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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트래블러 Oct 14. 2021

#연대의 세계

베테랑(2015/류승완)

‡마피아 게임 - 매번 첫 번째로 죽는 호구를 위한 프롤로그‡


  보드게임이 많지 않았던 시절, 친구들과 쉽게 할 수 있는 최고의 게임은 바로 마피아 게임이었다. 마피아 게임은 사회자에 의해 무작위로 뽑힌 마피아가 시민을 죽이고자 할 때, 시민들은 마피아를 누군지 알아내 시민들을 마피아로부터 구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때 마피아는 서로를 확인할 수 있으나 시민들은 누가 마피아인지 시민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게임에서 시민들은 다른 시민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불신의 과정을 넘어 서로를 믿고 연대해 마피아를 몰아내는 것이 게임의 묘미이자 즐거움이다. 게임 자체는 단순하다. 게임이 시작하자마자 말을 하거나, 개인적인 작은 움직임이 빌미가 되어 쉬이 마피아로 몰려 죽기도 한다. 한편으로 게임을 유심히 살펴보면, 누가 적인지 누가 악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이 가면을 쓰고 달콤한 말고 우리를 현혹시키는 게임의 진행방식이 우리의 세상과 비슷한 면이 있다. 물론 우리 세상이 더욱 잔인하다. 세상에는 나쁜 놈도 존재하고, 더 나쁜 놈도 존재한다. 착한 놈의 탈을 쓴 정말 나쁜 놈도 있다. 이 세상이 얼마나 정글 같으면 이런 말도 있을까? 늘 이런 나쁜 놈들에게 당하는 우리를 잘 표현하는 대사가 있다. 바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대사다.     


‘이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면, 내가 호구다’     


 우리 이제 다 인정하자. 여러 모양의 나쁜 놈들에게 우리는 호구가 되어 잠을 못 이룰 때가 있었다고. 그렇기에 영화처럼 악당들을 통쾌하게 물리치는 상상을 하며 눈물로 베갯잇을 적신 적이 있다고.      

 그렇다면 어떤 악당들이 우리를 괴롭힐까? 크게 두 가지의 거악이 있다. 하나는 자본으로 상징되는 거대기업과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 권력이다. 이 두 가지가 우리를 호구 삼아 악을 행할 때 그저 한 명의 시민인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막강한 권력으로 대표되는 두 집단이기에 큰 힘에 따라오는 그 책임감만큼이나 잘 운영되도록 감시하고 지켜봐야 하는 집단이기도 하다. 이 두 집단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좀 더 정의롭고, 사람을 위한 일에 가치를 둔다면 우리의 삶의 질이 더욱 나아질 것으로 확신을 한다. 이 집단들을 어떻게 해야 우리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정답은 마피아 게임에 있다. 


영화 스틸컷(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420만 원‡


 영화 <베테랑>은 2015년 8월 당시 개봉하여 관객수 1,300만 명이 넘는 흥행으로 역대 통산 17번째, 한국 영화로는 13번째 천만 영화로 기록되었다. 이러한 폭발적인 흥행에는 당시 암울했던 사회상을 영화에서나마 통쾌하게 정의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람들이 답답했던 가슴을 쓸어내리고 대리만족을 영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오랜만에 나온 코믹 액션 장르로 가볍게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과 ‘어이가 없네’라는 유행어의 양산이 흥행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의구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쓸어주었다는 것에 주된 흥행 이유로 들고 싶다. 이후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고 결국 승리한다는 주제의 작품인 영화 <내부자들> 또한 그 해 11월에 개봉했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이 불가한 작품임에도 700만 명을 넘는 흥행 기록*을 세웠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부조리한 사회를 정의구현하는 것에 대한 사이다를 목말라했을까. 2014년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2015년 당시 한국사회에서 가장 유행했던 단어가 있다. 바로 ‘헬조선’이다. 헬조선은 2014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유행한 단어이며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 및 인터넷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였다. 이 단어의 시작은 디시인사이드의 혐한을 대표하는 역사 갤러리에서 사용되었으며, 주로 대한민국을 비하하며 자조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자본주의로 인해 살아내는 삶의 난이도가 정점에 다다르고, 정권에 대한 불신, 재벌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에 대한 논란 등에 대한 분노를 담은 뜻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헬조선을 형상화한 ‘지옥불반도’**의 그림을 보면 백수의 웅덩이, 군대, 치킨 사원, 금수저 무기고 등 삶의 고단함과 자본으로 인한 계급의 격차 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런 헬조선과 함께 2015년 새로 유행했던 단어는 바로 수저 계급론이다. 당시 대물림 되는 부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수저론에 비유하며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 세상을 한탄했다. 특히 청년 흙수저들은 자신의 삶을 ‘8포 세대’라고 정의했다. 삶에서 8가지를 포기한 세대. 연예와 결혼, 출산, 집, 인간관계, 꿈, 희망, 생명 등을 포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수저의 상황이 나은 사람들은 ‘이민계’등을 통해 한국을 탈출하고자 하는 움직임마저 성행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키워드들이 성행하고 있었던 시대에서 사람들이 그릇된 자본과 정의롭지 못한 권력에 대해 시원하게 심판하는 것을 고대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이러한 사람들의 염원을 영화로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었던 첫 번째 영화가 바로 <베테랑>이다.   


