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irystar Nov 23. 2019

동전지갑

오늘 하루 단어 65일차

낮에 남편과 친정 아파트 통로 앞에 차를 잠시 세워두고 근처에서 일을 봤는데, 집에 돌아와 낮잠을 한 숨 자고 일어나서 성당에 가려니 동전지갑이 보이질 않았다. 현금 이만 몇천 원과 USB, OTP기기, 카드 몇 장이 들어있는 지갑인데, 겉옷 주머니 양쪽에 손을 넣어보고 가방을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질 않아 불안해졌다.

차에서 OTP 기기를 썼던 게 생각나, 차 안을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둘러봤지만 거기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잃어버릴 곳이 없어, 혹시 친정 앞에 차를 세워두고 문을 열고 나오면서 떨어뜨렸을까 싶어 동생에게 얼른 연락을 했다. 차를 아파트 통로 앞에 잠시 주차했었는데 거기 혹시 있는지 찾아봐달라고. 미사 후에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미사가 끝나자마자 전화를 걸어 지갑을 찾았는지 물어보니, 웬걸. 아무것도 없다더라.

남편도 그 낮시간대에 지갑이 떨어져 있었으면 이미 누가 주워가고도 남을 시간이라며, 집에 가서 다시 가방을 찾아보자고 했다.


이자카야에서 자리를 잡고 동생을 기다렸다.

오자마자 “으이그, 칠칠맞아가지고...”하더니 내 앞에 그 지갑을 탁, 내려놓는다.

반 포기 상태였는데 지갑을 보니 너무 반가워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찾았냐고 호들갑을 떠니, 내 전화를 받고 바로 나가봤는데, 고스란히 놓여있었다고. 가까이 가보니 정말 아무도 안 건들 것 같이 생겼다고. 다행히 잘 안 보이는 곳에 있기도 했지만, 무슨 할머니 지갑인 줄 알았다는 거다. 뭐가 들었나 열어보니 돈도 쌈짓돈처럼 꾸깃꾸깃 들어있고...


할머니 지갑이라 놀려도 좋다.

번쩍번쩍해 보이는 좋은 지갑이었으면 바로 집어갔겠지? 모르는 누군가의 손에 붙들려가지 않고 바닥에 잘 있어준 지갑에 감사하다. 찾아준 동생에게도!


아무도 건들지 않은 나의 지갑...


매거진의 이전글 공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