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만남

맥문동

by 맥문동
무등산 맥문동

책은 운명처럼 나에게 온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내게도 그런 책과의 만남이 있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이우정 한의사님의 [나는 당신이 오직 코로 숨쉬기를 원한다]는 책을 집어 들었다. 20년 가까이 코가 꽉 막히는 비염으로 하루라도 숨 좀 편히 쉬어봤으면 했다.

수술도 해보고 백방으로 노력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그저 평생 가져가야 할 지병으로 여기다 그 책을 만났다. 읽다가 '이분을 당장 만나러 가야겠어!'

라는 마음으로 지방에서 처음 가보는 서울 평창동으로 향했다. 기차 타고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언덕을 올라 그렇게 몇 개월을 다닌 결과 기적처럼 지금은 코로 숨을 쉰다.




맥문동이 만개한 시절에 브런치에 왔다. 이곳에 참 잘 온 것이 무료한 삶에 즐거움도 설렘도 안게 된다.

배우는 걸 좋아하니 학교로 학원으로 찾아다니며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웠다.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수년간 자격증과 커리어를 만들고 일했다.

40대에 접어들어 삶의 그릇에 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코로나로 폐업 후 뭔가 배우고 싶은데 공부든 운동이든 그러나 이제 몸이 내 맘 같지 않으니

책으로 손이 갔고 브런치에까지 당도했는데 길을 잘 찾아온 것 같다.

글로 위로를 받고 작가님들과의 글로 소통하는 새로운 만남에서 따스함까지 전해받으니 참 귀하다.

도서관의 책장을 올려다보듯이 연재된 여러 글들을 읽다가 우연히 다시봄 작가님의

겸손에 관한 글을 읽게 되었다. 이유도 모르게 글을 읽어 내려가다가 눈물이 쏟아졌다. 겸손은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글귀가 가슴을 파고들었다.

겸손은 뭘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오늘 배우게 된다.

이곳은 내가 40대에 와야 할 학교인지도 모른다. 배워갈 것이 이토록 많은 곳임에 눈이 틔이고

냉랭했던 가슴이 차오르는 것 같다.

여름 끝에서 어느 곳을 가든지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한 맥문동의 꽃말이 바로 '겸손'이다.

맥문동은 산그늘 아래에서도 가로수나 화단에도 보랏빛을 세워낸다.

한번 심어 뿌리내리면 사계절을 우리나라에서 거뜬히 버티고 자생력이 뛰어나 해마다 꽃과 열매를 보여주는 맥문동 이름은 투박해 보이지만 수더분하고 적응력도 뛰어나고 사람 몸에도 이롭다.

브런치에 온 것도, 브런치에서 첫 눈물을 흘린 다시봄 작가님의 글귀에서 만난 겸손이 맥문동의 꽃말인 것도

우연일까 싶다. 내게 꼭 필요했던 그 무엇인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갈 날 동안 의식주 외에 필요한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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