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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트래블러 Jan 09. 2023

입소에 관한 아이러니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기록하다.

 이제 입소자가 부족하다.


 주간보호센터 원장님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서 입소자를 구하는 글이 새삼 많이 올라오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주간보호센터의 대기자가 최소 10명 이상이었던 황금 같은 시기는 지난 걸까. 센터의 대기자를 정리하니 대다수가 허수다. 이런 현상을 피부로 느낀 것은 불과 2~3년 전이다. 이는 주간활동서비스의 시작과 그 궤를 같이 한다. 시작은 매우 어려웠지만 점차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현장에 서비스를 안착했고,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거듭났다. 전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제 다양한 이유로 주간보호센터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질 높은 특화서비스를 발굴하고 주간보호끼리 입소자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살짝 허풍삼아 수줍게 고백한다면 우리 센터는 자신 있다. 매달 센터 입소 문의를 하는 분도 꾸준하기도 하고, 우리의 서비스가 다른 주간보호센터와 많이 차별화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다른 글에 잠깐잠깐씩 언급되어 있어 되풀이하지 않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다시 언급해야겠다. 이제 이용인을 모집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얼마 전 주간보호센터 최소 서비스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여러 좋은 의견들이 이야기되었고, 미쳐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기에 유익하고 배울 점이 많은 회의였다. 특히 직원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놓치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바로 다름 챕터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며 기준안은 23년 봄에 나올 것 같다. 
 다시 본문으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회의 중에 조금은 또는 미묘하게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입소 후 평가 혹은 적응기간'이다. 발달장애인의 개성은 각자가 놀랍도록 다르기에 센터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로 평가 혹은 적응 기간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때로는 이용인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의미로 쓰이지 않고, 이용인 자체를 평가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즉 자해 혹은 타해 등 소위 손이 많이 가는 개성이 보일 시 입소를 거부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말이다. 그렇기에 회의에서 이러한 부분이 우려되며 입소 후 평가 혹은 적응기간을 두되 장애인을 퇴소시킬 수 있는 명분으로 쓰이지 않도록 명시되길 원했다. 논의 끝에 아쉽지만 최소 서비스 기준안을 만드는 분들께 이 의견을 올리는 것으로 회의를 갈무리할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참 아이러니하다. 사람의 개성을 평가하고 판단하며 이것을 빌미 삼아 입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물론 센터의 상황이 정말 어려워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양해를 구해야 할 수 있다. 우리 센터만 해도 좁은 공간에 개성을 뽐내는 이용인들이 여럿 있어 이용인 서로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사를 준비하고 있고, 이용인 2분을 추가로 모집할 수 있음에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입소를 문의하시는 분들께 이런 상황을 충분히 설명드리고, 센터를 넓힌 후 입소 모집을 진행할 터이니 그때 입소 요청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있다. 또한 우리 법인의 타 센터는 이용인의 개성으로 인해 병원신세를 자주 질 정도로 종사자들이 정말 애쓰고 있는 곳이 있다. 이런 곳이 있기에 예외는 존재하지만, 예외는 예외일 뿐 보편적으로 적용되면 안 된다. 이는 주간보호의 정체성과 맞닿은 부분이기도 하다. 중증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실제적인 중증이 사라진다면 그 중증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참 아이러니하다. 이용인 모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용인을 선별한다는 것이.. 이는 우리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아쉬운 행위다. 주간보호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중증발달장애에 대한 명확한 의미까지 위협할 수 있는 이벤트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다시금 최저 서비스 기준안 마련에 앞서 우리의 자화상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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