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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rystar Nov 10. 2019

소고기

오늘 하루 52일차

나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더 좋아하는데, 오늘은 왠지 오랜만에 소고기가 생각났다. 텔레파시가 통한 건지, 남편이 소고기 얘기를 해서 놀랍기도, 반갑기도 했다.


휴대폰으로 계속 주변 음식점을 검색하던 남편이, 괜찮은 정육식당을 찾았다 하여 걸음을 옮겼다.

냉장실에서 원하는 부위의 고기를 고르는데, 가격이 비싸다 했더니 1++ 등급이다.


입에서 살살 녹는 꽃등심은 확실히 맛났고, 차돌박이는 그동안 먹어본 것과 다르게 두꺼웠다. 비싼 데라 두께도 다르네... 했는데, 질기다. 차돌박이는 얇아야 맛있나 보다.


사실 예전 같으면 발길을 돌렸을지도 모르겠다. 신혼 초에 강화도에 가서 들른 식당에서, 소고기가 너무 비싸 둘이 먹기에 적은 양만 주문했던 때가 생각났다. 내가 그렇게 시키자고 우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일단 먹기로 마음먹었으면, 어차피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게 아니라면, 든든하게 먹어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아예 자리를 박차고 저렴한 다른 음식점에서 배불리 먹었어도 좋았겠고, 눈 한 번 딱 감고 통 크게 비싼 음식으로 배를 채워봐도 좋았겠다.

그 날의 마무리에 왠지 모를 묘한 패배감이 올라왔기에. 그렇지만 언젠가, 또 고민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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