  2015년 7월 울산에 어느 한 공장에서 폐수처리장 저장조 폭발로 근로자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4월에는 10층 공장 옥상에 설치된 배기덕트에서 내부를 점검하던 직원 3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졌으며, 1월에는 파주 공장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되어 3명이 숨졌다. 2016년에는 구의역 사고가, 최근 2021년에도 컨베이어 롤러 교체 작업 중 설비에, 용접 중에 각각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망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협력업체 직원들이 그 대상이라는 것이다. 말이 좋아 협력업체지 사실 하청업체라고 불린다. 하청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아 협력이라는 단어로 교체되었으나 실상은 같다. 

 영화 <베테랑>에서도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다. 트럭을 운전하며 아들과 함께 힘든 삶을 애써서 살아가는 배기사는 업체에서 임금을 체불하자 항의를 하러 찾아간다. 대기업인 신진 물산의 하청업체였던 회사는 담당 소장과 마주치지만 그에게 무시와 폭력을 당한다. 이에 신진 물산 앞에서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던 배기사는 자녀 앞에서 폭행을 당하고 이에 비관한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렇게 까지 배기사가 목숨까지 잃어야 했던 이유는 그가 받지 못한 급여 420만 원과 사람이라는 존엄성 때문이다.

      

“좀 되는데요, 420”

“420억?”

“아니요” 

“420만? 하.... 맷돌 손잡이 알아요?”     


 누군가에게는 420만 원이라는 금액이 어이 마저 상실한 하찮은 금액이지만, 배기사에게는 아들과 함께 삶을 살아낼 돈이다. 이런 하찮은 금액들을 하청이라는 이름으로 직원들의 삶을 쥐어짜 회사와 임원의 배를 불린다. 그리고 회사가 어려워지면 늘 보통의 직원들의 삶부터 박탈되어진다.      


“옛날 생각이 나서요,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파업을 했어요. 이렇게 바리케이드를 쳐 놓고. 자동차 회사요. 회사가 어렵다고 다 나가라잖아요. 10년 넘게 일한 회사인데. 애는 곧 태어나고. 돈 들어갈 일은 쌓여 있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니까 대책도 없고. 회사는 자기들이 망쳐 놓고 우리 보고 책임지라는 게. 화도 나고. 그때도 꼭 지금처럼 교대로 불침번을 서가며 동료들이랑 공장을 지켰어요.” ****    


 누군가의 배를 불리기 위해 법의 보호망을 피해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 너무나 쉬운 세상이다. 단지 영화에서나 나오는 상상 속의 이야기라 믿고 싶을 정도다. 



*  후에 <내부자들 감독판>이 재개봉하였으며, 감독판은 202만 명의 관객들이 관람하는 기록을 세웠다.

** 지옥불반도는 온라인 게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유래되었다.

*** 허광무 기자, “대기업 사고마다 하청업체만 희생양”, 연합뉴스, 2015.07.04.

****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5화, 성기훈의 대사 중 일부.


영화 스틸컷(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여기선 그래도 되니까‡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는 신진 물산이라는 대기업의 재벌 3세이자 세 번째 후계자다. 이렇게 막강한 권력과 힘을 가진 그에게 영화는 혼외 자식이라는 서사를 부여한다. 이 서사는 그의 어긋난 인격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혼외 자식이 조태오처럼 삐뚤어지지 않는다. 가난하고 매를 맞고 자란 사람이 모두 범죄자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다. 영화는 이를 증명하듯 소품 하나를 등장시킨다. 바로 배트맨이 타고 다니는 배트카이다. 또 다른 영화 속 주인공 배트맨은 어릴 때 눈앞에서 강도에게 부모님이 총을 맞고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고 방황한다. 그런 그가 고담이라는 악의 도시에서 자신의 막강한 부를 이용해 범죄자를 소탕하는 영웅이 된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에서 플래시가 배트맨에게 초능력이 뭐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난 돈이 많아’     


