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공해서 실패했다 (1)

했다, 실패 여덟 번째 인터뷰 : 사업가 김근우

by failit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사업가 김근우. 그는 잘 나가던 콘텐츠 제작자였다. 하지만 잘 나가던 시절, 그는 공허했다. 어느 순간 ‘내 것’이 아닌 ‘회사 것’을 하고 있는 자신을 마주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는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내 걸 해보자'는 마음에 사업을 시작했고, 대차게 3번이나 성공했다. 실패는 오직 1번뿐이었다.
우리는 생각한다. ‘와, 승률 나쁘지 않네’. 하지만 그는 생각이 좀 다르다. 퇴사라는 옳은 선택. 남부러울 것 없는 3번의 성공. 그 모든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말한다.


사업가 김근우는 '내 일' 이 하고 싶었다. 마치 우리들처럼 / 사진 : 움직이는 석굴암



1장. 나는 '내 일'을 하고 있는 걸까.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김근우라고 합니다. 저는 콘텐츠 관련된 회사를 잘 다니다가 퇴사를 하고, 개인 사업을 시작해서, 현재까지도 계속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뭐 그런 사람입니다..


Q. 퇴사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소위 인디 레이블이라고 하죠? 저는 레이블에서 음반을 제작하고 기획하고 마케팅을 통해 수익과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어요. 업무 특성상 평일은 매일 15시간씩 일을 했고, 주말이면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출근을 밥먹듯이 하는 삶을 살아왔어요. 쉴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죠


Q. 그래도 나름 재밌는 일을 하셨네요.

맞아요. 사실은 그걸 위안 삼아 일을 했어요. 트렌디한 일을 하고, 그 결과물을 대중들과 공유하는 업이니까. 일 자체가 너무 즐겁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아무리 업무량이 많고 일이 힘들더라도 "나는 즐겁게 사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했죠.

근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뭐랄까.. 일종의 자기 최면 같은 거였죠.

누구나 처음에는 어떤 동기로 인해서 각자 몸담고 있는 직장에 들어가니까, 자기 최면을 걸게 되거든요. 저의 경우는 6년이라는 시간을 직장을 보내고 나서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이 일은 내 일이 맞는 걸까?

이 고민의 답을 내리는 데에 적지 않은 시일이 걸렸어요. 결론은 ‘아니다.’ 였죠.


Q. 그렇게 결론 내리신 이유는 뭔가요?

레이블에서 일하면서 굉장히 많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했어요. 이름을 대면 "어? 그 가수랑도 일하셨어요?"라고 할만한 아티스트도 제법 있고요. 편차는 있지만, 나름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들이 많았습니다.


한때 저는 그들의 창작물의 일부는 나의 일부라고 여겼어요. 제가 기획한 일이니까요. 이 부분이 저의 가장 큰 착각이었죠. 모든 창작물과 결과물은 사실 제가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회사의 일부니까요.


물론 이직을 했다면 경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공적들이긴 하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것에 대한 소유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 회사 어느 프로젝트에서 했었던 과거형의 경력이 아니라 ‘이게 내 거야, 내가 한 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요.


그래서 퇴사했어요. 남의 일이 아닌, '정말 내 것을 하자'는 생각에.





2장. 성공을 해버렸다, 그것도 3번이나.


Q. 그래도 경험만 한 재산이 없다고들 하는데... 본인만의 일을 함에 있어서 기존에 하던 일의 경험이나 인맥이 도움이 되었나요?

회사를 다니면서 했던 경험들은 그렇다 쳐도, 인맥이 큰 도움이 되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레이블에서 일을 하면서 아티스트들, 혹은 무수히 많은 업체들과 인맥은 만들고 인연을 맺어왔거든요. 그런데 퇴사를 하고 나서 그 인맥이 정리되는 데에는 두 달도 안 걸렸어요.

사실 몹시 당연한 거예요. 저랑 인맥을 맺었던 관계자분들은 김근우가 아니라 제가 몸담았던 회사의, 그 직급의 사람과 관계가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더 결심이 확고해졌어요. 내가 하는 일의 주체가 나 자신이 된다면 그런 관계의 공허함도 없을 테니까. 덕분에 좀 더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죠.


Q.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싶어요.

음.. 저는 실패를 하기 전에 제법 괜찮은 성공을 세 번 했어요. 첫 번째는 회사를 관두고 시작한 국숫집이었어요. 선술집 같은 분위기로 가볍게 술도 마시고 국수도 먹을 수 있는 가게를 차렸어요. 그때 돈이 제법 잘 벌렸어요.


Q. 콘텐츠 관련 사업이 아니었군요?

네 요식업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이전에 했던 일은 콘텐츠 관련 일이었잖아요? 그래서 요식업을 하면서도 그쪽일에 대한 욕구가 항상 있었어요. 내가 쭉 해오던 일을 다시 해보고 싶다는 마음.


Q. 기존의 경력을 살려서 사업을 해보고 싶었던 걸까요?

맞아요. 문화 예술 콘텐츠 사업을 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봤고 그 분야에서는 베테랑이라는 자부심이 있었어요. 어떻게 기획하고, 제작하면 괜찮은 결과물이 나오는지에 대한 로드맵을 쉽게 그려낼 수 있었고 노하우가 있으니 그걸 해보고 싶은 욕심이었어요. 한편으로는 저를 증명하고 싶기도 했고요.


Q. 그렇게 두 번째 사업을...

시작했죠. 문구사업이었어요. 이 문구 사업이란 게 콘텐츠를 상품화하는 구조예요. 제가 오래도록 했던 일과 굉장히 유사한 구조의 비즈니스죠. 그래서 추진력을 발휘해서 뛰어들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두 번째 사업이 성공했을 때 주변에서 저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많았어요 당시의 저는, 요새 흔히 말하는 자존감이 많이 올라간 상태였죠.

실패보다 무서운 게 있다면. 그것은 연승 중의 1패다 / 출처 : Google


그렇게 계속 잘되다보니, 기세에 힘입어서 또 다른 가게를 열었어요. 세 번째 사업이었죠. 이 가게 도 잘 되었고, 여전히 잘 되고 있어요. 아마 그 가게가 없었다면... 저는 네 번째 사업이 실패했을 때, 일어서지 못했을 거예요


Q. 마지막엔 어쩌다 실패하신 거예요?

음... 회사와 개인 사업이 다른 점이라면, 개인사업자는 시간 관리를 직접 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출근, 퇴근, 약속 등, 그런 모든 것들로부터의 속박이 없어지거든요. 그러다 보니 쉬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어요. 일 하는 시간을 줄이고 좀 쉬면서 저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하루에 2시간도 일을 안 하는 날도 있었죠.

다소 힘들게 사업을 추진해오면서 좀 쉬고 싶긴 했거든요.


Q. 경영자가 되니까, 업무시간이 확 줄어들었군요.

맞아요. 제 포지션은 주방에서 요리하는 셰프가 아니라 경영자였으니까. 그러다 보니 좀 더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다음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어요.


이때는 사업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소재를 업으로 성공시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죠. 그래서 평소 제가 좋아하던 소재로 사업을 구상하기 시작했어요. 자신도 있었고, 제법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차게 말아먹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제 인생의 비극이 시작됐죠.


세 번이나 성공했으니까.
네 번째도 가능할 것 같았는데.

오히려 성공 끝에 실패할 수도 있는 거더군요.


2편에 계속

인터뷰이: 김근우
글 : 말하는 개
사진 : 움직이는 석굴암
매거진의 이전글‘참으면 복이 와요’는 옛말. 참지마세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