 답일 것이다.
그와 인터뷰를 마치며 이 곡이 생각났다.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어른이 되기엔 난 어리고 여려
아직도 방법을 모르고
부딪히는 짓만 하기엔
너무 아프다는 걸
인터뷰이: 정재원 (교육컨텐츠 기획자)
글: FAILURES
사진: FAILURES
https://blog.naver.com/failor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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