왜 조태오는 배트맨이 되지 못했을까. 충분히 자신과 같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위치의 사람이지만, 그들을 외면하고 상처를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깔보는 것으로 내보인다. 영화는 배기사의 아들에게 조태오가 선물로 준 배트카 피규어를 보여주며 그의 위선과 부패한 권력을 배트맨과 비교한 것이다. 또한 신진 물산이 서도철 형사의 아내를 포섭하고자 명품 가방에 돈을 가득 넣어 뇌물을 주는 장면을 통해 이를 확정한다. 사회복지사였던 서도철 형사의 아내는 신진 물산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도움을 요청할 때에는 외면했던 사실을 말하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이 장면은 그들이 돈이라는 재화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재화를 자신들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사용할 때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안위 등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배를 불릴 호구로 본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든 상관하지 않는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10년 전 옥시 사태를 기억할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특별조사위원회는 2020년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사망자를 약 1만 4천 명으로 추산된다는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병원 진료 후 가습기 살균제 관련 특정 질병으로 진단을 받은 인구만 약 9만 명이다. 범위를 더 넓혀서 건강 피해로 인해 병원 진료를 받은 인구는 약 55만 명으로 밝혔다.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위험한 물질을 한국에서만 판매한 옥시. 외국에서는 살균물질을 흡입할 경우 독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안전성 검사와 성분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기에, 별도의 조항이 없었던 우리나라에는 알면서도 모른 척 판매를 했던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옥시뿐만이 아니다. 이케아가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노동자들이 매우 기대하던 기업 중 하나다. 수평적 조직문화와 해고가 어려운 정규직 고용, 탄력근무 등 북유럽 복지 국가 출신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노동강도가 매우 높았으며, 휴게시간이 부족해 분 단위로 나눠 사용해야 했다.** 높은 노동강도는 노동자들의 퇴사로 이어졌고, 이케아는 인원을 채워주지 않아 남은 사람들에게 일이 전가되었다. 심지어 병가마저 반려해 논란이 되었다. 이는 단순히 노동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6년 7월 26일에 방영된 MBC PD수첩에서는 ‘글로벌 기업은 왜 한국 소비자를 차별하는가’를 통해 서랍장 논란이 있기도 했다. 서랍장이 설계상의 문제로 쉽게 앞으로 쓰러지면서 아이들이 압사를 당하는 사고가 여섯 번이나 일어나자 북미에서는 리콜을 단행했으나, 같은 제품을 한국에서는 리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글로벌 기업 폭스바겐은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미국에 18조 원을 배상하기로 약속했으나 한국에서는 보상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한 두 기업의 문제일까? 그렇지는 않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보면 우리가 흔히들 사용하는 코팅된 프라이팬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일상에서는 코팅되지 않은 프라이팬이 자연스러운 일상인 것이다. 프라이팬 코팅에 사용된 물질이 사람에게 해로운 성분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물질이 얼마나 유해성이 있는지 기준조차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것은 국민의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거대 기업들이 한국을 무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약한 ‘규제’때문이다. 정부는 국민들을 위해 법들을 제정하고 국민들을 보호하고자 애쓴다. 그렇기에 제품 하나에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성분을 표기하도록 법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소수의 사람을 위해서 법과 제도가 운영되는 것이 아닌 국민이라면 누구나 차별받지 않도록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늘 경제 발전이 우선인 한국의 기업 규제는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횡포는 자본을 늘 우선시하기 때문에 소비자도, 노동자도 등한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 그들이 더 이상 사람들을 미개하지 않게 여기도록 말이다.****    

  

‘여기서는 그래도 되니까. 여기서는 법을 어겨도 처벌 안 받고, 욕하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이득을 보는데 어느 성인군자가 굳이 안 지켜도 될 법을 지켜가며 손해를 보겠소?’     


최규석 작가의 웹툰 <송곳>을 보면 이런 대사다. 



* 사망자 1만 4천 명 추산, 가습기 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조사 결과 발표, 작성자 사참위 /  해당 연구는 표본 5천여 가구(15,472명, 신뢰 수준 95%, 표본오차±1.414%)를 대상으로 진행됐고, 2019년 10월 15일부터 12월 30일 사이에 전문조사원이 가구 면접조사 수행지침을 준수해 가구를 방문해 조사한 결과입니다. 

