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기록하다.
한 해가 기억 속으로 사그라들고, 새해가 두근거리는 기대를 안고 성큼 다가왔다.
여느 시설이나 그렇듯 12월은 가장 바쁜 시기다. 예산과 프로그램의 마무리와 계획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주간보호시설은 아무래도 더욱 바쁘게 지낼 수밖에 없다. 우리의 행정은 이용인이 귀가해야 시작되기 때문에 더욱이 지치고 힘든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고된 시간을 넘기면 새해가 다가온다.
1월 첫 주가 되면 이용인들에게는 추운 겨울,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방학이 그리고 직원들에게는 고된 시간을 위로하기 위한 선물의 시간이 마련된다. 선물의 시간은 바로 '연수'다. 혹시나 글을 보는 분들께서 오해하실까 염려되어 꼰대로 표현되는 나이가 되어버린 지금, 잠깐 자기 검열의 시간을 갖고 다음 문장들을 작성해 본다. 이 글을 쓰는 내가 가장 선배이기 때문에 직원연수가 재미있고 즐거운 것이 아님을 밝힌다. 일례로 잠을 자지 않고 즐기는 동료들에게 이제 그만 즐기고 잠을 잘 것을 부탁한 적 이 있을 정도로, 진심으로 감사하게도 동료 후배들은 회식과 연수를 즐거워함을 밝힌다. 여하튼 이렇게 매년 연수를 가는 이유는 동료들이 잠시 일을 내려놓고, 쉼을 느끼며 즐거움을 향유하는 것이 주간보호에서는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잠깐의 여행과 휴식이 가져다주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공감하는 터이다. 우리 주간보호도 이와 같다. 물론 연수를 놀고 즐기고 먹는 것이 다가 아니다. 연수를 진행하는 중 가장 힘주어 진행하는 일정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자신과 동료들을 대상으로 '평가'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우리의 평가는 조금 특별하다. 서로를 점수화해서 잘했니 못했니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하며, 한 해 동안의 애씀에 대해 감사해하는 잔치와 같은 평가를 진행한다.
인사 평가 첫 페이지다. 첫 페이지에는 평가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과 다양한 원칙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런 원칙을 토대로 동료 평가와 자기 평가가 진행된다.
먼저 시작되는 인사 평가. 인사 평가에도 규칙이 있다. 한 개인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업무에 대해 평가하고 부정평가보다는 긍정평가 위주로 이야기를 나눈다. 사회복지사로 임하며 아쉬웠던 일들, 부족했던 일들은 이미 본인이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굳이 평점을 매기며 비판할 필요가 없다. 감사와 지지, 격려가 있는 우리의 평가는 사람의 자존감을 존중하며 더욱 잘할 수 있는 용기와 보람을 선물할 것이다.
이제 동료들을 평가했다면 스스로를 평가할 차례다. 동료 평가와 마찬가지로 부정적 서술은 지양한다. 스스로 한 해를 돌아보며 한 해 동안 사회복지의 가치와 이상, 철학에 맞게 사업을 진행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그 소회를 함께 나눈다. 또한 업무를 진행하며 즐거웠던 일, 좋았던 일, 의미가 있었던 일을 함께 나눈다. 이렇게 자기 평가까지 마무리하면 잔치는 끝난다.
주간보호에서는 서로 간의 합이 매우 중요하다. 언제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고, 어떤 이벤트가 발생할지 모르기에. 주간보호처럼 다이내믹한 복지 시설이 있을까? 아직 열악한 환경에서 애쓰고 있는 사회복지사라는 자원이 더욱 중요하고 귀하게 느껴지는 연유다. 단순히 혼자서 사업을 진행하는 업무가 아니기에 손발 맞춤이 재미있는 곳이 바로 장애인주간보호센터다. 그렇기에 인사 평가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인사 평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됨으로써 언젠가 눈빛만 봐도 통할 수 있는 동료들로 만들어 줄 것이다. 처음에는 부끄럽고 쑥스럽다. 그래도 한번 해보시라 권유를 드리고 싶다. 부끄럼 속에서 우정이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