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성공해서 실패했다 (2)

했다, 실패 여덟 번째 인터뷰 : 사업가 김근우

by failit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실패를 딛고 성공을 이뤄낸다. 그리고는 말한다. ‘실패 경험을 토대로 성공했어요.’

그런 흔하디 흔한 클리셰를 깨고 김근우는 말한다. ‘성공했어요. 연승했죠. 그래서 실패했어요.’

성공했기에 실패할 수 있었다는 말.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그리고 조금 더 궁금증이 생긴다.

그의 실패담을 계속 들어보자.


표정에서 느껴진다. '이제부터 뼈아픈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 사진 : 움직이는 석굴암


3장. 좋은 아이템은 장래성만 가져선 안된다.


Q. 3번의 성공, 그리고 1번의 대찬 실패를 겪었다고 하셨습니다. 실패한 사업은 어떤 거였나요?

A. 제가 술을 좋아하거든요. 특히 와인을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해요.

사람들이랑 와인 마시면서 분위기를 즐기고 생각도 교류하는 그런 공감과 공유의 자리를 좋아해요.

그래서 와인을 매개체로 사업을 해보고 싶어 졌어요. 그때 제 아이템의 차별점은 한식과 술의 페어링이었죠.


그때가 와인이 지금만큼 대중화되기 전의 시기였어요. 와인이라고 하면 유럽 음식과만 먹어야 하는 음식처럼 느끼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우리가 한국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유럽 음식이 자주 먹으면 물리거든요. 와인은 먹고 싶지만 정작 음식 때문에 부담되는 경우들이 생겨요.


물론 프렌치나 이탈리안이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사실이지만, 바로 그 점이 소비자 입장에서 와인 문화로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와인과 어울릴 수 있는 한식을 페어링 하는 가게를 만들어보자. 그게 제 사업 아이템이었어요.


Q. 굉장히 매력 있는 아이템으로 보이는데요? 요즘은 자기 취향을 가진 힙한 가게들이나 퓨전 주점들이 많잖아요? 을지로라던가…

A. 그렇죠. 근데 간과했던 건… 그게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생각했던 사업이라는 거죠. 한창 와인 수입이 증가하고, 대중의 와인 소비도 증가하던 시기였으니까. 나름의 데이터를 갖고 ‘가능성 있구나!’ 해서 사업을 시작한 거였거든요.


근데 나중에 살펴보니, 그 당시 와인 소비는 대부분 강남, 압구정, 신사에서만 일어났더라고요..


Q. 아, 아직 와인이 ‘비싼 문화권’에 있던 술이었던 거군요.

A. 네. 아직은 ‘큰 맘먹고 마시는 술’이었던 거예요. 근데 저는 마포구 상암동에 가게를 잡아버렸어요.


Q. 상암이요?

A. 이것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어요. 상암동엔 방송작가나 PD들처럼 트렌디한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상암동에는 그런 취향을 충족시킬만한 곳들이 없었거든요.


그러니 그곳에서 근사하게 차리면 성공하겠구나. 니즈가 맞겠구나. 자, 상암지역 소비자를 위한 문화포인트를 만들어주자!


Q. 나름의 이유는 있었네요.

A. 네. 그러나 또 간과한 것이… 그분들 역시 놀 때는 이태원이나 강남을 가고 싶어 한다는 거.


Q. 아, 리프레쉬하고 싶으니까?

A. 네 리프레쉬하고 싶으니까. 분위기 내고 놀고 싶으니까. 그걸 간과한 거죠 하하.

결국 시기적으로도 안 맞는 아이템이었어요. ‘와인의 대중화’라고 하기엔… 아직은 많이 부족했던 거예요

작년 자라섬 페스티벌을 보면, 오직 와인만 판매했어요. 엄청난 변화죠. 수년 전에 비하면 와인이 우리 일상 가까이 정말 많이 들어왔어요. 하지만 당시엔 그렇지 못했거든요.


Q.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

A. 그렇죠. 지금은 다양한 요리 프로그램들 덕분에 요리저변넓어지기도 했고, 요리와 음료를 매칭해서 즐기는 페어링 식문화도 확대되고 있어요. 어떤 곳에서는 저렴한 와인들을 캐주얼하게 즐기는 가게가 잘되기도 하고...

콜키지에 대해 신경 쓰는 업장들도 많이 늘어났어요. 판매 지역도 강남 강북 할 것 없이 다양해지고 있죠.


그렇게 보면... 지금 시점에선 저의 사업 방향이 나름의 설득력이 있을거에요. 하지만 당시엔 아니었다는 것.


Q.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보통 콘텐츠 & 트렌드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앞을 내다본다’ 고 하잖아요? 근데 과연 ‘어디까지 내다보느냐’에 따라 좋은 아이템도 시기상조일 수 있는 거군요.

