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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rystar Aug 07. 2019

방에 모기가 있어

권정열은 피리 부는 사나이인가

나는 모기에 잘 물린다.

모기가 한 번 집에 들어왔다 하면, 가족들은 안 물려도 내 팔다리는 이미 여러 군데 부어올라 있곤 했다.

모기 잘 물리는 이유를 찾아보면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피가 달아서 그렇다, 체온이 높아서 그렇다, 안 씻어서 그렇다... 등등이다. 게다가 모기 잘 물리는 혈액형이 있다는 실험도 있더라.

O형> AB형, B형> A형 순이라고 하는데, 우리 가족에 O형이 없어서 그런가?

심지어 결혼하고 보니, 남편과 둘이 있으면 나만 모기에 물리곤 했다. (남편은 A형, 나는 B형이다)

'나 원래 모기 진짜 잘 물리는데...' 하며 신기해하는 남편 얼굴이 왠지 즐거워 보였다.

아무튼, 모기는 나를 좋아한다. (제발 그러지 마...)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귓가를 왱왱거리는 그 소리에 잠이 깨면 쉽게 잠이 들 수 없다. 잠들면 나를 물 것이 분명하기에...

결혼 전엔 동생과 방을 같이 썼었는데, 모기 때문에 잠이 깨는 밤이면 휴대폰 플래시를 천정을 향하게 켜놓고 모기가 보이길 숨죽여 기다리다가, 벽이나 천정에 붙으면 살금살금 다가가 '찰싹' 때리곤 했다.

휴지를 챙길 여유는 없다. 휴지 가져오다가 모기 놓칠라.

벽에 흔적이 남을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스피드가 생명, 내 피는 소중하니까.




올 해는 웬일로 집에 모기가 들어온 적이 없는 것 같다.

엘리베이터에서 모기를 발견하면, 집에 따라 들어올까 봐 문을 샤샥 닫곤 해서 그런가?


그러던 중 어제 음악 어플에서 우연히 발견한, 눈에 띄는 노래 제목이 있었다.

'방에 모기가 있어'

10센치 노래는 위트 있는 가사가 재미있어 신곡이 나오면 종종 들어보곤 했었는데, 이번엔 독특한 제목부터 끌렸다. 이런 소재를 노래 제목으로 쓸 줄이야.

들어보니 내 취향에도 딱 맞는 노래여서, 집에서 저녁을 먹기 전 한 곡 반복으로 틀어놓고 따라서 흥얼거렸었다.


그런데 노래가 문제였나. 이 노래가 모기를 부른 것인가...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오늘 아침, 남편이 출근을 한 뒤 좀 더 눈을 붙이던 내 귀에 모기 소리가 들렸다. 왜애앵.

벌떡 일어나 샅샅이 모기를 찾았다. 커튼 뒤에 숨은 녀석을 보고, 커튼 뒤 창을 마구 두드렸는데 어디론가 사라졌다. 바닥에 떨어진 것도 아니고, 커튼을 아무리 펄럭여봐도 보이질 않는다...

포기하고 돌아서서 방의 큰 거울로 내 뒤쪽을 곁눈질해보는데, 등 뒤에 모기가 있다.

(전에도 내가 모기를 찾고 있다가 뒤를 돌면, 꼭 그쪽에서 발견되곤 했다.)

이럴 때 보면, 정말 모기는 영악한 것 같다. 왠지 아이큐가 높을 것만 같다.


출근 준비를 할까, 아니면 문을 닫아두고 출근해서 저녁에 잡을까 고민하던 중에 모기가 벽에 앉는다.

쯧쯧, 요놈 도망 다니느라 많이 피곤했구나.

'찰싹' 세 번만에 성공하고, 맘 편히 화장을 했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마무리하는 사무실 안에서도 모기 한 마리가 자꾸 내 자리 주위를 맴돈다.

아무래도 노래 때문이 맞는 것 같다.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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