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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irystar Jul 16. 2019

엄마의 단짝 친구

엄마 친구분이 하늘나라에 가셨다.

엄마와 가장 친한 친구가 두 분 계신데, 엄마의 대학시절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분들 이야기가 빠짐없이 나오곤 했다. 엄마의 추억 속에 늘 자리한 그분들을 나는 몇 년에 한 번 뵙곤 했는데, 종종 이야기를 전해들어서인지 친숙한 느낌이었다. 뵐 때마다 '어머, 벌써 이렇게 컸어~?' 하던 이모의 하이톤 목소리가 생각난다.




최근 몇 달 사이에 엄마는 친구분을 뵈러 자주 병원에 가셨는데, 우연히 받은 내시경에서 암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건강을 많이 챙기셨다는데, 내시경은 처음 받아보셨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입원을 하고 몇 번의 항암치료를 받으셨는데, 치료 중에 뇌 쪽에 문제가 생겨 더 이상은 독한 약을 쓸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요양병원으로 옮기셨다고 들었다.


종종 요양병원에 들러 친구분을 뵙고 오던 엄마는 어느 날, 그동안 친구가 머리도 못 감고 씻지도 못한 채로 오래 있었는데, 오늘은 요양보호사 분과 함께 친구 목욕을 시켜주고 왔다며, 당신의 기분도 너무 상쾌하고 좋았다고 했다.

이모가 이제 혼자는 못 씻는가 보다... 하는데 '내가 누군지도 못 알아봐.' 하는 엄마의 목소리와 표정이 너무 담담해서, 속으로 많이 놀랐지만 말을 삼켰다.

엄마가 가서 계속 말을 걸고, 휠체어를 끌어주며 산책을 함께 해도, 단짝 친구를 못 알아보고 존댓말을 하며 다른 곳만 본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떠오르기도 했다. 정말 건강하셨는데, 언제부턴가 우릴 알아보지 못하고, 병원 천정만 바라보시던 할머니...




이모는 자식이 없고 혼자 사셨던 터라, 엄마는 나중에 두 딸을 모두 시집보내고 나면 이모랑 둘이 살 수도 있다는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는 말을 가끔 했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정말 그렇게 되면 명절에 이모와 엄마에게 인사를 하러 가야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모와 엄마가 앉아 있는데 세배를 하는, 약간은 어색한 우리의 모습을 상상했었다.  


자식들이 없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아, 오히려 외할머니 때보다 친구 병원에 더 자주 가는 것 같다고 말하던 엄마는, 이제 나를 못 알아본다며 차분하게 말하던 엄마는, 이모의 힘든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던 엄마는, 그동안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을까. 그리고 오늘, 이모를 보내고 오면서는 또 얼마나 심란할지...


나는 친구를 잃어본 적이 없어서 그 마음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기에,

그저 엄마를 안아줘야겠다.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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