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힘
“선생님 그때 우리 교실에서 불렀던 노래 좀 불러보세요.”
북촌 한옥 마을로 현장학습을 갔을 때이다. 정자에 앉아서 마련해 간 간식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데, 우리 반 민석이가 웃으며 한 말이다.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웃기고… 만감이 교차했다. 그곳은 우리 반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반 아이들과 교사들이 함께 했다. 또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외국인도 더러 있었다. 아이들은 한복을 입고 갔고, 가을하늘은 높고 푸르렀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었으며, 빨대 꽂은 요구르트를 홀짝이고 있었으니 풍류가 따로 없었다. 노래 한 가락이 얹어지면 금상첨화였던 걸까? 심지어 민석이가 요청한 곡은 ‘아리랑’이었다. 꽤나 적절한 곡 선정이다. 9월 추석을 맞이하며 ‘우리나라’ 주제를 다루고 있었고, 나는 새 노래로 ‘아리랑’을 들려주면서 장구 연주를 했더랬다. 6살 아이는 그게 퍽이나 인상 깊었던 걸까?
유아교육기관에서는 어린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친다. 노래로 어떤 주제를, 생활상을 알려주는 것은 유아교육에서는 흔한 일이다. 예를 들면, ‘씨씨씨를 뿌리고 꼭꼭 물을 주었죠~’라는 ‘씨앗’ 노래를 부르며 식물의 생장과정을.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그냥 두고 밖에 나갔죠~’라는 ‘그냥 두고 나갔더니’라는 노래를 가르치며 실은 정리정돈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노래로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도 있지만 말에 리듬을 붙이면 아이들은 더욱 좋아하고 쉽게 행동을 익힌다. 줄을 설 때도 ”얘들아 한 줄로 서자 “ 혹은 ”한 줄 기차 하세요 “라는 말로 아이들이 줄을 서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왜냐면 단체 생활을 막 시작했기 때문에 줄을 서 본 경험이 없어서다. 그럴 때 ‘00이 뒤에는 **이, **이 뒤에는 &&이’라며 말 리듬을 붙여서 부르면 생각보다 빠르게 줄을 선다. 줄을 설 때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중간에도 계속 불러주면 다른 곳으로 이탈하지 않고 집중해서 목적지 갈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블록 놀이를 할 때도 미술 놀이를 할 때도 딱 맞는 한 소절을 첨가해서 불러주면 놀이가 확장되기도 한다.
노래를 이렇게만 가르쳐도 되는 걸까? 성인인 우리도 일을 할 때 ‘노동요’를 틀어놓으면 능률이 올라가는 기분이다.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노래. 하지만 노래를 가르치다 보면 ‘노래’ 그 자체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과목에서 악기를 다루는 게 서툴렀다. 기호의 집합인 음표를 보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음악 수행평가 때면 벌벌 떨었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음악을 즐기는 건 좋아했다. 유치원에서 준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었고, 내 나름의 율동을 창작해내기도 했다. (하지만 몸치다.) 상황마다 적절한 노래를 떠올리거나 노랫말을 읊는다.
아이들이 음악을 생활에서 즐기고 아름다움을 느끼면 좋겠다. 놀이를 하다 보면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산책을 가다가 예쁜 꽃을 발견하면 관련된 노래를 부르고.
그렇게 아이들의 일상이 흥겹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노래의 선율처럼 하루하루를 모아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