A. 맞아요.

자영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현금 유동성'이에요. 손님이 결제하면 수일 내에 통장에 입금이 되니까 현금 유동성이 좋아요. 자영업은 현금 유동성으로 유지시키는 사업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

하지만 그 유동성에 차질이 생기면 금세 힘들어져요. 자영업은 쓸데없이 앞서가면 안 돼요.


대기업이야 앞서가도 괜찮죠. 시장에 의미를 두니까요. 또 한동안은 수익을 기대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고, 크게 터지기도 하고... 대기업은 그게 되거든요.


근데 자영업은 그러면 안되죠. 자영업은 내일의 가치보다 오늘의 장사를 신경 써야 해요. 근데 저는 내일의 장래성이 있으니 당장은 소득이 없더라도 조금만 버티면 괜찮을 거다.

그렇게 생각했던 거예요. 왜냐지금껏 회사에서 그런 일을 했으니까.


결국 큰 회사에서 큰 그림을 보며 일했던 경험, 트렌드를 두발 앞서 투자했던 경력, 차례차례 겪었던 3번의 성공들. 그게 다 독이 된 겁니다.





4장. 성공할수록, 자신을 의심해야 한다.


A. 돌이켜보면 그때 말리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어요. 너무 빠르다, 너무 시기상조다… 뭐 그런 얘기들로 저를 만류하긴 했었죠.


Q. 근데 또 당시에는… ‘그러니까 지금 해야 된다!’라고 생각하신 거죠?

A. 그렇죠! 그니까 지금 해야 된다! 그렇게 말했죠 하하하. 요식업에서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걸 콘텐츠 사업처럼 앞서가려고 했으니…

문화콘텐츠 사업처럼 힙스터들이 찾아오거나, 그런 콘텐츠를 다루는 매거진 기자들이 찾아와서 붐업시킬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현실은 달랐고, 결국 대차게 망해버렸어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 인테리어 소품들을 다 처분하고

하하하..


Q. 다시 같은 아이템을 해볼 생각은 없으세요?

A. 그런 생각은 없어요. 물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조금 시장이 나아지기도 했어요. 그때보다 훨씬 더 적은 돈으로 매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요.

하지만 그건 집착이고 욕심이라고 생각해요. 뭐… 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찾기도 했고요. 또 그 아픈 아이템을 다시 건드려서 ‘내가 옳았다’ 고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Q. 조금 변하셨군요?

A. 변했어요. 내가 뭔가를 해내겠다. 뭔가 새로운 시장의 문을 열겠다. 약간 그런 선구자가 되고픈 욕망? 그걸 버렸죠. 물론 그런 마인드는 사업가로서 중요하긴 하죠. 하지만 동시에 마음의 평정과 냉정함으로 균형을 맞춰줘야 해요. 안 그러면 또 한 번 공든 탑이 무너질 거예요


공든 탑이 무너지면요, 0이 되는 게 아니에요. 마이너스가 되어요. 탑을 쌓기 위해 노력했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시간들도 함께 사라지니까요


네 번째 사업의 실패 덕에, 저는 과한 도전정신을 억누르는 능력을 얻었다고 생각해요. 나를 과신하지 않게 되었어요. 내 아이디어를 남한테 뺏길까 봐 걱정하지 않고, 남에게 계속 물어봅니다. 이거 어때? 저거 어때? 하고.

Q.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입장에선 쉬운 결심은 아니네요.

A. 아마 많은 예비 사업가분들이 그럴 거예요. 본인의 아이디어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해요.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반대예요. 남들한테 더 많이 물어보고, 검증받아 보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디어는 내 머릿속에만 있는 거라서, 남들한테 말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쉽게 따라 하지 못해요.


다양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도 중요해요. 사업하는 사람의 딜레마는, 자기 일에 너무 깊게 빠져들고 고착화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거든요. 다른 사람 시점에서도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거든요.


다양한 세대도 만나야죠. 예를 들어 2010년의 성공에 기반한 아이디어는, 2010년 시절의 것들이에요. 그때와 지금은 달라요. 지금의 소비자인 2030 세대는 그들만의 감성을 지녔으니까,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해야 해요.


내가 알고 있었던 데이터도 모두 의심해봐야 해요. 성공한 데이터도, 실패한 데이터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모두 빠르게 변하거든요.


결국... 나에 대한 과신을 버려야 합니다.
성공할수록, 더욱더 자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공했던 나를 과신하는 순간 실패합니다.
의심하세요, 혼자만의 의견에 빠지지 않도록.


이제 근우 씨는 혼자 걷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으며 걷는다 / 사진 : 움직이는 석굴암



인터뷰이: 김근우
글 : 말하는 개
사진 : 움직이는 석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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