** 류승연 글, ‘속았다’ 부글부글.. 한국 이케아에 무슨 일이? [헬조선의 이케아 1] 꿈의 직장 이케아는 왜 떠나고 싶은 직장이 됐나, 오마이뉴스 2020.12.22

*** 김성진 기자, 이케아·폴크스바겐 2 중적 형태... 한국만 봉?, 채널A, 2016.06.30 

**** 사회가 발전되지 않고 문화 수준이 낮은 상태, 사람을 위한 규제는 한 사회의 발전 깊이를 지표 한다.



영화 스틸컷(출처: 네이버 영화 포토)


‡연대, 함께하는 힘‡


 베테랑 광역수사대 서도철 형사는 신진 물산의 다양한 회유에도 넘어오지 않고 오히려 심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 동료들과 직장 상사의 반대에도 꼴통 취급을 받으며 수사에 매진한다. 한편 신진 물산은 서도철 형사가 관할 지역을 넘어 무리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을 파악하고 뇌물을 통해 관할 수사대를 포섭한다. 그들을 통해 무혐의를 받은 신진 물산. 서도철은 이와 같은 행태에 분노한다. 서도철 형사의 외골수적인 정의로움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신진 물산 관할 경찰서 수사대는 그는 반목을 일으킨다.      


‘너희 돈 먹었지?’

‘같은 식구라고 보자 보자 하니까 씨’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수갑 차고 다니면서 가오 떨어질 일 하지 말자’     


 유독 명대사가 많은 영화 <베테랑>에서 ‘가오’는 매우 중요한 단어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안전한 삶을 위한 필요한 법과 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안전한 삶을 위해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매우 낮다. 경찰 및 소방관 등과 비슷한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희생정신을 강요하기보다 그에 맞는 처우를 지원해주고, 사회에서 그들은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한다. 가족 하나 건사하기 힘든 그들의 상황은 그들을 수많은 유혹에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다. 영화를 보면 경찰과 사회복지사가 만나 궁핍하게 사는 모습을 스치듯 보여준다. 사회복지사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복지사로서 근무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사회복지사끼리 결혼하면 수급권자가 된다는 이야기와 (돈이 되지 않는) 좋은 일 한다는 이야기였다. 최소한 사회가 자신들을 지켜주고, 자신들의 삶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스스로 직업에 ‘가오’를 가지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한편 신진 물산은 갖은 회유와 압박에도 포기하지 않는 서도철 형사를 제거하기 위해 킬러를 고용한다. 고용된 조선족 킬러는 광수대 막내 형사에게 상해를 입히고 이로 인해 광수대는 드디어 서도철 형사와 함께 신진 물산 수사에 뛰어든다. 결국 신진 물산의 흑막이 드러나고 폭행과 살인 교사 혐의로 수배된 조태오는 최상무에게 죄를 뒤집어쓰도록 한 후 해외로 도망을 가고자 한다.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조태오는 해외로 가기 전 호텔에서 송별회를 열고, 정보를 입수한 수사대는 조태오를 체포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한다. 마약으로 정신이 혼미한 조태오는 차를 타고 도주하고 서도철 형사는 추적한다. 명동 거리에서 마주친 둘은 육탄전에 돌입해 결국 조태오를 체포하는 데 성공한다.     

 처음 수사의 시작은 작은 의문이었다. 그 의문이 확신이 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홀로 외롭게 분투했다. 상대는 거대 기업을 등에 지고 이에 맞섰다. 처음부터 싸움조차 되지 않는 뻔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의감에 홀로 분투했던 그에게 한 명씩 마음을 열고 아군이 되어갔다. 결국 동료들이 힘을 모아 조태오를 잡으려 할 때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조태오가 도주해 홀로 뒤따라갔지만,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이 핸드폰으로 영상을 찍으며 지켜봤다. 조태오는 서도철을 때려눕히고 유유히 도주하려 할 때 시민들은 그를 둘러싸고 길을 비켜주지 않는다. 이때 이를 지켜보던 (그 유명한) **박스 사장님이 조태오를 막아선다. 즉 영화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혼자서는 거대한 악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서도철 형사가 정의를 고수할 때 그를 도울 수 있는 동료들이 필요하다. 더 넓게 보면 사회의 정의를 지켜가는 것은 명동 거리에 핸드폰을 들었던 수많은 시민들, 그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조태오를 막아선 시민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시민들이 필요하다. 한 명 두 명의 영웅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영화는 말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비슷한 장면이 있는 영화를 예를 들어보자, 토비 맥과이어가 노동자이자 영웅으로 열연했던 <스파이더맨 2>. 주인공 피터는 노동자로의 삶과 영웅의 삶을 고단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영화는 이를 잘 표현해주는데 대표적인 장면으로 30분 안에 피자 배달을 하지 못해 직업을 잃는 장면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가난에 허덕이며, 때로는 삶과 사랑에 아파하는 인간이자, 악당으로부터 사회를 수호해야만 하는 영웅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정말 할 말이 많은 영화이지만 악당과 대결을 펼치던 지하철 씬은 영화 <베테랑>의 명동 씬처럼 큰 감동을 관객들에게 선물한다. 악당 옥토퍼스에 의해 고장 난 전철은 절벽을 향해 달려간다.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피터. 그는 자신의 모든 힘을 발휘해 전철을 간신히 멈추고, 모든 힘을 소진해 밑으로 추락하려는 찰나, 시민들이 피터를 구한다. 그들은 힘을 모아 머리와 머리 위로 피터를 옮기는 데, 이 장면은 마치 콘서트장에서 가수가 관객들의 위로 뛰어드는 세리머니를 연상하게 한다. 이는 시민들에게 스파이더맨은 진정한 영웅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피터를 옮긴 시민들. 그들은 가면이 벗겨진 그의 정체에 매우 놀란다. 


