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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rystar Jun 15. 2021

엄마 없이 보낸 첫 생일

그리운 우리 엄마

어릴 땐 생일이면 마음이 들뜨곤 했다.

초등학교 때엔 예쁜 옷을 입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생일파티를   했었는데, 생일  위에 놓였던  유리병  빼빼로가 가끔 생각난다.


초등학교 4학년 여름, 까무잡잡하게 타고 빼빼 마른 내가 화사한 샤랄라 원피스를 입고, 편안하게 반팔에 반바지를 입은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앨범에서 볼 때면 좀 웃음이 난다. 생긴 건 사내아이 같은데 옷은 공주풍이랄까.

상황에 맞게 잘 차려입는 우리 엄마는 내가 주인공인 생일에 아마 나를 더 돋보이게 해주고 싶어 예쁜 옷을 골라 사줬겠지.


커갈수록 별로 옷에 많은 관심이 없던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생일엔 엄마 손에 이끌려 백화점에 가서 옷을 선물 받곤 했다. 딸이 평소에 옷을 잘 안 사니, 생일에라도 예쁜 새 옷을 사서 잘 입길 바랐을 거다.

나는 생일이 아니어도 가끔 쇼핑을 가게 되면 주로 엄마와 함께 했다. 이 옷 저 옷 입어보면 아닌 옷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잘 어울리는 옷은 탁탁 후보군에 넣어두는 엄마 덕에 골라준 옷을 오래오래 잘 입곤 했다.




엄마는 몇 년 전부터 음력 생일이 너무 헷갈린다며 양력 생일로 바꾸기로 하셨다. 그래서 나와 남편과 엄마의 생일이 같은 달에 딱 열흘씩 차이가 나, 이런 신기한 인연이 있을까 생각하곤 했다.

더구나 작년에 태어난 아기까지 같은 달에 생일을 맞게 되어, 2021년부터는 네 명이 같은 달에 생일파티를 하겠다며 가족들이 웃곤 했다. 혼자 다른 달 생일인 동생은 6월은 돈이 남아나질 않겠다며 본인은 결혼하면 꼭 생일 먼저 물어봐야겠다고, 6월생이면 안 만나야겠다며 농담을 했었다.


아기의 첫 생일이 될 때 엄마가 내 곁에 없을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엄마 없이 보낸 첫 생일은 여느 때와 비슷하게 지나갔지만 마음 한구석이 따끔했다.

작년에 항암치료를 하며 입원하던 중에도 휴대폰으로 사진을 편집해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던 엄마.

백화점에서 내 여름옷을 골라주며 나보다 더 들떠있던 엄마….


앞으로 남은 이번 달 남편 생일, 엄마 생신, 아기 생일에도 엄마 생각이 많이 나겠지.


그래도 언제나 함께라는 마음으로, 내가 어디에 있든 원할 때에 나를 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나지막이 말을 건네본다.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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