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사업 안 해! (1)

열한 번째 인터뷰: 이노션 AE 손혜주 #1

by failit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무턱대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패기가 사그라지는데 걸렸던 시간은 1년이었다.


실패 끝에 그녀가 내린 결론은 '나는 사업을 하면 안 되는 사람', '나 이제 사업 안 해! 하지만, 어느새 눈을 돌리면 사업 아이템이 떠오르고, '나중에 사업을 하면...' 이라며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내는 그녀의 실패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손혜주라고 합니다.


Q. 작은 사업을 통해 얻은 교훈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본인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실패는 실패죠. 그 장사를 쭉 이어가지 않았으니까. 인생을 봤을 때는 적절한 타이밍에 좋은 실패를 했다고 생각해요. 그때 실패하지 했으면 아마 더 크게 실패했을 거예요.


Q. 실패의 과정에 대해 조금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 저는 제가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회사를 1년 다니고 결정했어요. 뭐 회사에서도 1년 차치고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나쁘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남들보다 늦게 입사하다 보니 사회생활에서 우위가 있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나갈 때 잡아줬음에도, 이렇게 얘기했죠.

“아 저는 이 회사가 싫은 게 아니에요. 회사를 좋아해요. 하지만 저는 건방을 떨었던 거죠.


나는 회사에 있기에는 아깝다



Q.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을 거 같은데.

A. 제가 원래 사업을 꿈꿨는데 마땅한 아이템이 없었어요. 그때 친구의 제안이 있었죠.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아동복 사업을 하자는 제안이었고, 이미 그때도 여성복 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판단했어요.

아동복 시장은 블루오션은 아니더라도 적절한 시기라는 생각을 했어요.

적절한 시기였는데


Q. 그 사업이 처음이었나요?

A. 저는 호주에서 공부할 때부터 한국에서 조그마한 물건들을 파는 일을 해봤어요. 도매로 물건을 떼 오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받을 정도였는데, 당시에는 겁도 많았고 물건을 도매로 어떻게 구매할 수 있는지도 몰랐었죠.


Q. 아.. 그때 그걸 했었어야 했는데!

A. 그렇죠ㅋㅋㅋ 당시, 호주에는 초콜릿 모양의 계산기, 우유팩에서 나오는 메모지 같은 문구류가 너무 신기했었나 봐요. 그리고 대학교 때도 귀걸이를 만들어서 파는 일도 했고, 루게릭 환자들이 만든 책으로 수익금을 만들어 기부하기도 하고 계속 무언가 파는 일을 했었어요.


Q. 자신감이 있을 만도 했네요.

A. 그럼요. 제가 얼마나 잘 팔았던지. 그렇게 21살부터 계속 조그마한 성공들을 했고, 성과에 취해있다가 한번 제대로 말아먹은 거죠. 적잖은 충격이었어요.

못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


Q. 사업을 하실 때 동업하신 친구는 어떤 분이셨나요?

A. 둘이 었는데, 패션 쪽 일을 했었고 저는 BTL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었죠. 그래서 뛰쳐나가서 홈페이지 제작부터, 스튜디오 임대, 회사 BI 제작 등등 회사가 되는 첫 발부터 밟기 시작한 거죠. 옷은 사입 후 판매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진행했어요.


Q. 처음 시작은 어땠나요?

A. 매출도 나쁘지 않았고, 목표 자체도 ‘우리 옷’을 디자인하자는 데 있었어요. 처음에는 *사입을 해서 파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편집샵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은 우리가 디자인한 옷을 파는 꿈을 꾸었어요.

직접 만든 사이트에서, 직접 구입하고, 직접 촬영했던


Q. 꿈이 있으셨네요. 왜 그만두게 되셨나요?

자본이 떨어졌어요.

옷 사업이라는 부분이 재투자 구조더라고요. 키워드 광고부터, 모델비, 사입 비용 등등 나가야 할 돈은 수두룩한데 저희 수익으로는 올바른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돈으로 구멍을 메우기 시작한 거예요. 나중에는 빚도 지고 운영했어요. 각자 3,000만 원 이상 손해를 보는 시점에 문을 닫았어요.


Q. 그만둬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더 빚을 낼 수는 없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그리고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까 다들 게을러지기 시작한 거죠. 옷은 재고만 쌓이고 그래서 새로운 옷을 사들일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어요. 또 다른 문제는 확장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었다는 거예요. 가장 기본적인 생각을 안 하고 시작했어요. 어떤 컨셉으로 어떤 옷을, 누구에게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 조차 없었던 거죠.


궁극적으로 모두 아기 엄마가 아니었어요.
그게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대한 이해도없이
상품을 팔았다는 거죠.



Q. 이미 한번 반성의 시간을 가지셨던 것 같네요.

A. 깨닫지 못할 수가 없었어요. 당시 마케팅도 되는대로 진행했어요, 생각나는 대로 이벤트 생각해서 진행하고. 우리 정도면 옷도 잘 고르고 사람들 성향도 잘 파악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왜 그런 근거도 없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모르겠어요. 주변인들이 유치원도 운영하고 아는 연예인도 있으니 자신감이 생긴 건가 싶어요.


그리고 한 번도 실패해보지 않은 세 명의 조합이 만들어 낸 자신감이 너무 무지막지했죠. 그래도 배운 것들도 많았어요.


Q. 배운 것은 어떤 것들인가요?

간이과세자라는 말이 존재한다는 것도 배우고, 청년 기업에 돈을 주는 것도 알았고, 아이 엄마에게서 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알았어요. 그들은 이 세상 어떤 소비자보다 까다롭고 어렵다는 것을 배웠어요. 사기도 당하면서 일을 좀 더 꼼꼼하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 거 같아요.


Q. 사기요?

A. 옷을 보내주면 돈을 준다고 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옷을 받고 돈을 보내주지 않았어요. 알고 보니 업계에서 이미 알려진 사람이었던 거예요. 다행히 옷을 다시 돌려받긴 했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아찔해요.

돈을 버는 과정에 있는 수많은 어려움


Q. 망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었을 때 기분이 궁금하네요.

A. 일을 시작한 첫 해 여름에 알게 되었어요. 옷 장사는 여름에 판가름이 나요. 여름 옷값이 싸기 때문에 마진이 낮아요. 결국 박리다매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어요. 겨울에는 외투가 있어서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는데 여름은 아닌 거죠. 여름에 아이 수영복 촬영장에서 느꼈어요.

‘아 이 촬영이 마지막이겠구나’



Q. 그때, 기분이 어땠어요?

A. 전혀 슬프거나 힘들지 않았어요. 저는 이미 일이 벌어지고 있을 때,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우선 ‘다시 취직해야겠다’, 그리고 그만두는 시점에서야, 제가 착각했던 것들을 알 수 있었어요.

예를 들면 홈페이지를 저희는 굉장히 복잡하게 코딩까지 배워가며 제작했어요. 직접 디자인한 좋은 홈페이지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수정할 때 훨씬 복잡하고 쓸 데 없는 일들이 벌어지게 만들었던 거예요. 그게 중요했던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밖에도 쓸 데 없는 일과, 중요한 일을 구분 짓는 것이 중요한 것을 알게 된 거죠.


잊고 싶은 기억도 아니에요
배운 게 있으니까.



과연 혜주 님은 이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요? 그녀는 다시 사업을 하고 있을까요?

2부에서 계속됩니다.


인터뷰이: 손혜주
글: 검
사진: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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