‘살아있나요?’

‘그냥 보통 청년이에요.’

‘내 아들보다 어린데..’

깨어나는 스파이더맨. 가면이 없는 것을 보고 놀란다.      

‘괜찮아요’라며 어느 한 시민은 그를 안심시킨다. 이어 어느 한 아이는 ‘우리가 찾아왔어요’라며 가면을 그에게 돌려준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할게요.’

‘돌아와서 기뻐요, 스파이더맨’     

시민들에게 부축되며 일어난 스파이더맨. 이때 옥토퍼스가 등장하고 시민들에게 소리친다.     

‘그놈은 내 거야!’

비명을 지르며 놀란 시민들을 뒤로하고 어느 한 남자가 옥토퍼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랑 먼저 붙어야 할 걸.’ 그러자 시민들은 앞으로 나서며 스파이더맨을 보호하고자 옥토퍼스를 막아낸다. 힘이 없는 시민들은 악당 옥토퍼스에게 스파이더맨을 빼앗기지만, 영웅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뇌를 가진 피터에게 있어 이와 같은 경험은 그를 영웅으로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 지하철 격투 장면은 마블 영화에서 손꼽히는 명장면 중 하나다. 사회는 여느 대단한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론 한 명의 리더가 중심이 되어 때로는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어다 보면 그를 지지하고, 행보를 돕는 많은 이들이 묵묵히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것을 우리는 거창한 단어로 연대라고 말한다. 그리고 연대라는 단어는 서로 한 덩어리가 되어 사회에 대한 책임을 등에 지고 한 발씩 걸어가자는 권유이자 초청이다. 영화는 사회에서 힘이 없는 배기사와 같은 사람들의 작은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같이 불의한 것 혹은 선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힘을 보탠다면, 누구나 살만한 세상을 함께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금처럼 복잡한 시대에는 시민들의 역할과 연대는 더욱 중요해졌다. 마치 영웅들의 필살기처럼 말이다. 연대라는 필살기가 사회에 발휘될 때 소수의 악당들의 자신들의 이익만을 쫓지 못할 것이다. 즉 ‘여기서는 그래도 되는’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연대라는 힘을 통해 좀 더 정의롭고, 좀 더 공평한, 사람이 사람답게 살만한 사회를 만드는데 관심을 가져보자. 자신이 살아가는 작은 도시의 정책들로부터 시작해 나라가 가야 할 기조를 만드는 것이 바로 시민들의 역할이다. 이러한 관심의 시작은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영화가 끝난 후‡


 나는 호구다. 

부족한 말솜씨와 운, 그리고 실력으로 인해 늘 먼저 죽는 희생양이다. 아! 물론 마피아 게임에서 말이다. 삶에서 호구로 당하지 않기 위해, 가정의 가장이자 아이들의 아빠로 또 사회복지사로 살아가며 목소리를 내곤 한다. 정의롭지 않은 기업을 불매하기도 하고, 공정하지 않은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큰 호수에 떨어지는 금덩이와 같다. 돌멩이가 아닌 시간과 관심이라는 귀중한 자원의 금덩이다. 가끔은 손해처럼 보인다. 불편하고 귀찮기도 하다. 그러나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 되어 호수를 빛 비출 때, 금덩이로 인해 반짝반짝 빛나는 호수가 될 터이다. 이런 믿음을 가지고 금덩이를 손해라고 생각하지 말자. 금덩이를 던져야 마피아를 잡을 수 있다. 혼자가 아닌 옆사람과 함께.     


‡영화가 끝난 후 2‡


결국 경찰에 잡힌 조태오. 그는 재판에서 몇 년형을 받았을까? 아니, 감옥에 가긴 갔을까?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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