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구성원
”우와~ 명우 좋겠다~ 집이 두 개면 여기서도 놀고, 저기서도 놀고~! “
이 말이 어떻게 들리시는지. 그저 돈이 많은, 부유한 어린이를 부러워한 어른의 진심 같은 이 말은 사실 나의 실수를 덮는 임기응변이었다.
명우의 하원 준비를 돕고 있었다. 오늘 누가 오시는지 알고 있었지만 아이에게도 한 번 더 상기시키고자 “오늘 누가 오셔?”하고 물었다.
“엄마 아니면 태권도?”라고 흘겨보듯 쳐다보며 물음에 답하는 명우.
“명우는 집에 가면 뭐 하고 놀 때 가장 재밌어?” 라든가 “명우는 집에서 누구랑 놀아?” 등의 질문을 하며 관심사를 파악해 나갔다.
명우는 우리 반 어린이가 아니기에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명우가 말했다.
“아~ 누나랑 놀고 싶은데…”
나는 의례 것 초등학교를 가서 바빠진 누나랑 놀 수 없는 아이의 보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서 같이 놀면 되지~”하고 말했다.
”누나는 아빠 집에 있는데요? “ 바닥을 발로 휘저으며 답하는 명우를 보고 나는 화들짝 놀랐다. 아이들에게 반편견 교육이라며 그렇게 다양성의 중요성을 외치면서 신중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했다.
그리곤 재빨리 이 상황을 어떻게 전환시키면 좋을까 생각 끝에 약간의 호들갑과 함께 답했다.
“우와~ 명우는 좋겠다~ 집이 두 개면 여기서도 놀고, 저기서도 놀고~!”
나의 답에 명우는 휘젓던 발끝에서 시선을 거두고 나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날 이후 명우는 같은 반이 아닌 나를 보면 반갑게 인사하고 뛰어와 안아주었다.
최근에는 엄마, 아빠, 형제자매 혹은 외동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가족구성원이 아닌 다양한 가족으로 구성된 가족이 늘고 있다.
아직까지 사람들은 당연하게 전통적인 가족구성원을 떠올리고 아무렇지 않게 질문한다. 나 역시 그랬던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긴, 이것이 보통이라고 생각하는 그 편견 속에 명우의 갈 곳 잃은 발끝처럼 아이들은 당혹스러워한다.
예전엔 ‘나와 가족’이라는 생활주제로 아이들의 가족구성원을 소개하고 호칭을 알아보는 활동이 당연스럽게 계획되었다. 그때마다 ‘보통’이 아닌 ‘특수한’ 가족구성원을 가진 아이들은 머뭇거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최근에는 가족구성원을 소개하거나 하는 활동을 지양하는 추세다.
몇 년 전에 한 교사가 ‘따로따로 행복하게’라는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가 한 학부모로부터 항의 아닌 항의글을 받아 답변글을 달기도 했었다.
아직 아이들에게 세상의 아름다움만 보여주고 싶다는 학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아이들은 생각보다 유연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더라는 다년의 경험이 녹아든 교사의 답변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명필이라며 교사들 사이에 돌려보곤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보통이 아니면 아름답지 아니한 건가 하는 물음이 먼저 다가온다.
스타 강사라 불리는 이지영 강사가 과거 자신의 학창 시절 하얀 도시락, 파란 도시락 때문에 아팠던 경험을 이야기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급식비를 내지 못한 아이들은 파란 도시락을 가져다 먹도록 구분 짓는 행위가 학교에서 자행되었다. 지금 들으면 어린 학생에게, 특히 사춘기를 겪는 시기에
너무나도 가혹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으니 어쩌면 세상이 전보단 조금은 남을 배려하는 사회가 된 것 같다.
세상엔 당연한 듯 당연하지 않은 것이 많다. 내가 했다고 해서 다 그런 것도 아니고, 옳은 것도 아니다. 보통의 것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다.
아직 떼 묻지 않고 편견이 덜 생긴 중요한 시기의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 더 신중한 태도로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도록 자랄 수 있게 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