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맺기(어른) 2 - 짧은 글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 질문을 하면 아이들은 무척 당황스러워한다.
물론 어린 연령의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답하기도 하지만 조금이라도 나이가 들게 되면 매우 곤란해한다.
대답을 회피하기도 하고, 웃음으로 때우기도 한다.
브리즈번 가족과 함께 살 때, 막내 아리와 대화를 나누며 아리에게 반했던 날이 있었다.
나는 아리에게 I love you. you love me. we are a happy family~라는 노래를 알려줬었고, 아리는 그 노래를 퍽이나 좋아했다.
직접 춤을 만들어서 꽤나 옹골차게 불러댔으니까.
그런 아리에게 ”누가 널 사랑하지? “ 하고 물었다.
“그건 나야! 내가 날 사랑해!”
엄마나 아빠라고 대답할 줄 알았던 진부한 나.
‘나 돌봄’, ‘나 사랑하기’에 관심이 있던 나로선 작지만 큰 울림이었다.
몇 분이 흐르고 나는 재질문을 했다.
나: 아리야, 누가 널 사랑하지?
아리: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 너!
나: 나? 또 누가 널 사랑하지?
아리: 루키! 엄마, 아빠, 렉시!
나는 그저 다시 한번 아리의 ‘나!’라는 멋진 대답을 듣고 싶었을 뿐인데, 우리 아리는 내가 듣고 싶은 답은 따로 있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리의 어린이다움에 행복했던 순간.
아리가 지금도 자신을 사랑하며 즐겁게 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