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사업 안 해! (2)

열한 번째 인터뷰: 이노션 AE 손혜주 #2

by failit

*했다, 실패 매거진은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인터뷰 형식의 글입니다. 성공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1부에 이어




2부. 백세 인생 속 고작 일 년


Q. 다시 회사를 다니면서 사업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A. 네. 그때, 제가 게으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어딘가에 소속이 되어 책임감을 느껴야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Q. 자신이 직접 구조를 짜고 진취적으로 움직이기엔 너무 게으르다?

A. 네. 전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Q. 그때 실패가 어떻게 일 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기보다는, 어떤 사람인지 가르쳐준 게 더 컸던 것 같은데 맞나요?

A. 제가 CS부분도 담당하고 있었는데, 제가 언제 또 그렇게 신랄하게 누군가에게 비판을 받아보겠어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무런 상처를 받지 않았던 것을 보면서 제가 어떤 장르에서 일해도 괜찮은지 알게 된 것도 있죠.

*AE역할을 할 수 있는 원동력?ㅋㅋㅋ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명확한 건, 제가 실행력이 좋고 추진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돈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을 배운 게 가장 컸죠. 얼마만큼의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것에 밝지 않은 것 같아요.


*AE [account executive]

광고회사나 홍보대행사의 직원으로서 고객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한편, 고객사의 광고 계획이나 홍보계획을 수립하고 광고나 홍보활동을 지휘하는 사람 /



Q. 그때 사업을 했던 것이 회사를 계속 다니게 되는 배경이 되어주나요?

A. 이제는 무턱대고 나갈 생각이 없어요. 저는 사업에서 재무를 담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사업을 한다면 저한테 CFO가 함께 할 때 가능할 것 같아요.


Q. 앞서 말씀해주셨던 성공들을 보면 대부분 사람들을 만나서 파는 것들에 장점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지금 말씀하시는 성향도 그렇고.

A. 오프라인이 더 좋았을 수 있죠. 온라인에서는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너무 힘들었어요. 오프라인은 권역이고 오는 사람들에 대한 파악이 가능한데 온라인에서는 제가 그 사람들을 규정짓고 고민하기 힘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제 물건이 필요한 것 같아요. 대량으로 사입해서 파는 사업 방식은 저한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앞서 했던 것들을 보면 대부분 조그마하게 제가 하나하나 골라서 판매했던 것들이 호응이 좋았어요.

내가 한 때는 말이야

Q. 지금 회사 생활에는 만족하시나요? 다시 사업욕심이 나지 않나요?

A. 적어도 사업에 대한 갈망이 있지는 않아요. 자신감도 떨어졌고, 건방짐이 없어졌어요. 섣불리 움직이고 싶지 않은 거죠. 그런데 사실 지금도 계속 아이디어를 생각하며 살아요. “이 아이템은 사업하면 될 것 같은데” 계속 생각이 나요.


Q. 결국 본성은 사업에 닿아있네요.

A. 그래서 제 남편이 사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제 남편은 제가 하길 바라고 있어요. 팽팽하죠.

니가 해라 사업


Q. 다시 시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엉덩이가 무거워져서도 있겠죠?

A. 물론 그 점도 있고, 예전에는 안정적인 돈에 대한 욕심이 적어서 용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아이도 있고 꼭 필요한 돈은 벌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상황이 많이 바뀌었죠.


Q. 사람은 그대로인데, 상황이 바뀌었다고 들리네요.

그렇다기보다, 저는 꿈을 이뤄야 하는 사람이에요. 당시에 사업을 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다음에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제 꿈이었어요.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꿈을 찾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꿈은 정해진 것은 없고 그때 그때의 목표인 거니까요.

그녀가 꿈에 그리던 회사에서 진행했던 <평창 동계올림픽 현대자동차 파빌리온>


Q. 지금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지금은 장래희망이 없는 거죠. 제 목표는 아들, 남편과 잘 사는 거예요. 잘 먹고, 잘 입고, 잘 누리고, 잘 사는 것. 그래서 아이템이 떠올라도 사업을 할 생각이 잘 안 드는 거겠죠.


Q. 그때 실패는 결국 통과의례 같은 거겠네요.

A. 결국 그때 실패하지 않았다면,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끝없는 사업에 대한 갈증이 있었을 거예요. 그때의 실패 덕분에 지금은 최소한 조심스럽게 일을 바라보기는 하는 거 같아요. 물론 요즘도 가끔은 제 일을 하고 싶어요.


Q. 사업이 주는 매력적인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잘하고 못하고를 극명하게 알 수 있는 분야인 거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시험을 보면 그날 바로 확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는데, 사업은 그 부분을 뚜렷하게 볼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사업은 제가 지금 어디에 위치했는지 알려주는 지표가 되어준다고 생각해요. 회사는 제가 부족해도, 능력이 있어도 우선 눈 앞에서는 같은 월급을 주잖아요. 물론 나중에 많은 것들이 달라지겠지만.

이 굵직한 일들은 그녀가 3년간 새로운 회사에서 참여했던 일이다


Q. 또 사업을 하실 거 같네요.

당장은 아니지만, 다음에 혹시 기회가 생긴다면 내가 누구한테 무엇을 팔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하며 제대로 검증하고 싶어요. 보고서를 쓰면 보는 사람을 위한 보고서가 있고,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담아내는 보고서가 있잖아요. 당시에 저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을 담아내는 보고서를 썼던 거예요. 소비자들을 생각해서 판매했던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은 그때와 다른 마음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일을 배우며 익힌 기술을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 또다시 사장님이 될 수도 있다.


Q. 마지막으로, 실패에 대한 정의 부탁드립니다.

제가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실패라고 생각해요. 펀치 500점을 치고 싶었는데 달성하지 못하면 실패이고, 시험 점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도 실패예요.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는 것 같아요. 성공만 하는 사람도 없을 테고, 실패만 하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당연히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저는 실패했다는 사실에 창피함은 없어요. 제가 노력하지 않았다면 창피했겠지만 노력했음에도 마주친 실패는 부끄러울 필요가 없는 일인 것 같아요.


백세 인생이잖아요.
그 잠깐의 실패들이 어때서

인터뷰이: 손혜주
글: 검
사진: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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